아들은 2주간 쉬고 다시 학원에 갔다.
"학원을 다니긴 해야 할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좋겠어?"
"다닐게..."
"아니~ 니 의견도 이야기해 봐 같이 조율해 보게"
"그럼 버스 안 타게 태우러 와"
"그러면 다닐 수 있겠어?"
"응"
아들은 읍내로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왕복 2시간가량을 버스와 걷는 시간으로 보낸다. 처음엔 안쓰러웠는데 전학은 싫다고 하고, 이사도 어렵고.. 그렇다면 학원 보충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생각해 보니 큰 아이도 자주 학원에 가기 싫다고 했었다. 주로 차로 태워줬는데 큰 아이를 고등학교에 입학시키고 아들이 표현도 덜해서 버스를 타고 다니게 했더니 개학하고 일주일간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큰 아이를 4년간 학원과 과외에 보내고 차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렸다. 차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장을 보기도 하고... 나도 길바닥에서 보낸 세월이 있다. 그럴 때마다 강남 엄마들이 생각났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닌데 고등학교 적응이 목표였으니까 대학은 알아서 잘 갈 것이다라고 되뇌며 버텼던 것 같다. 이곳은 교육 평준화 지역이 아니라서 내신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래서 아이를 도와줘야 했다. 특히 우리 집 아이들은 분위기를 잘 탔다. 전교생이 얼마 되지 않는 농촌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아주 만족해하며 다녔다. 반 친구들과는 7~8년 쭉 같이 지내왔기에 서로 애착관계를 형성했다. 정서적인 교감이나 환경은 도시의 학교들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좋았다.
큰 아이가 한 주간 기숙사에 다녀와서 전국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고 온 느낌을 이야기한다. '더 큰 세상으로 갔구나!' 아이가 만나는 세상 이야기는 아이에게 자극이 많이 된 것 같다. 순수한 시골 아이가 만날 세계가 나도 흥분되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문제는 이제 중2 아들이다. 아들은 오랜만에 학원에 다녀와서 어떤지 물어보니 괜찮았다고 한다. 학원 선생님과의 소통이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아이고 선생님도 아이에게 맞춰주셨구나. 어떻게든 공부하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학원다녀와서 당당하게 내게 주문을 한다.
"엄마 씻고 나와서 바로 먹게 라면 끓여놔"
"그려~"
아들은 맛있게 라면을 먹고 또 주문을 넣는다.
"나 라죽해줘"(라면 국물에 밥을 넣어 죽을 끓인다.)
아들! 맛있게 잘 드시고 우리 또 힘내보자!
"여기, 라죽 대령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