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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컵플래너 Aug 03. 2019

스마트폰 없는 77분

고7수 없어, 버려보았다


하루 종일 함께하는 나의 분신.


이별을 앞둔 연인이 꼭 잡았던 손을 떨구듯,

툭, 그가 떠났다.


밖이었다.

눈앞의 도넛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를 붙잡고 몇 시간 동안 대화하던 참이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손님보다 더 갑작스러운 그의 이별 통보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가 메모장에 찍어놓고 간 쉼표는 

삶에 주어진 뜻밖의 선물이었다.


사랑을 재차 확인하듯 1분 1초 단위로 재촉하던 알람들과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속삭이듯 다가온 평안이 두 팔로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 순간.

오아시스보다 시원하고,

빙수보다도 달콤한 자유.


아,

자유가 이토록 시원달콤한 것이었다니.


손 안의 작은 화면에서 들리는 소리보다 유의미한 모든 소리들의 하모니.


 포장지와 식감이 비슷한 도넛이

프랑스 명장이 빚어낸 작품이 되는 마법.




집에 돌아와, 

소리조차 내지 않는 그를 구석에 버려두고 컴퓨터 모니터를 켰다.


커진 화면만큼 넓어 시야와,

넓어진 시야만큼 여유로워진 마음을 발견했다.


그가 나를 떠나있던 77분,


고7수 없는 그 대신

고7수 있던 많은 것들.


단언컨대,

삶에서 가장 값진 77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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