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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Sep 06. 2024

소설 _04. 루머

소설-  _ 04. 말로써 시작된 사달

흐드러지게 폈던 벚꽃이 질 무렵,  이차은의 시신이 수습되고 국과수 부검이 끝났다. 그러자 수사는 지체할 것 없이, 타살 정황이 없는 극단적 선택으로 빠르게 종결되었다. 

사건이 매듭지어지는 이날 어디에선 가는 다른 불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 기사가 발표되던 당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큰 화재 사건이 일어나 많은 사상자를 남겼다.

대피하지 못한 몇몇의 사람들이 불길이 치솟는 호텔 창가에 필사로  매달려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다급한 광경이 펼쳐지고, 호텔 전체에서 시커먼 연기가 지옥처럼 사방으로 번져 나가는 상황에도, 모여든 인파에 섞인 서넛 즘은 그야말로 장관이라는 듯 히죽거리며 불구경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숨은 그림처럼 구석에 어둡게 박혀 있었지만 그 괴기한 표정은 오히려 또렷하게 인식되었다.


이런 유의 사람들이 달아 놓은 글들일까? 짧은 부고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엔 추모는커녕 고인을 모독하는 댓글이 어김없이 달려 있었다. 

내가 한강 어귀에서 그녀의 남편을 보지 않았다면, 또 엄마의 얼굴을 빼닮은 그녀의 생김새가 내게 각인되지 않았다면, 그런 댓글들을 보며 ‘아 이런 한심한 인간들’하고 대충 넘겨 버렸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일방적으로 무언가 그녀의 인생의 어느 한 부분으로 들어와 버린 것 같았던 나는 마치 유족처럼, 아니 적어도 그녀를 아끼던 가까운 지인 마냥 이런 글들이 몹시 불편했다.


 집요한 몇몇의 사람은 사건의 앞 뒤 맥락과 수사결과 와는 별개로 어떻게 해서든 알지도 못하는 한 여자의 죽음을 치정 사건으로만 몰아가기 바빴다.

실은 그녀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것뿐인데 이런 것쯤으로 실종 기사를 내냐 하던 사람들이 사건이 마무리되어 발표되자 말을 바꾸어 달려들었다. 단순 가출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내연남이 죽였을지 모른다는 것과, 다른 혹자는 그녀의 외도를 알게 된 남편이 부인을 죽이고 실종 신고를 한 게 틀림없다는 확신을 굽히지 않기도 했다. 


 




그 옛날 엄마가 죽고 난 우리 집에도 몇몇 시답지 않은 소문이 있었지만 어린아이인 내가 듣기에도 허무맹랑 해 거의 잊어버렸다.

마치 불구경하듯 남의 불행에 희희낙락하며 헛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같이 울어 준 선한 마음의 이웃들 속에 숨어 있었을 것이다. - 그 비율은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관심인 척 비방을 만들어, 없는 말을 지어내던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그 진의가 시기 어린 마음이나, 적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해도 말로써 옮겨진 사달은 확실히 엄마의 죽음에 깊은 관련이 있었다.


아빠가 등나무의 기운에서 뻗어 나왔다 믿었던 꼬임은 실은 외삼촌의 말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글 반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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