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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 싸움을 시작하다

나의 한계를 확인하는 시간

by J제이


<2025. 1월 9일, 목요일> (24일 차)

- 날씨 -7도

- 운동시간 35:00

- 운동거리 4.29km

- 소모칼로리 215kcal

- 뛴 장소 : 서호공원


한파주의보라 살짝 긴장되었다.

점심시간에 은근 운동하는 사람이 많은데, 오늘은 공원을 전세 낸 기분이다. 사람이 거의 없네.

강풍이 등을 밀어주기도 하고 가로막기도 했다.


'워~ 워~ 선생님 너무 빠릅니다. 천천히 좀 밀어주세요'


몸이 날아가는 건 아닐까 당황될 정도로 강한 바람이다. 춥긴 하구먼.

이런 날씨인데도 땀이 나네. 러닝 끝날 때쯤엔 강풍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한파주의보에도 내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허세를 부리며 러닝 완료.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며 '이게 행복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뿌듯하고 개운하고 자신감은 충만하고. 좋다!

뛰고 난 후의 즐거움이 러닝의 매력일까?



<2025. 1월 10일, 금요일> (25일 차)

- 날씨 -7도

- 운동시간 1:48:00

- 운동거리 12.5km (중간에 핸드폰 조작을 위해 몇 번 멈춤)

- 소모칼로리 830kcal

- 뛴 장소 : 동네 주변 멀리까지


오늘은 휴가다. 특별히 일이 있는 건 아니고 남은 연차 소진하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오늘은 시간이 많으니 길게 오래 달려볼까 계획 중이었다.


평화주의자인 나, 싸움을 시작하다.

늙기 전에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산티아고 800킬로미터를 걸어서 완주해 보는 거다.


가끔 나의 인내심을 시험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망치는지, 참고 꾸역꾸역 끝까지 해내는지 말이다.

기억은 안 나지만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그런 결심을 했던 거 같다.

내가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심하게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


그런데 오늘 느꼈다. 산티아고는 개뿔.

러닝으로도 충분히 나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겠더라.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내 한계를 시험하는 데는 장소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워치 기준으로 8킬로 뛸 때쯤부터 한계가 왔다. 죽을 거 같다.


'30분 달리기' 코스를 켜고 런데이 수행 중에 전화가 와서 받고 끊었는데,

그 뒤로 런데이가 멈춰있었다. 윽, 아까운 내 기록.

어쩐지 성우가 너무 조용하더라.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초반에 "오늘은 제가 말을 많이 안 할 겁니다" 멘트에 참고 기다렸었다.


'30분 달리기' 종료하고 '1km 달리기', '5km 달리기'도 차례로 누르고 뛴다.

챌린지 완료용으로 이것저것 도전 중이다.


오늘 10킬로 넘게 뛰었다. 오~ 나 10킬로도 뛸 수 있을 거 같은데.

내일은 죽.었.다. 온몸의 근육 위치를 확인하는 시간이 될 테지?

mountain-7011121_640.png 나의 한계를 시험하다



<2025. 1월 11일, 토요일> (26일 차)

- 날씨 -3도

- 운동시간 11:20

- 운동거리 1.09km

- 소모칼로리 130kcal

- 뛴 장소 : 동네 여기저기


어제 너무 무리해서 오늘은 1km 만 달리기로 한다.

제일 불편한 곳 무릎, 골반, 허리 순이다. 자세를 바꾸기만 해도 뻐근하니 불편하다.

자기 과신, 욕심부리지 말라했는데. 엊저녁부터 시작된 근육통이라 무서웠다.

마무리 스트레칭도 꼼꼼히 하고 일찍 잠에 들었는데 아침이 돼도 여전하다.

오늘은 패스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마침 런데이 8주 차도 끝이 났고.

치과 다녀오는 길에 그래도 칭찬 도장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1킬로 조금 돌아서 집까지 천천히 뛰어 오는 걸로 타협함.




<2025. 1월 12일, 일요일> (27일 차)

- 날씨 -4도

- 운동시간 40:00

- 운동거리 4.99km

- 소모칼로리 252kcal

- 뛴 장소 : 서호공원 근처


엊그제 10킬로 넘게 뛴 뒤에 살짝 기대했나 보다. 하루 몸을 쉬어주기도 했고.

오늘 다시 평소처럼 5킬로 뛰는데 좀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품었었다.

김칫국을 마셨구먼. 헛다리 짚었군. 역시 경험하지 않은 건 이론과 차이가 난다.

매 러닝은 별개로 힘든가 보다.

sticker sticker

요행을 바란 건 아니지만 다리도 가볍고 호흡도 조금 편하면 얼마나 좋을까.


선크림 바르기가 귀찮아서 마스크를 쓰고 달렸다.

마스크 안쪽에 짭짤한 땀이 송골송골 맺히다가 흐른다. 땀은 소중하다.

쿨다운 마무리 걷기 시간에는 세상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거 같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아, 맞아. 이게 러닝의 순기능이었지.

귀에 들리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러닝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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