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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 Aug 22. 2023

청첩장. 누구에게 줄 것인가 누가 올 것인가.

지금까지 받아만 봤지 준 건 처음이라

이제 한 달도 안 남았습니다. 부지런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와중에 가장 어려운 일을 요즘하고 있습니다. 청첩장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

같이 일하는 분들께 종이 청첩장을 2주 전에 돌리고, 회사 홈페이지에 3주 전에 올리자고 이야기했습니다. 핸드폰 주소록, 카톡 목록을 봤습니다. 어릴 때는 연락처 1,000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169개입니다. 카카오톡 친구는 421명인데 이중에 내가 연락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생각이 많아집니다. 주변에 축의금, 부의금을 보내면 다 적어놓던데 저는 그런 것도 없네요. 내가 결혼식에 갔던 사람들도 누가 누군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종이 청첩장은 3개월 전에 만들어 종종 만나는 지인 모임에 가서 결혼 소식을 알리고 청첩장을 드렸습니다. 다행히 다들 축하해 주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이제 애 키우느라 정신없는 동기들에게 소식을 알렸더니, 비록 미리 모이지는 못하지만 결혼식에 와준다고 합니다. 한 동기는 제 결혼식 때문에 여행 일정도 변경했다고 하더군요. 감동입니다. 

모바일청첩장을 만들어 가족에게 뿌리고, 연락처에 있는 몇몇 분들께 보냅니다. 약간의 인사말과 링크를 보냅니다. 제가 받을 때는 고지서 같고, 사진만 휙 보며 넘겼는데 막상 내 일이 되니 누군가에게는 부담되고 무례할까 걱정이 앞섭니다. 그래도 생각나면 전화할 사람, 내가 결혼식에 갔던 사람, 축의나 조의를 한 분들을 대상으로 보냅니다. 보낼까 말까 고민이 되면 그냥 보냈습니다. 오고 안 오고는 그분의 판단이니깐요. 그분들의 의견을 존중합시다. 괜히 섭섭해지기도 하고 내 인생을 다시 되돌아보게 됩니다. 

결혼식장의 최소인원이 있긴 한데, 채우면 감사한 일이고 못 채우면 우리 돈을 쓰자고 남자친구와 이야기했습니다. 늦은 결혼이지만 요즘은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도 별로 없어 괜히 청첩장 보내기가 죄송스럽습니다. 요즘은 청첩장 모임이라고 친구들과 만나 밥과 술을 사며 제발 결혼식에 오십사 하더군요. 저는 친구도 별로 없고 평소에 만나던 사람들에게 얼굴 보며 겸사겸사 청첩장을 보내는 거라 내기도 하고, 얻어먹기도 하고 그랬네요. 

몇 명이나 올지 아직도 가늠이 안됩니다. 결혼하면 인간관계가 정리된다고 하던데, 축하한다며 꼭 가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가 하면, 읽지도 않고 씹힌 분들도 있어요.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며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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