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하루
버스를 탔다.
바깥 풍경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바깥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자동차 경적 소리. 시각장애인 안내음과 구둣소리.
발 빠르게 걷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은
내가 세상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존재 후 9125일 219,000시간 지속되어 온 광경.
익숙해진 탓일까.
갑작스러운 현기증.
한숨 돌리고 나서야 정류장에 내렸다.
홀로 카페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예민해진 감각의 재생에 귀 기울이고,
의식의 흐름대로 굴러가는 생각의 꽁무니를 좇는다.
진정한 스승은 내면에 있음을 깨닫는다.
내면의 소리는
타인에게서 얻지 못한 것들을 내게 가르친다.
귀찮지 않은 사람도 있다.
거울 비추듯 내면을 보여주는 사람.
한 때는 불편했다.
내면과 마주하고 싶지 않기에.
지금은 감사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내면.
그와 마주앉아 하는 대화는
생명이 솟구치는 샘 같아서
겉포장에 관심 갖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갈증과 피로를 씻는다.
발음도 부드럽고 어감도 편한 '쉬'기.
짧게는 '쉼'.
'놀'기를 택하면 무언가 해야 하지만,
'쉼'을 택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놀'기를 택하면 행복의 효용가치가 줄지만,
'쉼'을 택하면 행복의 효용가치가 만땅이다.
행복의 효용가치가 만땅이고 싶어,
행복도 가끔만 누리고 싶어,
정말 가끔씩만 '놀'고 있다.
바쁨은 뒤로하고,
기쁨을 노래하고,
아픔을 치유하고,
슬픔을 위로한다.
나눔은 배가 된다.
쓰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행위이다.
쓰는 것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돈이 되지 못한 지식들. 대신,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돈으로 살 수 없어 nothing,
쓰는 것으로 될 수 있어 everything.
"You Can Make Everything, By 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