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리솜 포레스트 리조트
언젠가 TV를 보다가 우연히 숲 속에 있는 멋진 숙소를 발견했다. 찾아보니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시작으로 몇몇 곳에 나온 리솜 포레스트라는 리조트였다. 여기다 싶어서 찾아보았다가 좌절했었다. 회원만 숙박을 할 수 있었고, 그 회원권이 당연하게도 매우 비쌌기 때문이었다. 정말 아쉬웠는데 올여름에 갑자기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회사에 올라온 한 게시물을 통하면 비회원이라도 예약을 할 수 있었고, 그 글을 본 즉시 예약을 했다. 작년에도 제천에 가족 여행을 갔었는데 거의 1년 만에 다시 방문한 제천이었다.
리조트는 제천의 박달재 자연휴양림 바로 옆에 있다. 6월이라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니라 크게 막히지 않고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충청북도라지만 산속 깊이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 차로 거의 4시간이 걸리는 먼 곳이다. 처음에 갈 때는 너무 멀어서 괜히 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녀온 뒤로 그런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한적하고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이른 여름휴가였다.
체크인을 하면 숙소까지 카트를 태워준다. 산기슭 곳곳에 숙박동이 별장처럼 떨어져 있기에 체크인과 체크아웃 때는 무료로 카트를 이용할 수 있다. 아이가 있으면 요청 시 계속해서 무료로 탈 수 있는데 그 뒤로 탄 적은 없었다. 산책만 해도 충분히 좋아서 굳이 카트를 이용할 필요조차 없었으니까. 중앙의 체크인 센터에서 카트 타고 약 5분을 간 끝에 우리가 1박을 할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물론 부끄러우니까 짐을 들어준 사람이 간 뒤에.
"우와! 여기가 우리가 묵을 곳이라니!"
산속에 포근하게 위치한 숙소는 일반 콘도처럼 번잡스럽지 않았고, 3층 정도로 구성된 별장 느낌이라 윗집에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우리와 같은 층에는 아무도 없기에 마치 전용 별장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공기는 맑고, 수인이가 마음껏 뛰어다녀도 문제가 없고, 침구는 깔끔했다. 언제나 이런 숙소를 원했는데 이곳이 바로 딱 그런 곳이었다.
이곳은 객실에서 취사가 정책적으로 안 된다. 어차피 수인이 때문에 방에서 고기를 굽거나 하지도 못하는 우리에겐 차라리 마음이 편한 정책이다. 숙소도 확인했고 짐도 풀었기에 수인이와 늦은 점심을 먹으러 다시 리조트 중심으로 향했다. 한식당이 있는데 가격이 살짝 비싸긴 했지만 깔끔하고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어차피 휴가란 돈 쓰는 것, 일단 돈 걱정은 접어두고 마음껏 즐겼다.
수인이는 드디어 걷는다! 돌이 훨씬 지난 뒤에 떠났던 후쿠오카/유후인 여행에서도 못 걷기에 언제나 걸으려나 했는데 드디어 걷는다. 그것도 매우 능숙하게. 아예 처음부터 잘 걸으려고 늦게 걸었나 보다. 수인이가 걸으니 여행의 양상도 이전과 상당히 많이 달라졌다. 전에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아빠 엄마가 원하는 대로 다녔다면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수인이 중심으로 이동이 정해진다. 우리는 계속해서 수인이를 따라다녔다. 혹시나 넘어지지는 않을지, 위험한 곳으로 가지는 않을지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그래도 이전보다 훨씬 더 즐거웠다. 이제야 비로소 수인이가 조금은 더 좋은 여행 동반자가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흔히들 여름 여행하면 바다를 떠올리지만 어린아이와 함께 하기엔 바다보다는 숲이 훨씬 더 좋다. 게다가 이제 수인이는 걸을 수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바다에 간다고 해서 해양 레포츠를 할 것도 아니고, 그냥 계속해서 바다만 바라보고 있기엔 아이가 금방 지루해한다. 모래사장도 아이가 걷기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에 숲은 시원하고, 아장아장 걷기에도 좋은 환경이고, 공기도 좋다. 녹색을 마음껏 보면 정서에도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부모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이곳은 건물들도 듬성듬성 있어서 한적하고 여유로우니 금상첨화. 걷다가, 유모차에 태워서 이동하다가, 또 걷다가 하며 숲을 마음껏 즐기다 보니 수인이와 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솜 포레스트 리조트가 좋았던 다른 한 가지는 바로 물놀이였다. 산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멋진 노천탕들도 있고, 실내에는 아이가 놀기에 적합한 워터파크도 있었는데 그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스릴을 추구하는 그런 워터파크가 아니라 가족이 와서 즐기기에 좋은 그런 곳이라고 할까. 어른들은 여유롭게 온천을 즐기고, 아이들은 유수풀과 미끄럼틀을 즐기면서 함께 노는 그런 분위기. 물론 우리는 수인이를 따라다니기 바빴다. 물기가 있는 곳은 미끄러지기 쉽기에 더욱 주의를 해야 했다. 그래도 예전에는 물을 무서워하던 수인이가 이제는 물을 좋아해서 다행이다. 이렇게 하나씩 즐거움을 알아가는 것을 보면 기특하기도 했다. 어느새 많이 컸구나 우리 딸.
1박 2일은 금방 지나갔다. 저녁에는 제천 시내 쪽에 가서 먹거리를 간단하게 사 와서 먹기도 했다. 취사는 안 되지만 그래도 숙소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지. 밤이 되니 주변은 더욱 고요하고 하늘에는 별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 하늘을 바라보며 수인이와 함께 숙소로 돌아오는 길, 문득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 정도 회원권 하나 살 수 있어서 언제든지 쉽게 놀러 올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수인이가 생긴 뒤로 그런 욕심이 더욱 커져간다.
아무튼 행복한 하룻밤이었다. 이렇게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나면 언제나 뿌듯하다. 이제 수인이가 말만 하면 되는 건가. 여행지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기억되는 수인이 덕분에 여행이 더욱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