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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문아 Dec 23. 2022

글쓰기 클래스의 한없는 가벼움

브런치북 공모전에 나도 응모했다. 한달 반만에 나오지도 않는 소재로 머리를 쥐어짜가며 완성한 글이라, 큰 기대도 하지않고 있었고 결과는 당연히 낙선이었다. 하지만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기분이 유쾌하진 않을터, 수상작 발표가 있던 오전부터 내내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던 중, 카톡창 알림이 여러번 울렸다. 브런치북 공모전 당선 확률이 희박하다는 걸 깨달은 2주전쯤, 인스타그램에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광고에 충동적으로 결제해본 글쓰기 클래스의 단체채팅방이었다.


몇 주 안되는 클래스 일정에 수십만원을 결제했던 터라, 적어도 결제를 하고 인원이 모인후에는 자세한 일정 설명과 언제 수업이 열리고, 참석을 못할경우 어떻게 하면 되는지, 수업은 언제 종료되며 어떤 글을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개요를 알려주길 바랬다. 하지만, 첫수업을 앞두기 하루전까지도 그저 무미건조한 인사말들만 오갔고, 오히려 강사라는 사람은 수강생들에게, 글 샘플을 툭 던지며 '내일 글을 발표할 것이니 이렇게 써오라' 고 숙제를 내주었다. 그 글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없었다. 대학교 교양강의를 들으면 종종있는 꼰대 교수를 보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샘플에 있는 글도 2장짜리에, 급조해낸 느낌이 조금 나는, 아주 뛰어난 글이라곤 감히 말할 수 없는 글이었다. 그래, 그건 뭐 샘플이니까. 하지만 그 이외에 어떠한 설명도 없이, 다른 자세한 내용은 자신들 홈페이지에 올라온 다른사람들 글을 참고하라는게 전부인 것부터 영 맘에들지 않았다.


애초에 첫수업부터 각 수강생들이 발표를 해야한다는것도 어이가 없는데, 수강생들이 꾸역꾸역 채팅방에 질문을 올리는데에도 강사는 영   시무룩한 것도 기가 찼다. 애써 용기를 북돋아주거나, 자세한 내용은 수업시간에 세세히 알려주겠다는 말은 없고, 그냥 당신들이 알아서 글써오고 발표하라는 소리였다. 그래, 그것까진 그럴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애초에 첫 수업시작일도 본인들 입맛에 맞게 선택해서 수강생들한테 통보한지라, 나는 회사에 단체회식이 잡혀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산통을 깨는 느낌이었지만, 조심스레 채팅창에 문의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제가 회사일때문에 첫수업 참석을 못하는데 혹시 자료가 따로 제공되거나 할까요?'


몇 십분 후, 강사의 답변이 울렸다.


'첫 수업 참석 안하시면 글의 방향성을 잡기 곤란합니다.'


아 예, 제가 제 돈 수십만원내고 회사회식 안간다고 뛰쳐나와서 그 수업을 들어야 글의 방향성이 잡히는 거였군요.  고고하신 강사님께서 수업 전에는 아무것도 알려주시지 않고 그저 샘플로 던진 조잡한 글 가지고 알아서 글 만들고, 그걸 모두의 앞에서 발표해야만 글 방향성이 잡히는군요.'아, 문아님 글은 이게이게 별로네요'하면서 평가할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내가 싫어하는 최악의 상황. 나는 얼굴만 시뻘개진 채로 어쩔줄 몰라하겠지.


기분이 상했다. 자료는 추후 제공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이 클래스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게 수강생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이 수강생의 글을 따뜻한 마음으로 봐줄까, 의문이 들었다. 다행히 첫수업 전이라 수강료 환불이 가능했고, 난 즉시 수강료 전액을 환불받았다.




글쓰기는 정도가 없다. 어떤 글이 옳고 그른게 없다는 소리다. 정말 비문을 남발하고, '^^'같은 이모티콘을 문장끝마다 붙여대는 수준이 아니면, 누군가의 글을 대놓고 평가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특정 출판사와 결이 맞는글, 혹은 어떤 장소와 상황에 맞는글, 좀 더 수월하게 읽히는 글, 좀 더 대중의 흥미를 끌만한 글을 쓰는 팁 정도는 있겠지만, '무조건 이렇게 써야 사람들이 흥미있어해요!'하는 법칙은 그 어디에도 없다. 당장 책장을 가서 들여다보라.  어떤 번호붙인 법칙에 의해 천편일률적으로 쓰여진 책들만 베스트셀러에 오르는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의 고유한 목소리가 다 다르듯, 그들이 써낸 글자 하나하나에도 그들만의 아름다운 개성이 잔뜩 묻어있다. 그 하나하나로도 어떠한 가치가 담겨 반짝반짝 빛나는 글이 되곤한다.



그러니, 누군가의 글을 첨삭이라는 이름하에 평가할 마음을 먹은 자들이여, 당신들에게는 강사가 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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