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운명보다 노력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더 사랑하려고 노력한다면, 사랑은 …

by 주영헌



사랑과 이별은 반대쪽에 있는 것 같지만, 그리 멀지 않습니다. 사랑과 이별은 같은 수평선 위에서 서성이는 돗단배입니다. 사랑하다가도 이별을 하고, 이별하다가도 다시 사랑합니다. 사랑과 이별이 같은 의미를 가진 샴쌍둥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까닭입니다.


이별이 무서워서 사랑을 못 하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마음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반복되는 이별에 상처받을 것 같아서 사랑하지 않겠다는 다짐. 이별 후 혼자 살아가기가 무서워서 사랑하지 않겠다는 다짐, 이런 다짐이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상처받지는 않겠지만, 내가 받을 수 있는 사랑의 총량을 거부하는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두 철학자의 얘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니체입니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산 철학자입니다. 그는 딱 한 번 청혼했다고 합니다, 청혼의 결과는 우리말로 ‘차였다’라고 합니다. 청혼의 부질없음을 단 한 번의 거절로 확인한 것일까요.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칸트는 니체와는 달리 인기가 많았다고 하네요. 유명한 일화인데요, 칸트가 한 여성의 구애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결혼하는 것이 옳은가 아닌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이었겠죠. 고민을 마치고 그 여자를 찾아갔는데요, 그 여자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 후였습니다. 그 여자의 마음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칸트가 결심을 내리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실패하는 것이 무서워서 독신으로 산 니체나, 사랑을 철학으로 저울질한 칸트나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들, 세계적인 철학자인지 모르지만, 사랑만큼은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에게 배워야 할 듯합니다.


사랑은요, 한 호흡에 이어나가는 사랑도 있고, 가끔씩 쉼표나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사랑도 있습니다. 감정에 이끌리는 사랑도 있고, 누군가의 사랑은 계산에 충실합니다. 김광석의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나 70여년을 살다 같은 날 세상을 떠난 노부부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은 낭만적인 감정에만 이끌렸기 때문은 아닙니다.


저들에게도 분명 쉼표를 찍었던 나날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여느 부부들처럼 다투고 의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던 믿음이 있었고, 그 믿음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겠죠.


그래서 저는 사랑이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만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선다면, 그 감정은 몇 년 안에 식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보다 더 멋지고 예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실제 감정에 이끌린 사랑은 마음보다 호르몬의 영향을 더 받습니다. 충전된 호르몬이 소진될 때 감정도 소진되고, 사랑도 끝나게 되는 것입니다. 매해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사랑과 이별이 반복되고 끝끝내 어떤 사랑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선택한 사랑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사람은요 예쁘다고 생각하면 예뻐보입니다. 제 아내는 젊은 날, 내가 반했던 그 청춘을 간직하지는 못하지만, 함께한 시간이 있어 더 예쁜 사람입니다. 말로는 다 얘기할 수 없는 아픔의 시간을 공유한 소중한 사람입니다. 내가 힘들 때 내 옆에서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 준 사람입니다.


사랑은 운명이기 보다 노력입니다. 수평선에 돗단배를 띄우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달과 별을 이정표 삼아 어디인지 모를 새로운 대륙을 찾아 항해하는 것입니다.






2009년에 계간 시인시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첫 아이를 잃은 슬픔을 담은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시인동네, 2016년)를, 2020년 위로의 시편을 담은『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2020년)을 출간했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한편의 짧은 산문을 씁니다. 50여편 정도의 산문을 모아서 산문집 출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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