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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Aug 17. 2022

오늘 뭐 먹었지 1

콩국





재래시장 근처에 사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 싱싱한 채소들, 다양한 생선과 해산물, 정육점부터 오래되고 맛있는 먹거리 가게가 있는 시장. 마트가 아닌 시장에서 장을 보고 싶은 건 그 분위기를 느끼고 구경을 하고 싶어서다. 요즘도 가끔씩 부동산 어플로 경동시장 근처의 집들을 찾아보곤 한다. 일하는 구역이나 사회생활의 구역에서 많이 벗어나기 때문에 그냥 재미로 한 번씩 둘러보는 것에 가깝지만, 언젠가는 커다란 재래시장 근처에 살아보고 싶다. 시골에 살고 싶은 마음과 비슷한 것 같다.



우리 집 근처에도 작은 재래시장이 있다. 강남 한복판이다 보니 가게 종류가 매우 적고 시장치고는 가격대도 높아서 재래시장이라는 명칭을 붙이기에 다소 위화감이 있지만, 그래도 명실상부 재래시장이기는 하다. 이 시장에서 몇 개 안 되는 가게 중에 내가 좋아하는 가게 중 하나가 콩물을 파는 가게이다. 손두부, 도토리묵, 우뭇가사리, 생면 등등을 파는데 언젠가는 콩물을 사야지 하고 벼르다 드디어 사보았다.



콩국수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생면을 사서 콩국수를 먹을까 하다 문득 대구의 제일 콩국이 생각나서 근처 꽈배기 집에 들렀다. 제일 콩국은 찹쌀 튀김을 넣는데 도넛 집에서 파는 밀가루로 튀긴 꽈배기도 괜찮을 것 같다. 아쉬우니까 찹쌀 도넛도 한 봉지 샀다. 꽈배기를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르고 그 위에 콩국물을 붓는다. 콩가루가 있으면 뿌려먹어도 좋고, 단맛도 괜찮으면 설탕을 조금 넣어도 좋다. 나는 설탕을 넣어 먹었다.



맛있게 한 그릇을 비우고 부러워할 것 같은 언니와 친구에게 사진을 보냈다. 역시나 부럽다는 반응에 혼자 뿌듯해 한 한 끼였다.






+ 남은 콩국물은 냉장고에 보관했지만 이틀 후에 쉬어서 버렸다. 콩국이 생각보다 빨리 쉬더라고요... 한번에 다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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