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뮤지엄 패스와 파리 도보 투어 코스
하루 동안 3만 7 천보를 걸었다. 다리가 파업 선언을 하기 직전이었다.
3만 7천 보라니! 계산해 보면 5시간 넘게 걸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내가 대충 계산한 건 아니고 Chat GPT가 친히 계산해 줬다.)
처음 파리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
파리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여행지 중 한 곳이다. 워낙 파리에 대한 로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지금까지 미디어에 비친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가? 실제로 파리를 보고 실망한 사람들을 꽤 많이 봤다.
하지만 나에게 파리는 여행하며 가장 좋았던 도시 중 한 곳이다. 도시를 걸어 다니다 보면 마치 하나의 미술관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도시 자체가 하나의 미술관인 것만 같은 느낌. 여유롭게 걸어 다니기 좋고 볼 것도 많아 걸어 다니면서 구경하기도 좋다.
우연히 길 가다가 호기심이 생기면 갑자기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는 미술관들도 많다. 예술, 미술 작품이나 빵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미워할 수 없는 도시이다.
사실 나는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예술 작품에 조예도 깊지 않다. 다만, 미술관을 구경하는 것을 즐기고 무엇보다 프랑스 뮤지컬을 좋아한다. 대학에서 전공과 아무 상관없는 프랑스 뮤지컬 수업을 따로 찾아 들을 정도로 애정이 있었다. 그만큼 파리 여행에서 기대한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여행은 4박 5일 일정이었지만 첫날밤에 도착해 마지막날 이른 낮에 출발하는 일정이라 막상 파리에서 관광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일 정도였다. 이 3일 동안 우리는 루브르 박물관, 개선문, 오르세 미술관,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베르사유 궁전 등 온갖 유명 관광지에 파리 디즈니랜드까지 보고 돌아오는 알찬 계획을 세웠다.
우리가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아래 티켓이다.
'Paris Museum Pass'라는 이름의 티켓이다. 파리 여행을 다녀왔거나, 계획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파리와 파리 근교에 위치한 여러 유명 관광지의 입장권을 다 따로 살 필요 없이, 하나의 티켓(파리 뮤지엄 패스)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종류는 총 3가지로, 사용 가능 기간에 따라 2일권, 4일권, 6일권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름은 Museum Pass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박물관, 미술관 말고도 개선문, 노트르담 대성당, 베르사유 궁전 등 굉장히 많은 장소에 입장이 가능하다. 2일권 기준으로 평균 4군데 이상을 방문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공식 사이트:https://www.parismuseumpass.fr/en)
티켓을 구매하면 위와 같은 e-ticket을 받을 수 있다. 위에 비어있는 칸에는 이름과 바코드가 나와있었다. 내가 여행 다녀왔을 때는 공식 사이트에서 53.33유로 정도의 비용이었는데 지금 보니 70유로로 올랐다(약 10만 원). 저렴한 금액은 아니지만, 입장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유명 관광지를 많이 돌아다닐 예정이라면 패스를 구매하는 편이 돈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구매 한 시점이 아니라 패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틀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획을 잘 세우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우리가 파리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로운 여행 계획을 짤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소 이틀 동안 4개 이상의 장소는 들릴 예정이었고, 그러려면 파리 뮤지엄 패스를 구매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점이 많았다.
그렇게 뮤지엄 패스를 구매한 순간, 구매한 이상 본전을 뽑고 싶다는 마음이 자라났다. 속된 말로 뽕 뽑는다고 하지 않는가. 평균적으로 4군데 이상을 가면 이득이지만, 4개 이상 몇 개를 더 간다고 해도 추가적으로 내야 하는 비용은 없다. 그렇다면 가능한 많은 곳을 갈수록 이득인 것이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파리에 있는 3일간 최대한 많은 곳을 가는 일정이 세워진 후였다. 실제로 돌아다닐 미래의 나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일정이었다.
