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기차 여행은 힘들어

세 번째 거점 도시: 베를린

by 본격감성허세남

세 번째 거점 도시인 베를린으로 이동했다. 뮌헨에서 베를린까지는 초고속 열차인 ICE를 타도 6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는 엄청난 장거리다. 이것 때문에 처음에 베를린을 갈 것이냐를 두고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베를린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과감하게 계획에 넣었다. 덕분에 하루는 굉장히 힘들었다. 뮌헨 중앙역에서 베를린 중앙역까지 이동한 후 숙소까지 가는 것까지 포함해서 하루가 꼬박 걸렸다.


우리가 구입한 독일 철도 패스는 1등석이기 때문에 2등석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간 여유가 많긴 했다. 그렇지만 기차 여행은 비행기 여행에 제공되는 아기용 침대가 없기 때문에 특별히 더 힘들었다. 비행기에서는 그곳에서 자기도 하고, 깨서 놀기도 하고 그랬는데 기차에서는 그럴만한 공간이 없었다. 당장 수인이가 잠에 들었는데 눕힐 곳이 없어서 엄마 팔에 눕혔는데 조금 시간니 엄마 팔이 저려서 가끔씩 자세를 바꿔야 했고, 그러다 보니 수인이도 푹 자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유모차에라도 재우면 좋겠지만 유모차를 펴기엔 공간이 부족하니 그러기도 힘들다. 깨서도 문제였다. 비행기보다 나았던 점은 안고 칸마다 돌아다닐 수 있었다는 점 정도? 맨 끝에서 맨 앞까지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중간에 외국인들이 귀엽다는 말을 많이 해서 기분이 좋긴 했지만 아빠의 팔은 점점 무거워졌다.


중간에 카페칸에 가서 와플과 커피를 시켜놓고 1시간가량 시간을 보냈다. 독일 열차에서 파는 커피는 가격도 우리나라의 흔한 카페보다 살짝 저렴하고 참 맛있다. 일리 원두를 쓴다더니 그래서인 듯. 그렇지만 그것을 여유롭게 즐기는 건 역시 남 이야기일 뿐. 수인이는 그곳에서도 탁자 위를 기어 다니며 놀았다. 아기라서 다른 사람들도 그러려니 했겠지만 우리 혼자 난동을 부리는 것 같아서 조금은 민망했다.


잠을 재우기도 하고, 아빠 엄마와 함께 책도 보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하면서 힘겹게 6시간이 지났다. 이번 독일 여행에서 가장 힘들었던 6시간. 역시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할 때는 이동이 가장 문제다.


사진 2015. 10. 22. 오후 7 08 42.jpg 잠깐 평화롭게 잤던 수인이
사진 2015. 10. 22. 오후 9 43 13.jpg
사진 2015. 10. 22. 오후 8 58 02.jpg
사진 2015. 10. 22. 오후 11 41 58.jpg


그렇게 해서 힘들게 도착한 베를린의 숙소는 독일 여행 중에서 단연코 최고였다. 모든 것이 깔끔했고, 오븐과 세탁기까지 있을 정도로 시설도 완벽했고, 침실과 거실도 크고 좋았다. 위치도 걸어서 베를린 동물원 역(서베를린의 중심 지역)까지 갈 수 있을 정도니 금상첨화였다. <SANA Berlin>이라는 아파트형 호텔이었는데, 만약 다른 곳에 간다 하더라도 언제나 1순위로 찾아볼 그런 호텔 체인이다.


뮌헨에서의 셋째 날부터 완전히 변한 날씨는 베를린에서도 계속 좋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 기온도 전보다 더 올라 한층 따사로워진 날씨, 더욱 짙어진 가을. 완벽한 가을 날씨다. 베를린 숙소 앞에 작은 슈퍼가 하나 있었다. 숙소에 묵는 내내 참 많이 들렀던 곳이라 나중에는 계산하는 사람이 알아볼 정도였는데, 그런 평범한 동네 슈퍼마켓 앞도 가을 덕분에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가끔 그곳에서 사 먹었던 스페인산 단감이 생각난다. 우리나라 단감보다 씹는 맛은 덜하지만 당도는 더 높아서 맛있는 그 단감, 아마 먹어본 사람이라면 분명히 내 말에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비록 힘든 과정을 거쳐 도착한 베를린이었지만 이후 단 한 번도 그 선택에 후회했던 적은 없다. 찬란한 가을과 함께 했던 베를린, 다른 도시보다 특별히 더 오래 있었던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겠다. 전에 한 도시에서 산다면 뉘른베르크에서 살고 싶다고 했었는데, 만약 한 도시만 다시 여행할 수 있다고 한다면 주저 없이 베를린을 선택하겠다. 숙소도 좋고, 날씨도 워낙 좋았기에 더욱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사진 2015. 10. 24. 오후 6 52 43.jpg 정말 정말 좋았던 우리의 숙소
사진 2015. 10. 26. 오후 6 34 32.jpg 슈퍼마켓 앞에도 가을이 내려 참 아름다웠다


keyword
이전 18화노이슈반슈타인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