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아이가 찾아왔다. 평생 우울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괴롭다. 우리는 계속해서 만나게 되었다. 아이는 깊은 우울에서 점차 나오고 있는 중이다. 햇빛 있는 곳으로 한 발자국씩 걸어 나오고 있다. 그런 아이가 너무나 대견하다. 아이는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버텨왔다. 자신보다 다른 사람 걱정을 하면서 꾸역꾸역 살아내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몸이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증상이 찾아오고 아이는 생각과 몸이 따로따로 느껴지는 것이 괴로웠다. 생각한 것을 몸이 실행하지 못했다.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기보다 채찍질하며 왜 이거밖에 안되냐고 자신의 마음에 소리친다.
진짜 '나'를 만나려면 멈추고 감정이 하려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이란 것은 없다. 원래 감정이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감정을 억누리기만 하면 감정은 부정적이된다.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 느낌이 괴로우니 '감정은 모두 나빠'라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 감정의 역할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계처럼 감정은 느끼지 않고 일만 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러면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알면 마음과 대화할 수 있게 되고 많은 것이 달라진다. 상대방이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할 때 내 탓으로 가지고 오지 않고, 상대의 감정과 나의 감정을 잘 분리해서 대처할 수도 있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 내게 감정의 오물을 잔뜩 묻혀놓고 자신은 시원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받는 사람은 그 오물을 뒤집어쓰고 한참을 힘들어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묻혀오는 오물을 내가 안 받을 수도 있다.
때로 감정을 머리로 알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감정은 머리가 아닌데 '행복한 것 같다''좋은 것 같다'라고 머리로 감정을 알려고 한다. 그러나 감정은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떠오르는 감정이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면서 힘이 솟는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한다. 마음이 괴로우면 만사가 귀찮고 일에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니 기계가 세상 편한 것 같다. 기계처럼 되고 싶다. 감정을 잘라내고 싶다. 너무 괴로우니까 드는 생각일 텐데 그 괴로움을 알아주면 좋겠다. '난 너무 괴롭구나' 그러면 그때부터 나를 괴롭게 하는 감정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감정이라는 것은 알아주면 알아줄수록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쑥쑥 자라난다. 잘 발달된 감정은 나를 유익하게 한다.
감정을 잘라내고 싶다는 아이야, 나도 때로 그런 생각을 해. 그런데 그 감정도 너란다. 끌어안아보자. 이것도 나란 걸 한번 받아 들여보자.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할까. 어떤 것이 일어나는지 일어나게 해 보자. 거기엔 내 마음을 아는 열쇠가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