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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원 Oct 27. 2024

유럽 술 기행(2)

벨기에 체리맥주부터 이탈리아 레몬첼로, 스페인 상그리아까지 

이전 글에서는 유럽 술 투어 이야기를 써냈다. 하지만 투어는 하지 못했지만 소개하고 싶은 매력적인 술들이 아직 너무 많다. 이번에는 유럽을 여행하며 기억에 남았던 술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벨기에 체리맥주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벨기에도 맥주로 유명한 나라 중 하나이다. 국내에 비교적 많이 알려진 벨기에 맥주로는 호가든, 레페, 스텔라 아르투아 등이 있다. 하지만 벨기에에 가면 꼭 마셔봐야 하는 술이 있는데, 바로 체리맥주이다. 



사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Brussel)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할 게 없는 여행지로 유명하다. 벨기에에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알려진 게 '오줌싸개 동상' 인 것만 봐도 느껴진다. 실제로 브뤼셀에 도착해서 오줌싸개 소년, 오줌싸개 소녀, 오줌싸개 개 동상까지 보게 되면 이게 관광지 투어를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이 되는 순간이 온다.(실제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 코스이지만 추천하지 않는다.) 



그렇게 온갖 오줌싸개 동상들을 보고, 또 유명하다는 관광지들을 몇 개 보고 나니 더 이상 할게 없어져서 남은 시간 동안 뭘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준 것이 바로 맥주 테이스팅이다. 벨기에에는 정말 수많은 맥주 테이스팅 투어가 존재하고, 거의 필수 관광 코스 수준으로 벨기에 여행을 찾아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꼭 투어 신청을 따로 하지 않더라도 많은 식당, 술집에서 맥주 테이스팅 코스가 제공된다. 


내가 체리 맥주를 처음 접했던 것은 브뤼허(Brugge)를 여행했을 때였다. 브뤼허는 벨기에의 근교 도시 중 하나이다. 할 게 없는 벨기에 여행에서 수도인 브뤼셀만 보면 아쉬울뿐더러 브뤼셀에서 기차로 쉽게 갈 수 있기에 겐트와 함께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이다. 브뤼헤 역사지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중 하나로 지정되어있기도 하다. 



시내를 구경한 후 브뤼허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문한 곳이 'Duvelorium Belgian Beer Bar'였다. 흐로터 마르크트 광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라 이 광경을 보기 위해서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다만 우리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으니, 바로 여러 벨기에 맥주들을 맛볼 수 있는 맥주 샘플러였다. 3가지의 맥주 중 내 취향을 저격한 것은 바로 아름다운 붉은빛의 체리 맥주. 도수도 강하지 않고 상큼해 가볍게 마시기 좋았다. 한국인이 단 음식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 '그렇게 달지 않다'라는 표현이 딱 맞는 맥주였다. 체리 맛은 나지만 그렇게 달지 않아 단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크게 거부감 없이 마시기 좋을만한 맥주였다.  


이곳에서 마셔본 맥주는 'Liefmans'의 체리 맥주였지만, 벨기에 체리 맥주 중에서는 'Kriek'이 가장 유명하며, 벨기에 대표 맥주 브랜드인 'Leffe'에서도 'Ruby'라는 이름으로 체리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벨기에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마셔보기를 추천한다. 




2. 이탈리아 리몬첼로 


그다음으로 소개할 것은 이탈리아의 대표 술 중 하나인 '리몬첼로'이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주로 생산되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레몬 리큐르이다. 수많은 브랜드의 리몬첼로가 있지만 그중 내가 마셔본 리몬첼로는 'Limoncello Pallini'였다. 도수는 26도 정도로, 보통은 이것만 단독으로 마시기보다는 다른 음료와 섞어 칵테일로 마시는 경우가 많다. 


아름다운 이탈리아 남부의 매력을 가득 담고 있는 술이다. 화사한 노란색이 돋보이고 패키지도 아름다워 이탈리아 기념품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다. 



