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이 이야기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 년에 한 바퀴를 돌면서 듣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은 당신에게로 옮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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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이 이야기는 영국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았고,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을 마주하지 않았는가.(행운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혹시 모르지?)
여행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언제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행이 시작하는 순간,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출발하는 바로 그 순간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떠나는 길은 항상 설레고 두근거리기 마련이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이 택한 낯섦으로 뛰어드는 게 두근거리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면 생각과도 다르고 계획과도 다른,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여행이란 낯섦과 불확실성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할지 아무리 세세히 계획했다고 해도 정말 예상한 그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사람들은 여행을 갈 이유가 없다.
하다못해 도착한 곳에서 우연히 누구를 마주칠지,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마주할 아침해는 어떤 모습일지, 그곳의 밤은 또 어떤 형상일지, 또 그때 그걸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이 어떻지를 어떻게 계획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처럼 여행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불확실함, 생경한 해프닝에 있다.
이런저런 기회가 닿아 비교적 어린 나이에 12개국을 다녀왔다. 누구보다 집을 좋아하는 자칭 집순이지만, 기회만 되면 짐 싸들고 훌쩍 떠났더니 어느새 이렇게 됐다.
그중 영국의 경우 운 좋게 교환학생 신분으로 여행이라기에는 긴, 아예 살았다고 하기에는 짧은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머무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당시 처음 해외살이하는 사람 특유의 방랑벽에 취해 이곳저곳 떠돌아다니곤 했다.
체력과 객기만 등딱지만 한 가방에 담고 다니다 보니 계획대로 되지 않는, 당황스러운 일도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역을 잘못 내려 사람 하나 없는 깜깜한 이탈리아 기차역에 남겨진 이야기나, 해외 살이 중 하루아침에 핸드폰을 잃은 일, 또 남의 집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잠든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인생처럼, 당시에는 비극이었던 이야기도 꽤나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꺼내보면 분명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좋은 쪽으로 놀라운 기쁨을 주었던 해프닝도 많다.
이 이야기도 지금 막 여행길에 오른 참이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보니 틀림없다.
영국에 잠시 머물면서, 그리고 유럽을 여행 다니면서 직접 겪은 해프닝들,
주변인들에게만 비밀스럽게 풀어왔던 이야기보따리를, 이곳에서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웃음과,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