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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실력은 꽝이지만, 제빵은 한번 배워볼까

제빵기능사 실기 과정 도전!

빵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반복 작업이 아니다.

빵을 만드는 것은 삶과 같다.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운 도전이 존재한다."

 - 리처드 베이커


며칠 전 오랜만에 김치전을 부쳐먹고, 그날 밤 설사를 다섯 번이나 했다. 한 면은 너무 태우고, 다른 한 면은 설익었다. 세상에 맛난 음식 너무나 많은데, 이런 맛없는 걸 먹다니. 역시 내가 만든 요리는 먹을 게 못된다.


하지만! 한 번쯤 제빵을 배워보고 싶긴 하다. 빵순이의 로망이랄까.

국비지원 교육 프로그램 리스트에서 가장 먼저 찾아본 제빵과정.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창업, 구직관련한 직업훈련에 초점이 맞춰진 거라 홈베이킹 수업 같은 건 없다. "기능자격사"같은 자격증반이 있을 뿐이다. 어쩔 수 없지 뭐, 이렇게 된 김에 자격증에 도전해 볼까 보다.



"제과제빵, 요리 관련 수업을 취미로만 듣고 이후에 경제활동으로 연계가 안되면 언젠가 국비지원이 더 줄어들거나 끊길 수도 있습니다. 이미 AI라든지 컴퓨터, 신기술 관련한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고 있고, 정부입장에서는 경제를 생각할 때 그게 더 효과적일 수 있거든요.

이 수업을 듣고 그냥 끝내지 말고, 이왕이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관련 업종에서 일해 보세요.

제빵 관련해서 일자리는 언제나 있습니다. 일하려는 사람이 없는 게 문제지, 자리가 없는 게 아닙니다. 나중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학원으로 연락 주세요. 베이커리 하시는 분들이 사람 구하기 위해서 저희 학원에 직접 연락하시기도 하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나도 이 수업을 조금 더 전문적인 수준의 취미로 생각했지, 나중에 베이커리에서 일하거나 창업을 한다던가 하는 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막상 첫 시간, 강사 선생님께서 이런 얘기를 하시는 걸 보니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싶다. 학원 입장에서는,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게 절실한 기회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제빵은 과학이다. 정확한 계량, 정확한 온도, 정확한 시간, 정확한 손놀림, 정확한 이음새와 모양. 모든 게 딱딱 들어맞아야 한다.

반죽온도가 27도가 되기 위해서는 물온도가 37-40도가 되어야 하고, 반죽이 두 배로 부풀기 위해서는 적절한 습도와 온도의 발효 환경이 필요하다. 정확한 모양이 나오기 위해서는 반죽을 정량으로 잘 배분하고, 일정한 압력을 주어 평평하게 펴고, 삼등분해서 접고 오므리고. 노릇노릇 부드러운 결로 잘 굽기 위해서는 굽기 시간이 일정하고, 열이 골고루 잘 전달되도록 굽기 시간 2/3가 지나면 앞뒤 위치도 바꿔줘야 한다.  


베이글은..  그냥 사먹자!

3-4시간 만에 성과가 정확하게 나오는 제빵.

고소하고 달콤한 향, 오봉 하게 솟아오른 빵의 따뜻한 온도, 부드러운 하얀 속살의 결, 한 입 베어물 때면 기분도 한결 좋아진다.

이것을 업으로 삼아, 수십 개, 수백 개 빵을 정신없이 만들어내야 한다면 이것도 스트레스겠지만. 친구는 왜 이런 자잘한 거 하면서 시간 보내냐 타박도 했지만.


빵을 만든다는 것은 작지만, 기분 좋은 성취감이 드는 일이다.

밀가루, 물, 소금, 가장 기본의 재료로 오랜 역사동안 인류를 먹여 살린 일 중의 하나. 사람들과 먹을 것을 나눌 수 있는 일.

새삼, 제빵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먹고사는 아주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


그나저나 제빵기능사 시험에 나오는 빵들은 매우 기본적인 것들이다.

그리고 레시피도 아주 기본적이다. 요즘엔 워낙 좋은 밀가루, 버터도 많이 쓰고, 물대신 우유 많이 쓰는데, 역시 시험은 시험인지라, 아주 기본재료로만 만든다. 레시피 자체가 오래된 것일 수도 있고, 시험용이니까 이게 가장 경제적으로 효율적일 수도 있고.

그래도, 이 과정을 수강하면 나중에 홈베이킹 뭐든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제빵기능사 필기시험은 객관식 60문제를 60분 내에 풀어야 한다. 60점이 커트라인.

사실 유튜브에 이미 이론설명부터 문제풀이까지 다 잘 정리된 곳들이 많아서, 책을 굳이 사서 공부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기출문제 중에서 나오는 시험이라, 이틀 정도 바짝 벼락치기도 가능한 필기시험. 단, 실제 시험에는 책이나 유튜브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도 몇 문제 있었다. 몇 개는 아예 찍고 넘어가야지라고 마음먹으면 편하다.


빵선생의 과외교실 - YouTube

파이팅혼공TV - YouTube

베이커리넷 - YouTube


그나저나 20개 레시피를 집에서 연습하기란 쉽지가 않다. 큰 사이즈 믹싱기도 없고, 아직 글루텐 형성 80%, 90%, 100% 구분이 어렵다. 손에 적당한 압력을 주고 반죽을 정형하는 "둥글리기" 연습도 필수인듯한데. 아직 손에 익지 않아 어색하다.

시험 때는 한 번에 식빵 4개, 베이글 12개, 그리시니 42개씩 만들어야 한다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을 듯하다. 실기 합격률은 50% 정도. 당일 같이 시험 보는 사람들 실력도 중요하다고 한다.


사실 베이커리에서 일하기 위해 자격증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그래도 빵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그래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는 데는 유용하다.

실기를 배우는 것도 마찬가지. 꼭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시험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기계를 다뤄보고, 한 번에 여러 개 만드는 연습을 해보는 건 유용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도 재미있고, 다른 수강생들로부터 이런저런 정보도 얻고.


점심약속 때문에 굽기 마치지 못하고 먼저 자리 뜬 날, 같은 팀 조원이 내 몫의 빵을 데스크에 맡겨놓고 가셨다. 따뜻하고 향기로운 빵, 그리고 따뜻한 마음.

그렇게 제빵은,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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