아래는 하루 동안 3만 7 천보를 걸으며 다녀온 곳들이다. (feat. Paris Museum Pass)
에펠탑과 에투알 개선문
파리 여행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에펠탑과 개선문은 여러 번 지나치게 된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웅장하고 압도되는 건축물들이다. 에투알 개선문은 파리 뮤지엄 패스를 사용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패스를 사용해 개선문 위의 전망대로 올라가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개선문은 다음날 올라갈 계획이었기에 이날은 에펠탑과 개선문 둘 다 직접 올라가지는 않고 앞에서 구경만 했다.
Petit Palais
프티 팔레라는 이름의 미술관이다. 바로 맞은편 Grand Palais와 마주 보고 있다. 사실 이곳은 계획하고 간 곳은 아니고 다른 곳을 가던 중에 너무나 웅장하고 아름다운 외관에 반해 홀린 듯이 들어갔던 곳이다. 예약 없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며 외관만큼 내부도 아름다웠다. 생각보다 볼 것도 많고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아 더욱 좋았다.
MUSÉE DU LOUVRE
모르는 사람이 없을 루브르 박물관이다. 파리 뮤지엄 패스로 방문 가능한 장소 중 가장 유명한 장소 중 하나이다. 다만, 루브르 박물관의 경우 별도의 예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이 굉장히 많지만 그와 동시에 박물관 규모도 굉장히 크고 또한 예약 시간에 맞게 정해진 인원의 사람들을 입장시킨다. 따라서 입구와 유명 작품 몇몇 개가 위치한 장소를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붐비지 않는다.(물론 방문 날짜와 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중간중간 앉아 있을 자리도 마련되어 있고 탁 트인 개방감으로 인해 하루종일 구경해도 질리지 않을 곳이다. 사실 하루 종일 본다고 해도 루브르의 모든 작품을 다 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보통은 미리 보고 싶은 것을 정해서 오거나, 많이 알려진 유명작품만을 찾아서 보거나, 혹은 며칠에 걸쳐서 여러 번 방문한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모나리자이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 만은 넓은 공간에 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다. 첫 번째 사진 중앙에 저 멀리 보이는 그림이 바로 모나리자이다. 멀리 서는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생각보다 작은 크기이다.
굉장히 사람이 많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빨리 빠지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있다. 가장 사람이 없을 시간에 모나리자를 먼저 관람하고, 느긋하게 다른 것들을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노트르담 대성당
노트르담 대성당의 외관이다. 우리에게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으로 더 익숙한 장소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너무 좋아해서 꼭 방문하고 싶었던 곳이지만, 아쉽게 지금 볼 수 있는 것은 외관뿐이다. 2019년에 발생한 화재로 인해 현재까지 보수 공사 중이다. 파리 올림픽에 맞춰 완공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결국 올해 12월에 완공된다고 한다.
대성당 내부를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다시 파리 갈 날을 기약하며 외관만 눈에 담고 돌아왔다.
Sainte-Chapelle
노트르담 대성당 근처에는 '팔레 드 쥐스티스'라는 이름의 과거 법원, '콩시에르주리'라는 이름의 옛 감옥, 그리고 생트샤펠 성당이 위치하고 있다. 근처인 만큼 노트르담 성당과 위 장소들을 묶어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 중 특히나 아름다웠던 생트 샤펠 성당. 이곳도 파리 뮤지엄 패스로 입장이 가능한 곳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에 별 기대 없이 방문했는데 뜻밖의 감동을 느끼고 왔다. 그렇게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사방을 꽉 채운 스테인드 글라스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섬세하게 만들어진 스테인드 글라스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후에는 유람선을 타고 센강을 따라 파리의 밤 풍경과 빛나는 에펠탑을 구경했다.
이렇게 파리에서의 하루가 끝난다. 피곤한 몸과 반대로 충만한 하루였다.
발 닿는 대로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파리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참고로 이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이렇게 파리를 구경하고 바로 다음날 또 베르사유 궁전을 구경하러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