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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번 가보고 싶었어, 태국명상 여행 (6)

명상, 내 마음 끝까지 바라보는 것

"명상을 하다 보면 여러 생각과 감정이 요동칠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이런 감정이 드는구나 알면 됩니다. 생각과 감정이 들 때마다 다시, 나 자신에게도 돌아오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다음 단계는 강한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고, 분류하고,  그리고 그 생각과 감정이 지나가도록 하세요 (let it go). 그러면 사라지게 됩니다.

강한 마음을 가지게 되면, 제대로 문제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될만한 일을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주지스님은 내게 어디서 왔는지, 명상을 얼마나 해왔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명상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셨다. 태국식으로 비스듬히 무릎 꿇고, 고개 들어 한참 올려다보니 굉장히 몸이 불편하다. 주지스님의 영어도 아주 유창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를 불러 직접 말씀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시간이 흐른 뒤, 아까 나를 안내해 주셨던 여승께서 스님이 써주신 쪽지를 건넨다.

이것이 명상인가, 지금 현재에 살며, 숨 쉬며 살아있는 이 순간 나의 몸과 마음을 아는 것.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나와 함께 있으며 나를 마주하는 것.


순간, 깨달았다. 지난 며칠 동안 난 태국에 있었지만, 사실 서울에 있었구나. 몸은 지금 여기 있었지만, 사실 괴로웠던 과거, 불안한 미래에 있었구나.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집중하자. 모든 생각과 감정을 내려놓고.

그런데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순식간에 공허함과 허무함이 몰려왔다. 내가 가지는 이 감정, 이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다 내보내면 그다음에 무엇이 남는 것인가. 나를 괴롭히는 일들, 내가 가지는 감정, 이것은 나만 겪는 일이 아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감정. 오래전에 누군가도, 먼 미래의 누군가도 겪을 일. 왜 이리 아등바등 이었나. 왜 그리 고통스러웠나. 모든 게 너무나 허무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난 이후, 모든 것의 결론이 이 공허와 허무함이라면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이렇게 공허한데, 어떻게 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죽음을 갈망하거나, 생각하지 않고, 이 공허함을 가진 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수행자로서 머무른 마지막 날, 주지스님은 나의 아런 질문에 다시 답해주셨다.


"공허함, 나에게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없구나 하는 마음. 그런 마음을 보게 되었군요.

그 공허함을 관찰해 보세요. 들여다보고 그 공허함에 대해 깨닫게 되면, 변하고,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또 언젠가 또 다른 공허함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공허함이라는 것도 매번 변화하는 거예요. 볼 때마다 달라질 것입니다. 그 때마다 공허함을 보고, 보내주면 됩니다. 공허함은 실재가 아니고, 변화할 뿐입니다.


Mindfulness를 갖도록 연습해 보세요. Minfulness는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컨트롤하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지 아는 것입니다. 그런 mindfulness를 갖게 된다면, 올바르게 말하게 될 것입니다. 분노하지 않고,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 일하는 것 모두에서 그렇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와 언쟁을 하게 되지도 않고, 그러면 문제가 생기지도 않게 될 것입니다.

누구나 mindfulenss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강하지 못할 뿐입니다. 어떤 문제든, 그것을 관통해서 보는 힘을 키우도록 하세요. 이런 mindfulness가 없다면, 잘못된 생각, 말, 행동, 말을 하게 되고 고통이 올 것입니다.


마음에는 두 레이어가 있습니다. 중심에는 평온하고 강한 나의 마음의 본질이 있고, mindfulness는 그 본질적인 나의 마음을 보호해 주는 방패가 되어줄 것입니다. 


지금 이곳에서 당신은 평화를 느끼겠지만,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평화를 지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잠시라도 명상하도록 하세요. 매일 자기 전 20분이라도, 명상하면서 마음을 들여다보고. 하지만 자신을 너무 많이 통제하려고 하거나, 자신에게 너무 관대해져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하세요.

마치 운전을 하는 것처럼 하세요.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치우침 없이 중도의 길로 가도록."



나는 명상이라는 것이, "마음을 비우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게 아니라, 나의 마음의 상태, 생각의 상태를 깨닫고 알아차리고, 내 몸을 떠나 있는 내 마음을 다시 내 안으로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끝까지 집중하는 것이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메타인지, 나의 초자아 (super ego)가 깨어있도록, 나 자신을 들여다보도록, 연습 또 연습하는 것. 나 자신을 똑바로 눈뜨고 마주하는 것.



명상 프로그램 참여 중에는 핸드폰을 쓸 수 없어서, 하나도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나는 마지막 하루는 다시 일반인 관광객 모드로 이곳을 다시 찾기로 했다. 관광객이라면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묵언수행 계율에서도 조금 자유로울 수 있으니 말이다.


눔폰씨는 네스카페 인스턴트커피를 봉투에 한가득 담아 쥐어주었다. 한국에 커피 많아요, 난 괜찮아요 했지만 소용없다. 선물 주고 싶은데 지금은 이것밖에 줄 게 없다며.

구글 번역 앱이 있으니, 이제는 조금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


"남편이랑 같이 이렇게 와서 명상하는 게 좋아 보였어요. 나도 이렇게 같이 명상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구글 앱은 아직 한국어-태국어 번역이 완전치는 못한가 보다. 하지만 뜻은 전달된다.


"명상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려면, 명상하는 곳으로 가야 해요. 그러면 당신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예요. 나는 착하고, 정직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길 항상 기도했어요. 당신도 그런 사람을 기도하면 그런 사람을 찾게 될 거예요."


명상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사람들은 주로 슬플 때 명상을 하죠. 어느 영향을 미칠 수 있긴 하겠지만, 슬플 때만 기도하면 가슴 깊은 곳을 흔들 순 없어요.

가능하면 자주, 오래 명상을 하도록 하세요. 오래 할 수 없다면 매일 자주. 명상을 하면 삶의 모든 측면에서, 내가 나아지는 것을 느끼게 될 거예요. 명상하는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겨도 심각해지지 않아요."

 

내 인생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곳에서 만난 스님들과 수행자들, 낯선 이에게 친절을 베풀어준 이들을. 모두가 내게 스승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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