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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흔에 글쓰다 Apr 01. 2024

날 위해 한참을 울었지

자기 자신에게 한없이 가혹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남에게는 한없이 부어주는 사람. 바로 나였다. 나는 그런 줄 몰랐는데 나를 찾아가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나와 비슷한 아이가 찾아왔다. 상담적으로 말하면 무의식이 안내했을 것이다. 스승님께서 내담자는 하늘이 정해준다고 할 만큼 특별한 인연이라고 하셨다. 서로가 서로를 자라게 한다. 양쪽 모두가 서로에게 스승인 셈이다. 아이를 만나보고 처음부터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아이도 자기 길을 찾아갈 것이다. 믿어졌기 때문에 앞서 가지 않기로 마음을 다 잡았다.


나에게는 지난 몇 년간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 상처가 많은 사람인데 그 상처로 다른 사람까지 찔러 아프게 하면서 나 있는 곳에 너도 와라 하는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던지는 사람이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고치려고도 해 봤고, 괴로워 원망도 해봤지만 어느 순간 깨달아졌다. '아, 하나님이 내게 허락하신 고난이다!' 피할 곳이 없었다. 점차 받아들이면서 내가 자라기 시작했다. 내게 이 고난을 허락하셨다면 이유가 있겠지. 그때부터 상대에게 에너지를 쏟지 않고 내게 에너지를 쏟기로 했다. 나는 어느 부분에서 힘들었고, 그 때 어떤 마음이 나를 지배했었는지 알아갔다. 그랬더니 내가 확장되고 성숙해 갔다. 그리고 다른 사람만을 위해 울던 눈물을 나를 위해 흘려보기로 했다. 내가 가여워서 울기 시작했다. '힘들었지' 내가 나를 보듬어 주기 시작했다. 허하던 마음이 눈물에 씻겨 내려가고 맑은 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나의 상담하는 목표는 '자신이 자신을 치료한다'이다. 분석심리학자 융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경험하고 상담 현장에서 보면 맞아떨어졌다. 잠깐의 도움을 받으면 그 사람이 또 넘어지더라도 일어설 수 있다. 상담을 의존하게 해서 못하게 하겠다는 보호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분은 어떤 불안이 올라왔던 걸까.


이제 이만큼 힘이 생긴 내가 대견하다. 날 위해 흘리는 눈물은 헛되지 않는다. 여러 신화나 민담에서 주인공이 고난을 지날 때 우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콩쥐 팥쥐에서 콩쥐도 새어머니가 내준 과제 앞에 울었을 때 새들이 도와주어 위기를 넘겼고, 심청이도 신데렐라도 울었다. 막막할 때 어떻게 하겠는가 우는 수밖에! 막막하다는 것은 이제 내 힘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때의 마음이다. 그럴 때 도움을 호소하는 눈물은 치유를 불러온다. '나를 도우소서!'

나를 위해 울자.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울자. 그러면 눈물이 우리를 씻어준다. 돕는 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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