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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징카 Aug 26. 2018

핀란드 대서사 5 : 쿠킹 클래스

김밥을 말아본 적이 없었구나

<미아와 쿠킹클래스>


하얗고 둥근 것, 뭘까요? 

What is round and white? 

무민이 아니에요! 계란입니다!

Its not a Moomin, It's an egg! 


사진 동아리를 같이 하던 학교 선배 언니의 덕분으로, 여기서의 생활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있음을 감사하게 느끼고 있다. 동시에 연과 연 사이의 신비로움을 느끼고 있는데, 미아를 만나게 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금발 머리의 누군가가 페이스북 친구 추가를 했기에 받아주었더니, 메시지가 하나 왔다. 자기가 나의 학교의 선배랑 친하게 지냈었다고 했다. 자신이 듣는 수업에 나의 이름이 있어 연락한다면서 자기와 같이 팀프로젝트를 하지 않겠냐고 하는 것이었다. 먼저 연락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팀플을 같이 하자던 그 친절함에 감사와 편안함을 느꼈다. 결국엔 내 방에서 같이 김밥을 말다가 실패 한 뒤, 다 터진 김밥을 간신히 주워먹는 사이가 되었다. 


사실 미아는 한국인 남자친구가 있다. 그래서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에게 선뜻 호감을 가져주고 먼저 김밥 만들어 먹자고 얘기도 해주었는데, 생각해보면 비행기 타고 10시간이나 걸리는 핀란드, 심지어 수도 헬싱키도 아니고 항구도시 오울루에서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니. 인연을 중시하는 불교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되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남자친구가 보내준 김이 있다며 한국에서 온 김과 당근, 시금치 등의 김밥 재료를 사서 내 방으로 왔다. 모자른 재료를 위해 나와 함께 마트에서 여러가지를 사서 돌아오게 되었다. 덕분에 핀란드어가 가득한 마트에서 하나의 실수도 없이 닭고기와 쇠고기와 훈제연어를 구분하여 카트에 담을 수 있게 되었으나 쇼핑은 현지인과 해야함을 깨달았다.


이 날의 요리교실은 흡사 잉글리시 쿠킹 클래스와 같았다. 둘다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다 보니 가끔씩 생각나지 않는 단어가 있었고 마치 방송에서 퀴즈를 진행하는 듯 서로 요리하다 말고 허공을 향해 알 수 없는 퀴즈를 내기도 했다.


"What is round and white? It's not a Moomin!"

"It's an EGG"


재료를 다 준비하여 방안에서 김밥을 말아보자고 앉았더니 아차 싶었다. 나는 사실 살면서 한 번도 직접 김밥을 만들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아, 김밥을 말아 본 적이 없었구나. 


나보다는 한국인 남자친구가 있다는 그녀가 더 수준 높은 김밥을 만들었으며, 심지어 카자흐스탄 내 플랫 메이트를 손님으로 앉혀 놓았더니 있는지도 몰랐던 도마를 뚝딱 가지고 와서는 마치 김밥 전문가처럼 더 잘드는 칼로 김밥을 썰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남은 재료를 주워 먹고 잘 익은 계란을 훔쳐 먹는 애마냥 이들의 솜씨에 감탄했다. 내 방에 초대된 손님들이 만드는 들이 김밥을 만드는 장면이 신기해서 사진 찍었다. 


다음 날 내 플랫메이트 바얀은 어제 얻어먹었잖아 하더니 직접 점심을 만들어 대접해주었다. 그날 따라 눈위에서의 고된 싸이클링 때문에 기분이 울적하고  힘들었는데 그것을 먹고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 보았을 때 바얀은 무뚝뚝해 보였으나 사실은 귀여운 사람이었다. 


미아가 참치 김밥을 만드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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