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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징카 Jun 23. 2019

핀란드 대서사 7 : 자전거 분투기1

핀란드에서는 자전거가 필수품이다.

핀란드에서는 자전거가 필수품이다. 특히나 오울루 같은 도시에서의 이동은 걸어가기에는 대게 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다소 비싸거나 가까운 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 혹은 자전거로 이동한다. 그러므로 핀란드에서 장기간 거주하기로 결정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자전거를 구입하는 것이다. 오울루에는 교환학생들이 많이 오가고 있어서 그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쉽게 중고 자전거를 구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엔 학교 선배가 타던 자전거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선배의 자전거는 핀란드의 여름, 그러니까 1월부터 5월까지를 나면서 사용했던 자전거였고 크기가 다소 작았다. 그땐 길 위에 눈이나 얼음이 없었기에 발 구르는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한 겨울의 핀란드를 방문한 사람으로서 그 자전거를 꽁꽁 얼은 눈밭에서 타기에는 많은 고통이 따랐다. 자전거 좌석은 매우 좁아서 엉덩이가 아팠고, 고강도의 싸이클링을 하는 듯한 운동 효과로 인해 외출 뒤엔 앓아 누어야 했다. 중거리 외출이 망설여질 정도였기에 처음엔 내 자전거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핀란드인 친구 미아가 내 자전거를 보더니 깔깔 웃는다.


"와, 이건 족히 십 년도 더 된 자전거 아니야? 심지어 이거 유아용이야."


충격적이었다. 아, 나는 지금껏 유아용을 타며 도시를 활보한 것이었구나. 심지어 눈과 얼음 위를!

새삼 나의 체력에 놀라웠다. 한편으론 새로운 자전거를 어떻게 구할까 고민스러웠다. 이미 다른 교환학생들은 바통 터치하듯 자전거를 물려받았고 자전거 구입을 위한 새로운 채널을 알아보아야 했다. 미아가 핀란드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중고 플랫폼이라며 페이스북 페이지 링크를 하나 보내주었다. 그곳에서 한화로 약 오 만원 정도 하는 자전거를 발견했다. 아주 튼튼해 보이는 빨간색의 자전거였기에 망설임 없이 연락하여 거래했다.


거래 당일, 받아 든 자전거는 매우 멋졌다! 드디어 나에게도 안전하고 빠른 교통수단이 생겼구나.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오울루의 곳곳을 여행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매우 신이 나서 오울루 시내를 빠르게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앉아서 페이스북 메신저를 켜고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얘들아, 나 자전거 샀거든? 우리 내일 날리깔리 해변(Nallikari Beach) 가자. 나 이제 멀리 갈 수 있어."


나는 마냥 신났다. 내일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 채 말이다.




선배에게 건네받은 문제의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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