처음 리몬첼로를 접했을 때는 호기심에 다른 곁들임 없이 리몬첼로만 마셔봤다. 레몬즙을 농축해 놓은 듯한 색과 향에 겁을 먹고 홀짝 마셔봤는데, 너무 겁을 먹어서 그랬을까? 생각보다는 신맛이 강하지 않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국내의 '아이셔에 이슬'이 훨씬 더 신 정도이다. 하지만 레몬의 신맛보다 단맛이 돋보여 그렇게까지 시지 않다는 거지, 레몬 리큐르인 만큼 신맛은 확실히 있기 때문에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도수도 높을뿐더러 리몬첼로는 단독으로 마셨을 때보다 확실히 토닉워터나 탄산수 등 다른 음료에 희석해 마셨을 때 진가를 보인다. 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마시고 싶어지는 상큼함이다. 


리몬첼로는 이탈리아 이곳저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특히 위에서 언급한 팔리니 리몬첼로 같은 유명 브랜드의 리몬첼로의 경우 미니 사이즈로도 판매하고 있다. 궁금하긴 하지만 한번 시도해 보려고 큰 병 하나를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경우에 작은 사이즈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3. 스페인 상그리아


감히 말하건대 스페인을 여행 가서 상그리아를 안 마신다는 것은 스페인을 제대로 즐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대표 술인 상그리아는 와인에 레몬, 오렌지 등을 넣어서 만드는 음료이다. 그냥 과일맛이 나는 술이 아니라 정말 과일이 들어가 상큼하고 향기롭다. 달달한 과일 맛이 강해 와인이나 술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주스처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하몽, 빠에야 등 짭짤한 스페인 음식과 찰떡궁합으로 어울린다. 가뜩이나 맛있는 스페인 음식에 상그리아를 곁들이면 2-3배 더 맛있게 느껴지곤 한다. 보통 상그리아 하면 떠올리는 것은 붉은 포도주를 베이스로 만든 것이지만, 실제로는 종류가 다양해서 포르투갈에서는 심지어 블루 상그리아까지 본 적 있다. 



처음 스페인에 가서 접한 상그리아가 너무 맛있는 나머지 그 매력에 푹 빠져 스페인 여행 내내 1일 2-3 상그리아를 마시곤 했다. 아직도 스페인을 떠올리면 내리쬐는 태양과 그 밑에서 마시던 상그리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재미있는 것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전통 술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현지 사람들은 잘 마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사와 전통이 긴 술이고, 대부분의 레스토랑과 바에서 팔고 있기는 하지만 현지인보다는 해외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아이러니한 술이다. 




부록) 영국의 버터맥주


지금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버터맥주가 진짜 맥주는 아니라는 것을. 해리포터에 등장한 것으로 유명한 'Butterbeer'는 이름만 맥주고 막상 술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그러니 해리와 친구들이 마실 수 있었을 것이다.) 쉽게 찾을 수 있는 버터 맥주 레시피를 보면 크림소다와 버터, 설탕, 크림 등이 들어간다. 지금은 워낙 유명하지만 처음 해리포터를 읽을 적에는 학생들이 맥주를 마셔도 되는 건가? 하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맥주에 버터를 넣어 만든 영국 술은 'Buttered Beer'라고 부르니 차이에 주의해야 한다. 다만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No, not the wizard version!' 이런 식으로 유쾌하게 마법사 버전이 아니라 술이 들어간 버터 맥주라고 명시해놓곤 한다. 


런던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판매하는 버터맥주


비주얼만 보면 정말 방금 따른 시원한 맥주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막상 마셔보면 생각보다 별 맛이 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분명 맛있게 마셨던 것 같은데 약간 달고 약간 고소하지만 전반적으로 밍밍한 맛이 난다. 

머글인 나에게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마법사의 맛인듯하다. 




여행의 매력과 즐거움을 높여준 다양한 유럽의 술들을 소개해보았다.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여행 가서 할 일에 소개된 술을 마셔보기를 슬쩍 추가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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