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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방끈수공업자 May 07. 2020

우울한 포닥?

취업난 그리고 저임금...

[광고] 제 지난 연재 시리즈 : 포닥 자리찾기포닥 탈출기


대학지성 In&Out이라는 매체에 김한나 기자께서 STEPI의 보고서 "국내 박사후연구원의 규모와 특성"(박기범, 박현준)을 정리하여 다음과 같은 기사를 쓰셨습니다.

취업난에 저임금까지…우울한 ‘박사후연구원(Post-Doc)’

읽어보니 생각할 부분이 많습니다.


해외 포닥은 꼭 필요한건가요?

기사에 의하면 이공계 포닥은 1년차 2300명, 2년차 1600명으로 700명 정도가 해외 포닥으로 진출한다고 합니다. 보고서 원문을 보지 않아 확실치는 않지만 위의 700여명은 국내 포닥으로 있다가 해외로 진출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공계 포닥 중 대략 30%의 인원이 해외로 나간다는 것인데 이는 상당히 높은 비율입니다. 아마도 해외 포닥 경험이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고, 그 저변에는 해외의 연구환경에서 배우는 것이 한국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질적으로 혹은 양적으로 좋다는 인식이 구인/구직자 양측 모두에 깔려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서구권에 비해 현대적 의미의 연구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온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이 부분은 서서히 개선되리라고 봅니다. 미래에는 국내 연구계의 발전에 기반하여 국내 포닥 역시 해외 포닥과 동등한 경험으로 평가되고, 국내/국외 경험여부보다는 그 연구 경험을 통해 얻은 성과만을 평가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해외 경험은 박사과정 중에 한두 학기 교환/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의 시스템을 경험해보고 영어 커뮤니케이션의 실력을 높이는 정도로 정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논문쓰고 과제 수행해줘야하는 박사과정생들이 해외로 자리를 비운다고 하면 그걸 허허 웃으며 보내주실 교수님들이 얼마나 되실지 모르겠네요. 저라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포닥은 왜 학계만 생각하냐고요?

기사에 따르면 포닥들은 전반적으로 민간 부문보다 학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에 대한 분석은 따로 없는데 제 생각에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번째는 직업의 안정성, 두번째는 직업을 통한 자아실현, 즉 연구자의 삶을 살 수 있는지 여부가 이러한 경향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학계는 이 두 가지를 충족하는 곳이 많아 선호되지만 자리가 부족합니다. 이공계는 민간 부문 중에서 대기업도 많이 선호되는데 위 두 가지 조건이 학계보다는 덜 충족되더라도 높은 임금으로 인해 인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학계나 대기업에 진출하지 못한 포닥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중소, 중견기업이지만 안정성, 연구에 대한 집중, 높은 임금 모든 면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다고 꿈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도전하는 과정에 있는 포닥들에게 눈을 낮추라는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우수 인력을 국내에서 다 품을 수 없다면, 그들이 여건이 떨어지는 곳에서 일하도록 유도하는 것 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능력과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적으로는 손해일 수 있으나 그런 환경을 가진 국외 곳곳으로 그들이 갈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어떨지 감히 생각해봅니다. 능력 발휘를 할 수 없는 환경에 어떻게든 그들을 붙잡고 있는다면 그게 더 국가적 손해가 아닐까 합니다.전 정권에서 제안했다 욕만 바가지로 먹었던 청년 해외 취업이 떠오르는 건 함정...


포닥의 현재 임금은 적정한가요?

기사는 임금 비교에 대한 보고서 내용을 통해 포닥의 우울함을 강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 보고서의 비교가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학계 자체의 임금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 입니다. 더군다나 포닥을 마치고 학계에 막 진입한 그룹은 동년배 대기업 직원보다 임금이 적은 경우를 더 많이 보았습니다. 엄밀하게 비교를 하려면 포닥이 지금 경력대로 대기업으로 갔을 때에 받을 연차 및 직급(대략 과장 1-2년차 정도)을 고려해서 비교군을 설정해야할 것 입니다. 포닥 10명 중 9명이 대기업보다 임금이 낮다고 하지만, 위와 같은 비교를 한다면 숫자가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보고서나 기사가 포닥의 현재 임금이 적정한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무조건 임금이 낮아야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며 포닥이 보유한 연구 능력과 성과에 따라 적정하게 책정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포닥을 고용하는 입장에서는 높은 성과를 내는 포닥은 높은 임금을, 대학원생과 별다르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포닥은 그만큼의 임금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포닥은 우울한가요?

네. 경험상 포닥은 보통 우울합니다. 기분 좋은 날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많습니다. 신분도 불안정하고 미래도 불투명합니다. 30대에 가족까지 책임지고 있다면 금전적인 부담도 큽니다. 대학원 안가고 그때 학부 졸업하고 그냥 취직했으면 주변에 평범하게 직장생활하는 친구들처럼 돈도 많이 모았을텐데, 누구처럼 대출은 많이 받더라도 내 명의의 집 한채는 있을텐데 등등.. 많은 생각이 드는 시기입니다. 심적으로 위축되고 안정되지 않은 시기입니다. 기사의 제목은 이런 현실을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임금에 취업난이라... 뼈를 때리는 날카로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의 제목이 "우울한" 포닥이어야 했나요?

아마도 원 보고서는 우울함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아무래도 주목받는 기사를 쓰려다보니 그런 타이틀이 잡힌 것 같습니다. 데스크에서도 적절히 마사지가 들어갔겠지요. 하지만 포닥은 우울한 것이다라는 인식이 가져올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 혹은 낙인 효과를 생각한다면 조금 더 배려하는 제목이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많은 포닥들이 꿈을 좇아 밤새워 연구하고 있습니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이 듭니다. 현실은 어두울지라도 이 길 끝에 있는 밝은 희망을 바라보며 힘을 냅시다. 그 희망이 실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있다고 믿고 가다보면 그 근처 어디라도 도착할 것입니다. 박사님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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