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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Oct 24. 2017

어떤 기다림

이집트 다합, 밤낚시 03.09.2017




이집트 다합, 밤낚시 (03.09.2017)



늦은 밤 수잔을 포함한 일곱 명의 친구들은 만선을 꿈꾸며 나무배에 올랐다.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니 검푸른 수평선 위로 보름달이 떠 있었다. 잔잔한 파도 위엔 달빛이 흩어져 내려 넘실댔다. 배가 멈추자 그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 낚싯줄을 내렸다. 이어지는 평화로운 정적, 배 밑으로 물이 찰박 이는 소리만 작게 들려올 뿐이었다. 미세한 바람도 특정한 온도도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공기 속에서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모서리에 걸터앉아 바다에 발을 담근 채 멀리 마을 빛을 바라보는 정간호사.

웅크려 앉아 어둠속 멀리 보이는 정체모를 빛을 쫒는 수잔.

서로 어깨에 기대 말없이 앉아있는 폴라와 드러머.

달빛을 쬐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유.

그런 유의 다리를 배고 누워 조심스레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는 홍해.

뱃머리 쪽에 떨어져 앉아 담뱃불을 빨아 넘기는 김잠수.


그들의 정수리와 어깨는 달빛으로 은은한 빛이 났다. 수잔은 고개를 돌려 친구들을 바라보며 문득 자신들의 모습이 이름 모를 소설의 주인공들 같다고 느꼈다. 각자 자신만의 멋진 이야기들을 가진, 그런 주인공.

나무배는 4시간가량을 조용히 바다 위를 떠다녔다. 그날 잡은 물고기는 단 한 마리뿐이었다. 하지만 배에서 내리는 그들의 얼굴엔 만선의 기쁨보다 더 충만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어떤 기다림에 무엇을 만났는지, 일곱 명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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