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대성당

쾰른에 온 이유

by 본격감성허세남

수인이는 쾰른이 좋은가 보다. 숙소를 마구 활개치며 기어다닌다. 거실과 침실을 번갈아가며 열 번 넘게 왕복하고, 테이블에 올라가기도 한다. 베를린을 떠나오던 날 컨디션이 살짝 좋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언제 그랬냐는듯이 활발한 수인이를 보고 있으니 안심이 됐다. 이제 여행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끝까지 잘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리는 삼가야겠다.



베를린에서 굳이 먼 거리의 쾰른까지 온 이유는 단 하나, 쾰른 대성당 때문이다. 2008년 1월에 혼자 쾰른에 왔던 적이 있다. 그 때 쾰른 대성당을 보고 한참 동안이나 넋이 나가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유럽엔 수많은 멋진 성당들이 있지만 쾰른 대성당은 감히 가장 볼만한 건축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 건물을 카톨릭 신자인 아내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었다


쾰른에서 돔(대성당)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중앙역에 내리자 마자 바로 눈 앞에 돔이 나타난다. 보는 순간 그 규모와 고딕 첨탑에 압도되었다. 이전에 본 기억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치 새로 본 것처럼 감탄했다. 종교가 없는 내가 이정도니 카톨릭 신자인 아내는 오죽했으랴. 이번 독일 여행에서 두 번째로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 뒤로 마리엔 다리를 보러 올라가다가 본 경치가 첫 번째, 그리고 쾰른이 두 번째.

쾰른 대성당은 시간대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이 굉장히 다르다. 어떤 때는 우아하고, 어떤 때는 신비롭고, 또 어떤 때는 위압감을 준다. 쾰른에 있는 내내 계속해서 마주친 돔이었지만 전혀 질리지 않았다. 이것 하나 만으로도 쾰른에 오게 만들기에 충분한 참 대단한 건축물이다.


내부도 인상적이었다. 가끔 유명한 성당은 입장에 돈을 받는 곳들도 있지만 이곳은 무료라 좋았다. 내부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엄청난 규모의 스테인드 글라스였다. 마침 성당 내부로 들어오는 빛과 어우러져 굉장히 성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수인이도 뭔가를 아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였던지 유모차에 앉아 유독 조용히 있었다. 절에 가면 저절로 조심스러워지는 것처럼 이곳에서는 종교와 상관없이 그 성스러움에 눌려 말 조차도 크게 할 수 없었다. 내부에 초를 피우는 곳이 있어서 우리도 하나 올렸다.


'수인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해주세요.'


아빠 엄마에게 늘 최우선은 우리 딸이다. 전에는 믿기 어려웠지만 그것 하나면 정말 충분하다. 아이를 낳고 나니 비로소 알겠다. 세상에서 나만큼 사랑하고 위하는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내와 우리 딸이다. 나만 알았던 나에게 사랑이 가지고 온 가장 큰 고마운 변화다.


수인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우리의 바람도 +1
함께 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성당은 쾰른 중심부의 어디서든 보인다. 강 건너서도 보임은 물론이다. 덕분에 길도 잃지 않게 되고, 쾰른의 거의 모든 사진에도 다 등장한다. 뗄레야 뗄 수 없는 쾰른의 핵심이자 알파요 오메가다. 이렇게 상징이 명확한 도시도 드문데 신기할 따름이다. 돔이라는 이름의 지역 맥주까지 있을 정도!


타워에 올라가서 주변 경치를 한 번 살펴보았다. 여기서 재미있었던 것이 창문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이었다. 보통 전망대에 가면 사진을 찍어놓고 그것에 설명을 써놓아서 그것과 경치를 비교하면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곳은 주요 랜드마크의 위치에 동일한 그림을 그려 놨었다. 그 그림에 눈높이를 맞추면 그림과 실제 건물이 겹쳐 보인다. 덕분에 어디가 어딘지 설명과 번갈아가며 볼 필요도 없어 감상하기에 훨씬 편리했고,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이디어 참 좋네. 새로운 것을 배워간다.



쾰른은 느낌이 참 좋은 곳이다. 상당 부분은 기대보다 더 많은 놀라움과 감동을 준 쾰른 대성당 덕분이다. 안 왔으면 어쩔뻔 했나. 이번만큼은 수인이가 기억을 못 할 것이라는 점이 아쉬워서 수인이와 약속을 했다.


"수인아, 너 크면 여긴 꼭 다시 오자. 알았지?"


부정은 없으니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이 핑계로라도 다음에 꼭 다시 와야겠다. 성장한 수인이에게도 쾰른 대성당의 놀라움을 선물하기 위해. 수인이가 이 말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아빠에게 졸라줬으면 좋겠다. 그럼 못 이기는척 다시 한 번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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