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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Nov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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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잊은 헛짓거리들에 시간을 많이 쏟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곳부터 나무위키, 디시인사이드, 더쿠 같은 곳까지. 요즘에는 뭔가에 빠지면 검색해서 잡다한 글까지 거의 다 찾아서 읽는다. 옛날부터 활자 중독 같은 게 있었지만, 이런 검증되지 않은 텍스트에 너무 매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좀 걱정이 든다.

최근에는 피의 게임3를 보고 있다. 관련 커뮤니티를 다니면 아직도 사람들이 더 지니어스(벌써 10년도 넘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지니어스가 최고다’ 어쩌고저쩌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기들만 아는 용어 따위를 말하고 있는 꼴이 좀 보기 싫다. 안 본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군대 이야기가 축구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없을 뿐이다. 

대체 얼마나 재미가 있길래 아직도 지니어스 타령인가. 그런 마음으로 시즌1 한 편을 봤다. 그런데 홀딱 빠져버렸다. 요 며칠, 몇 주 동안 시간 날 때마다 지니어스를 챙겨 봤다. 

글을 쓰고 보니 진짜 어이가 없지만 사실이다. 당시에 이 방송을 봤으면 분명 좋아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머리 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결론적으로 그때는 지니어스를 봤어도 관심에 관심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서라도 이 프로그램을 만났으니 다행인 것인가. 모르겠다.

출연진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게임하는 방법도 재미있다. 지금 봐도 참신한 게임들이 많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늦게 알아서 너무 아쉽다) 그렇게 지니어스 전 시즌을 다 챙겨 봤고 관련 영상과 글을 하나하나 찾아 읽고 있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진 것은 오랜만이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일어나지도 않은 ‘만약에’같은 상황을 떠올리기도 하고, 쓸데없는 단어를 검색했다가 또 딴짓을 하면서 잡다한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하고 있다. 다 봤으니 이제 내 할 일을 해야지, 하면서도 그게 참 말처럼 쉽게 안 된다. 

아까도 적었지만 중요한 할 일을 앞두고 괜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알고리즘에 걸려서 계속 뭔가를 보게 되고,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 글 읽고 읽고 하다보면 무의미하게 시간만 흘려보낸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면 처음에 내가 뭘 검색하고 있었더라, 같은 치매 걸린 사람 같은 반응을 한다. 나는 왜 빡세게 집중을 하지 못하는가.

그러고 보면 예전 학교 다니던 시절 게임한다고 공부를 안 했는데, 중간 중간 다른 공부할 때도 그렇고, 지금 글을 쓰려고 할 때도 다른 거에 빠져가지고 글을 안 쓰고 있는 모습이 매번 똑같다.  

가장 중요한 것을 해야 할 때 회피하기. 역시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한테 있어서 홍대가 좀 그런 곳이었다. 20대 끝 무렵에 처음 갔을 때의 그 휘황찬란함이란. 말로만 듣던 인디 밴드를 볼 수 있는 라이브 클럽,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면 들려주는 음악바 같은 멋진 가게들, 나하고 비슷한 취향인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 정말 멋진 곳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홍대 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면서 틈날 때마다 공연을 보거나 약속을 생기면 사람을 만나기도 하면서 홍대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전 직장 상사 중 하나는 나보고 일 끝나고 약속이나 공연이 너무 많다고 나무라기도 했다(내가 일을 잘 하거나 관리를 잘 했으면 이런 소리를 안 들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지금 직장을 구했다. 위치가 홍대였다. 오랜만에 홍대였다. 감개무량했다.

처음에는 예전처럼 홍대뽕에 취해서 퇴근 후 라이프를 열심히 즐겨야겠다고 기대했다. 그런데 세월이 조금 많이 흐른 걸까?

다니던 가게와 라이브클럽의 태반이 없어졌다. 분위기가 너무 달라졌다. 예전에도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이정도로 다른 분위기는 아니었다. 몇몇 소문난 곳을 다녀봤지만 내 취향과는 동떨어진 것 같았다. 전부터 이런저런 소식을 들어서 혼자 푸념을 하긴 했지만, 실제 와서 겪으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었다.

내가 나이가 들은 탓일까. 내 나이대 사람들 다 어디로 갔나.

동네는 그대로 있는데 속에 있는 것들은 왜 거의 다 바뀐 것일까. 

이제 만나는 사람들한테 어디 가서 노냐고 물어봐야 할 판이다(그런데 전에 알던 사람들과 연락하지 않은지가 한참 되어서 큰일났다).  

요즘에는 퇴근하면 바로 집에 온다. 퇴근-집-퇴근-집 루틴의 반복이다. 지루한 일상이다.

이렇게 나이만 먹는 건가. 헛헛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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