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인 바리스타의 한계
지난 5년간 '커피를 알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커피를 앎'은 커피의 모든 영역을 두루 꿰뚫음을 의미한다.
'커핑'(커피를 맛보는 과정)과 '로스팅'(커피를 볶는 과정), '그린빈'(수확 상태의 커피콩),
'센서리'(커피를 미각적으로 탐구하는 과정) 등 커피 자체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과정이다.
'카페를 앎'은 흔히 '바리스타'라고 불리는, 직업으로서의 커피를 두고 한 말이다.
바리스타의 임무는 커피를 내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픈 직후 전산 시스템을 가동하고, 전날 마감한 기물과 식재료들을 오픈 준비 상태로 배치한다.
커피머신과 원두 상태를 체크하며, 첫 잔을 내려 마신 뒤 그라인더 입자 조절을 한다.
오픈 뒤에는 마감 전까지 카운터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직원 수가 1명 내지 2명인 소규모 매장의 경우 1인이 주문부터 음료 제조, 설거지까지 도맡아 한다.
마감 시에는 기물과 식재료, 커피머신 등을 마감하고 전산 마감을 한다. 이후 소등하고 퇴근한다.
여기서 발견할 점이 있다.
이 모든 과정 중 '커피를 알아야' 가능한 부분은 없다.
카페를 알면, 근무하는 매장을 알면 커피를 몰라도 할 수 있다.
직업적인 바리스타가 '알면 좋은',
모른다 해도 일에 지장이 없는 '커피를 앎'.
꼭, 알아야 할까?
내가 내린 결론은, '알아야 한다'였다.
직업으로서의 커피, '바리스타'의 한계는 명확하다.
10년, 20년을 일해도 단순 반복 업무, 단순 노동에 그친다.
생산적이지 않고, 보람도 없다.
커피 내리는 기계가 되어버린 생활에 지겨움을 느끼고, 앞치마를 벗어던지고픈 충동만 가득할 뿐이다.
커피를 알아야 이 한계를 뚫고 나아갈 수 있다.
커피를 알아야 일이 주는 만족과 기쁨, 가치를 누리고 경험할 수 있다.
그 길은 고생길이다. 고생길이 앞에 훤하다.
어떤 분야든 첫 시작이 어렵고, 그 다음은 더 어렵다.
알면 알수록 끝이 없다.
그 길을 기꺼이 걸으려는 자,
그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자만이 '바리스타'의 한계를 극복하고,
'커피'의 세계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을 얻는다.
그 길을 꽃길로 만들어주지 못할 지라도,
떨어진 꽃잎이라도 모아 다치치 않게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자 소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