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 다시 오다
두 번째 도시인 뮌헨으로 이동했다. 뉘른베르크에서 뮌헨까지는 ICE로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덕분에 수인이와도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는 수인이 전용 침대가 제공되기 때문에 좀 길어도 잘 왔는데 기차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보니 여정이 길어지면 살짝 난감해진다. 뮌헨에서 다음 도시인 베를린으로 이동할 때는 5~6시간 걸릴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되긴 하지만 나중 걱정이야말로 가장 쓸데없는 일이므로 일단은 뮌헨에 집중해야겠다.
뮌헨 거리엔 가을이 진하게 내려있었다. 기분 탓인가 모르겠지만 뉘른베르크보다 뮌헨에 더 가을이 짙게 내려있었던 것 같다. 며칠 차이가 그렇게 큰 것일까? 덕분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긴 했어도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었다. 많이 내리지 않고 부슬부슬 내리는 정도라면 나름 운치 있고 좋다. 독일에 와서 아직까지 날씨가 좋지는 않다. 뉘른베르크에서 하루 중 잠깐 햇살을 본 정도. 이상할 정도로 기온이 낮은데 곧 괜찮아지기를 바란다.
미술관이 많은 뮌헨에 온 만큼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미술관에 도전해보려고 했다. 아내에게 고흐의 그림을 직접 보여주려고 뮌헨의 노이에 피나코테크에 도전했는데 하필이면 문을 닫았다. 혹시 입구를 잘못 찾은 건가 해서 이리저리 기웃거려봤지만 확실하게 닫았다. 수인이 데리고 과감하게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아마도 인연이 아닌가 보다. 계속 산책이나 해야겠다. 어차피 우리 딸은 국토대장정형 아이니까 걷는 것을 더 좋아할 거야. 아쉬움은 이렇게 달랠 수밖에. 아쉽다.
뉘른베르크에서 숙소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뮌헨에 와서도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숙소였다. 비록 숙소의 크기로 보면 뉘른베르크보다 작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숙소는 완벽하다. 뉘른베르크는 방과 거실과 주방이 따로 있어서 정말 넓었는데 뮌헨의 숙소는 원룸에 모든 것이 다 있는 형태. 방 크기가 무슨 소용이랴. 더 이상 유모차를 들고 몇 층을 오르락내리락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어디인가. 엘리베이터가 잘 되어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만족한다. 그 외 주방도 있고, 편의시설도 다 있으니까 이 정도면 호화롭네! 역시 사람은 부족함을 겪어봐야 한다. 한 번 겪고 나면 모든 것에 관대해진다.
새 숙소가 수인이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풀어놓은 짐 앞을 기어서 돌아다니다가 활짝 웃더니, 밤베르크 가는 기차에서처럼 창밖을 지그시 바라보기도 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아니, 생각이 있긴 한 걸까? 말을 못 하니 궁금하기도 했지만 일단 지금까지는 잘 지내니까 다행이다.
뮌헨은 신혼여행의 첫 도시였다. 그게 벌써 2년 반 전. 그동안에 둘은 셋이 됐다. 그때를 추억할 겸 알테 피나코테크 앞에서 이번엔 수인이까지 셋이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때는 그저 좋았고, 아이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우리도 언젠가 아이를 가지겠지?"
"그럼. 일단 최소한 1년은 우리끼리 재미있게 시간 보내고 생각해보자."
"딸이었으면 좋겠다. 역시 자식은 딸이지!"
그런데 정말로 딸이 생겼고, 그 딸과 함께 우리 부부의 첫 시작을 한 곳에 다시 왔다. 기분이 묘하다. 2년 반 동안 살도 얻고, 딸도 얻고, 행복도 얻었다. 그때와 지금의 우리 마음은 크게 바뀐 것이 없는데 수인이가 들어오면서 우리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전혀 예측을 못하기에 삶은 더 재미있나 보다. 살을 얻은 것은 부정적이지만 아무튼 얻은 것이 많으니 만족한다.
뮌헨에 온 날 저녁, 곧바로 그리웠던 호프브로이하우스로 향했다. 맥주가 맛있는 곳은 많다. 그렇지만 이곳의 통닭과 감자 샐러드는 정말이지 그리웠다. 시간이 흘렀지만 역시 맛있다. 아! 감탄이 나오는 맛! 맛있는 것을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 그것이 여행의 매력이고 행복이 아닐까. 수인이는 여기서도 책을 보며 잘 놀았다. 기특한 것. 더욱 예뻐해 줄게 우리 딸.
둘 다 맥주를 한 잔씩 하고 기분이 좋아진 채로 호프브로이하우스를 나오니 이미 밖은 한밤중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뮌헨 신시청사 근처 쇼핑몰 앞에서 거리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 CD까지 파는 것을 보면 정규 그룹 같은 느낌이었는데 예상외로 연주가 아주 수준급이라 깜짝 놀랐다. 흔히 보던 거리 연주 수준이 아니네. 덕분에 뮌헨이 더욱 좋아졌다. 감사의 의미로 동전으로 몇 유로 증정!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뮌헨에서의 일정을 시작했다. 부디 떠날 때까지 좋은 기억이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