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J Aug 17. 2022

오늘 뭐 먹었지 0

prologue





대학생 때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에 속했다. 해도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먹고 놀았다는 걸 줄줄 읊으면 친구들이 기억력이 좋다며 추켜세워주곤 했다. 그러다 일을 하기 시작하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조금 헷갈리더니 이제는 기억 능력이 소멸되기라도 한 듯 최근에 했던 많은 것들까지도 가물가물하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내가 기억력이 좋다는 말을 들은 것은 내 두뇌가 좋아서가 아니라 과거를 자주 복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256GB나 되는 아이폰의 용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 비우기 위해 들어간 4만 장이나 있는 사진첩에는 어디를 가고 무언가를 하는 특별한 일정 속 사진들 사이로 집에서 먹은 밥상 같은 일상적인 사진들도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런 일상의 사진들은 더 낯설었다. 평소 냉장고를 털어서 해 먹는 집밥의 사진은 더 그렇다. 분명 내가 요리를 해서 먹은 것임에도 그 음식을 먹은 것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찍기만 하지 그 많던 사진첩의 사진을 보지 않은지 너무 오래되었다. 매일 일상을 기록해 보겠다며 사진을 찍건만 보지 않으니 사진첩에만 차곡차곡 쌓일 뿐 기억에 쌓일 리가 없었다.


사진을 찍는 것은 기록을 남기는 것이며 그것은 기억을 하겠다는 의지이다. 하지만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결코 기록도 기억도 의미가 없는 행동일지도 모른다. 나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해 보려 한다.


매일 무언가를 을 때마다 사진을 찍는다. 예전에는 특별하다 생각한 음식들만 사진을 찍었다면 어느새부턴가는 평범한 일상 사진을 자주 찍으려고 한다. 그래서 매일의 밥상은 찍을 때는 초라할지라도 돌아서 보면 반갑다. 지난날들을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오늘부터 먹은 것의 짧은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소소하고 누구에게 보여주기에는 심심하고 자잘한, 멋이라고는 일도 없는 일상 사진과도 같을,  때는 짧고 간단할 글이겠지만, 내년에 보면 즐겁고 반가울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