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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작가 Apr 20. 2019

선물

 떨리는 마음을 숨기고 선물을 주었다. 눈치를 보며 상대의 눈을 스쳐 지나가듯이 쳐다본다. 무표정의 상대는 고맙다는 말을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가 보인다. 그럴 때면 섭섭함이 쓰나미가 되어 밀려와 나를 덮친다. 답답한 마음을 그에게 표현하고 싶지만 내색을 하고 싶지도 않다. 괜스레 그에게 핀잔을 주고 그와의 거리를 만든다. 그리고 조만간 왜인지 모를 보고픔이 다시금 찾아온다. 이 이야기는 한 번쯤 누구나 경험하는 작은 아픔이다.


 우리 모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기뻐할 만한 행동을 한다. 그리고 그의 반응을 살핀다. 그가 기뻐하면 나도 덩달아 기쁘고 좀 더 친근해지고 가까워진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 때면 나도 모르게 그에게 불친절해지고 그가 싫어진다. 잠깐 그에게 활 쏘는 시늉을 하면 그는 화들짝 놀라 나무 뒤로 숨는다. 


 우리가 마음을 주고받을 때 저지르는 큰 실수 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도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그와 나는 20년 이상 살아온 지붕의 색깔이 다르고 마신 물이 달랐다. 그리고 만났던 사람도 달랐다. 그래서일까 많은 것들이 달라서 생각 역시 꽤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대화를 해야 한다. 진정 그를 아낀다면 그의 언어로 이야기해보자. 러시아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는 러시아어로 '사랑해요'를 말해야 한다. 러시아 언어로 '사랑해요'를 알기 위해서는 단어, 발음, 발성 모두를 배워야 한다. 꽤 성가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상대방에게 다가갈 때 그의 사랑의 방정식을 먼저 알아가자. 그리고 사랑을 속삭이자. 

모든 사랑에는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다. 부모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선후배 사이의 사랑 그리고 연인 혹은 부부간의 사랑 모두 지대한 노력이 들어간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감정 소모라고 말하며 경제적 비용 개념으로 환산하기도 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돈으로 메길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사랑은 돈으로 바꾸어서는 안 되는 가치이다. 비록 시간이 걸릴지라도 상대를 위한 그 사람만의 사랑의 방정식을 연구해보자. 그리고 느리더라도 조금씩 이해해보자. 그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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