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뷰란 바로 이런 것
사람마다 로망이라는 것이 있다. 2010년에 혼자서 처음으로 슈반가우 지역(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있는 지역)에 왔을 때 너무나도 멋있어서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와야지.' 생각했었다. 그것 때문에 신혼여행의 첫 도시를 뮌헨으로 잡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그때는 날씨의 영향 때문에 가지 못했었다. 그 후로 2년이 지나서 두 번째 시도, 이번에야말로 노이슈반슈타인 성에 다녀왔다. 나에겐 로망이 현실로 된 좋은 기회였고, 게다가 우리 딸과 함께 가서 더욱 좋았던 하루였다.
독일에 와서 내내 흐리던 날씨가 이날따라 기가 막히게 좋았다. 여전히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언제 흐렸냐는 듯이 새파란 하늘에 햇빛까지 따스하게 내리쬐니 기분이 절로 좋아질 수밖에 없는 그런 날씨였다. 슈반가우 지역은 뮌헨에서 하루에 다녀오기에 왕복으로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인이를 데리고 가기에는 조금 피곤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곳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어서 아침 일찍부터 숙소를 나섰다. 다행히 수인이가 크게 칭얼대거나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원래의 루트라면,
뮌헨 -> 퓌센 (기차)
퓌센 -> 슈반가우 (버스)
이렇게 두 번이면 되지만 퓌센 역이 공사 중인 관계로... 중간에 버스를 한번 더 타야 했다. Marktoberdof라는 역에 내려서 버스로 갈아타서, 퓌센 역에 내려서 또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여정. 아이가 있으면 환승 한 번이 상당히 부담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환승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차역에서 내려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버스로 이동하는데 우리도 그 안에 끼어서 이동을 했다. 다행히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배려로 버스에서는 서서 가지 않고 먼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런 고마운 사람들. 독일 여행을 하면서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자에 대한 배려를 많이 느낀다. 나보다 더 불편한 사람을 위해 내가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는 그런 모습이 참 고맙고 아름답다.
힘든 여정 끝에 드디어 슈반가우에 도착했다. 저 멀리 보이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모습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배고파서 아침에 사 온 빵으로 잠깐 요기를 하고 출발했다. 수인이는 일찍부터 움직인 터라 피곤했는지 성에 도착할 때까지 유모차에서 계속 잤다. 덕분에 우리 둘은 좀 더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 공기는 상쾌하고, 짙은 가을의 색은 아름답고, 하늘은 파랗고, 그야말로 완벽한 산책이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 내부는 가이드 투어만 가능하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다. 아내를 위해 성 내부도 보여주고 싶었지만 수인이를 데리고 가이드를 따라다닐 자신은 없었다. 혹시 소리라도 지르면 중간에 나올 수도 없고... 그래서 주변만 둘러보기로 하고 과감하게 포기했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기는 법. 그 생각을 계속하면서 다니다 보니 포기가 생각보다 쉬웠다. 수인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 점점 적응해가는 것이겠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러 슈반가우 지역에 온다. 그렇지만 사실 더욱 압권은 그 지역의 풍경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특히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마리엔 다리로 올라가는 그 길이 최고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마리엔 다리를 조금 못 가서 호수, 성(호엔슈반가우 성), 설산, 푸른 평야가 조화를 이루는 엄청난 경치가 나오는데 우리는 그 앞에서 한참 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와... 이제는 정말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을 봤으니."
아내가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엄청난 경치였다. 인생 뷰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덕분에 노이슈반슈타인 성 내부를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 마침 마리엔 다리가 공사 중이라 그 다리 위에서 성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한 그런 아쉬움은 금방 잊혔다. 수인이도 깨어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유모차에서 꺼내서 경치를 보여줬다. 이렇게 좋은 경치를 우리만 볼 수 없지. 잘 보긴 했을까 모르겠다. 이럴 땐 아이가 너무 어린것도 아쉽다. 좋은 건 함께 나누고, 감탄도 함께 하고 싶은데 그런 것을 못하니 잘 보고 있는지 알 턱이 없다. 아쉽고 또 아쉬웠다.
같은 험난한 여정을 반복해서 뮌헨으로 돌아왔다. 이미 늦은 저녁. 수인이는 유모차에서 잠에 빠져들었다. 아마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더 힘들었을 거다. 그렇지만 완벽한 날씨와 함께 한 산책이 워낙 좋았기에 우리 부부는 뿌듯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오래전부터 꿈꿔온 멋진 풍경을 함께 본 그런 아름다운 날이었기에. 가끔 아빠 엄마도 이기적일 필요는 있다.
그렇게 뮌헨에서의 일정도 끝났다. 벌써 이번 독일 여행의 두 번째 거점으로 삼았던 도시와 이별한다. 아직까지 큰 탈 없이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드린다. 비록 무교지만 누군가는 내 감사를 받겠지? '행복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요즘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