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이동은요,
선천적인 이유로 휠체어를 타게 되는 아이들은 비장애인 아이들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유아차(유모차)를 탄다. 비장애인 아이들이 독립 보행하며 놀이터를 누빌 때쯤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은 병원과 센터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보행 훈련을 한다. 이 시기 부분적으로 보행이 가능한 아이들은 흔히 워커라고 불리는 보행기의 도움을 받아 보행 연습을 하고, 아이들의 주된 이동은 대부분 부모님이 밀어주는 유아차로 하게 된다.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첫 휠체어를 선뜻 맞춰주기 망설이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휠체어를 타게 되면 아이가 ‘지금까지 해왔던 보행 훈련을 더 이상 하지 않으려 할까 봐’ 하는 걱정 때문이다. 확실히 휠체어에 앉아 전동 기능까지 한 손으로 사용하면, 힘들게 워커를 짚고 보행 훈련을 할 때보다 훨씬 더 편하게 이동할 수 있으니, ‘아이들이 걷기 연습을 멈출까 봐’ 하는 불안이 부모님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하루는 이런 고민을 털어놓던 부모님께 대표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이동이 결코 노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보조기기의 도움으로 이동을 더 편하게 하고, 그렇게 아낀 에너지를 아이가 치료와 훈련에 집중할 수 있게 쓰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말씀이었다.
휠체어 회사에 다니면서 연차가 쌓일수록 ‘이동’은 물리적인 공간을 넘나드는 것을 넘어, 훨씬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제품의 사용 목적은 수동 휠체어에 장착하여 추진력을 제공해 휠체어 사용자의 이동을 더욱 편리하게 돕는 것이지만 우리 제품을 사용하며 가장 좋았던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더 멀리 이동할 수 있어요.”
“더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요.”라는 답보다,
“스스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게 아이에게는 정말 큰 행복인 것 같아요.”
“엄마와 나란히 손을 잡고 산책할 수 있어 좋아요.”
“친구들이 자전거, 킥보드를 탈 때 함께하지 못했는데, 이제 같이 놀 수 있어요.”
와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휠체어 사용자에게 이동은 때로는 혼자 독립적으로, 때로는 함께 참여하며 만들어가는 일상의 순간들로 기억되고 있었다.
나에게 이동은 무엇으로 기억되고 있었더라.
“거기까지 가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려?”
“거기까지 가는데 어떻게 갈 수 있어?”
“와, 진짜 순간 이동하고 싶다.”
나에게 이동은 과정 따윈 생략한 채 어떻게 하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물리적 공간을 넘나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이동은 일상 그 자체일 수도 있다는 것을 회사를 다니며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