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쉼을 누리며, 주제 없는 글을 쓰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극심한 어지럼증을 동반한 두통을 느꼈다. 아마 주말에 계속 밖에 있었던 탓이랴. 꽤 긴 시간을 자고 일어난 지금도 여전히 어지럽다. 그저 오늘 한숨, 하룻밤 더 자고 나면 이 모든 게 '없던 일'이 되어, 코로나 시국에 일할 수 있다는 최상의 기쁨과 감사로 내일 하루 충만히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게 멈추어버린 듯한 지금, 매일 어지럼증과 알 수 없는 불안을 친구삼아 보내는 요즘.
매일 남들을 챙기기 바빴던 나의 일상을 그 어느 때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지내고 있다.
브런치 혹은 블로그,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에 집중하게 된다.
별 위대할 것 없는 대단치 않은 일상에 무려 5400명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비록 온라인상일 지언정 코로나블루 극복에 꽤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우리 모두는, 때로 나도 온라인 상에서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를 표출한다.
그리고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플랫폼은 그 욕망의 집합체이다.
인스타그램을 밥보다 좋아하는 이들은, 주변 사물까지 왜곡될 정도의 심한 보정, 아무것도 아닌 음료 한잔이 예술이 되는 마법을 부리며 누가 더 빼어난 마법사인지 경쟁한다. 이미 과열된 경쟁에 나 또한 몸을 던지며, 마법을 부리는 대신 '진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상위 자리 차지에 성공했다.
인스타그램 상의 나에게, '진정성'이라는 이름은 가면이 아니라 정말 나 그 자체였다. 누가 더 화려하고 섹시한가를 겨루는 마법사 모임에서 소소한 척이 아닌 진짜로 소소한 일상, 대신 깊은 여운과 울림을 주는 짤막하고 굵직한 글들이 가짜 것들을 보아야 하는 피로에서, 어지러운 카드 마술을 계속 봐야만 하는 지침에서 위안과 쉼을 주었던 모양이다.
'진정성'이라는 이름은 내 컨셉이자, 인스타그램 상의 나이자, 그냥 나였다.
진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성공을 맛본 후, 동일하게 진정성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시작하려 했지만.
제 아무리 진지하고 진정성있는 글을 올리려 해도, 5400명이 보는 인스타와 17명이 공감해주는 브런치와 달리 공감수0 에 댓글0 이라는 숫자는 사자 앞 생쥐처럼 겁에 질리게 한다.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에서 받은 충만한 좋아요, 팔로우로 측정되는 관심은
걸음마가 아니라 젖병 떼지도 못한 수준인 블로그를 시작조차 못하게 막아버렸다.
본업이 마케터인 나에게, 5년 넘게 커피에 몸담으며 수백 잔을 마셔온 나에게
블로그라는 플랫폼에서 역시 할 말이 너무 많고, 필수적인데 말이다.
코로나라는 극한의 시국은 시작하지 않아도 될 타당성과 게으름의 합리화를 더 밀어붙히는 듯 하다. 나의 게으름과 시국적인 요소를 핑계 삼는다면 매일매일 아무것도 안하는 게 옳을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과하게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온 내 삶이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단 억울함, 원두 든 봉투 10개를 수레끌듯 낑낑대며 이 부스 저 부스 다니며 맛본 고독함이 인스타그램 5.4K를 만들어냈는데, 블로그는 아직 그만한 동기부여 요소가 없는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참, 참으로 교만한 존재다. 초심 잃기 참 쉽다.
나는 생각없이 사는 걸 참 좋아한다. 그런데 글을 쓰려면 어쩔 수 없이 생각을 해야한다. 무수히 많은 생각의 고리들을 사슬로 이어, 사슬의 연결고리가 되는 지점에 MSG를 팍팍 쳐 술술 읽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글쓰는 일은 피곤하다. 귀찮다. 글쓰는 걸 직업으로 하지 않았다면, 5.4K 인스타그램이 없었다면 단언컨대 내 노트북은 가족 공용 소유가 되거나 중고 시장에 팔려갔을 것이다.
피곤하고 귀찮은 데, 한번 시작하면 타이핑을 멈출 수 없다. 곳곳에 까만 얼룩이 묻은, 대학 입학 때부터 4년 넘게 함께하고 있는 핑크 노트북과 고독한 명상을 글자라는 언어로 구현하는 이 시간이야말로 가장 짜릿하다.
오늘은 지친 몸을 편안히 풀고, 지금 쓰는 이 글과 고노 드립 커피 한잔으로 진하고 풍부하게 위로하려 한다.
병원 처방도 없는 이 어지럼증은, 최대한 짠 음식을 줄이고 운동을 하며 모든 스트레스 상황으로부터 나를 피신시키는 것이 최고의 처방이라고 한다. 할 때 열심히 하겠지만, 쉴 때도 누구보다 미친듯이 쉴 것이다.
다음에는 주제가 있는 글을 기약하며...
< 작가 소개 >
5년 넘게 커피에 매진하며 바리스타를 꿈꿨으나,
산산히 부서진 희망으로 마케터로 전향했고
글을 쓰며 삶에 위안을 얻고 안주하는 별볼일 없는 26살 인생입니다.
별볼일 없는 26살 인생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주셔서
위로와 희망을 얻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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