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을 때 인칭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인칭 따위가 중요한가. 그저 그 상황을 잘 묘사해서 읽는 독자가 몰입을 잘한다면 그것으로 게임을 끝나는 것이다. 그만큼 인칭을 문제없이 잘 썼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릴 때 일기를 쓴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1인칭이다. 가장 진입하기 쉽고 감정을 표현하기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왜냐면 내 감정이고 내 생각이니까.
초보 작가들은 1인칭과 전지적을 혼돈해서 쓴다는 점이다.
내 소설에는 전지적과 1인칭으로 나눠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그래서 엮어내는 과정이 상당히 버거웠고 헛갈렸다. 2인칭과 3인칭도 있지만 오늘은 1인칭과 전지적만 얘기 할까 한다. (2인칭과 3인칭으로 글을 써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경험하지 않은 조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자. 예를 들어 볼까? 커피를 마시며 전화를 받는 한 남자가 있다.
1인칭 - 나는 오늘도 그녀가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마셨다. 헤어짐을 아픔의 치유하려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 자리는 그녀를 위한 것이니까.
전지적 - 순민은 변함없이 그녀가 좋아하던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헤어짐의 아픔을 치유하려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자리는 그녀를 위한 것임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어떤가? 물론 당장 소설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까 애드리브로 적은 것이라 좀 이상하긴 해도 이런 식이라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내가 바라보는 것과 그가 바라보는 것은 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맛을 준다.
숯불과 철판의 차이라 보면 된다. 어떤 고기는 철판이 더 낫고 어떤 고기는 숯불이 나으니까. 글도 그러한 것이다.
오늘 비가 많이 온다. 이제 여름이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가을이 왔다고 느낄 때 즈음 겨울이 오겠지? 이 시간들을 잡고 싶다. 아니 잘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