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이 차오르는 주기
평소엔 고요한 바다같이 잠잠하다가 어느 날 한 번씩 물욕이 파도같이 밀려오곤 한다. 순식간에 휩쓸려가다 보면 통장의 잔고가 텅텅 비기 일수이다. 절약과 담을 쌓은 과소비 인간에 가깝지만 특히 물욕의 시기(?)가 찾아오면 욕망은 이성을 훌쩍 뛰어넘어 날뛴다.
결혼식과 신혼집 입주가 바짝 다가온 지금, 내 물욕은 또 고개를 내밀었다.
"까꿍, 얼른얼른 집을 가득 채워야지. 반짝이는 걸로 "
필수적인 가전, 가구는 이미 구매를 완료한 상태라서 살림용품, 집 꾸미는 소품 정도가 남아있기 때문에 크게 무리할 필요도 부담 가질 것도 없다.
이성은 필요한 것들만 딱 사자고 수 없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집, 유튜브, 인스타 등에 유혹하는 수많은 인테리어는 내 눈을 멀게 하기에 너무 충분해서 쇼핑몰에서 눈을 떼기가 힘들다. 그렇다. 물욕의 주기가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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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라는 자취 경험 덕분에 물욕의 끝은 처리할 수 없는 짐 속에서 고통받으면 살아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작디작은 간덩이가 가끔 부풀어 오를 때가 있는데 그건 물욕으로 눈이 먼 순간일 때이다.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담아두었던 것들을 한 번에 결제하는 대범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옷장에 빈틈없이 가득가득 찬 옷들이, 책상엔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자잘한 문구류들 그리고 쓰지도 않는 혁신적인 청소용품들 등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물건을 살 때는 필요한 이유가 반드시 존재하지만 내 집구석으로 들어오는 순간 흥미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러한 망나니 같은 소비 습관 때문에 나만의 물욕 잠재우기 방법이 있는데..
찜하기,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마음이 식을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것이다. 특히 SNS 광고로 혹해서 살 것 같은 물건들에겐 효과가 직방이다. 잠시 혹해서 사려고 한 것이기 때문에 장바구니에 담는 것만으로도 순간적인 충족이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장바구니 들어가면 담았던 것조차 기억할 수 없는 물건도 존재한다.
물욕을 잠재우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요..
아니... 저기
눈을 감아도 보이는 걸요
진짜 갖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소위 꽂히는 것이 있으면 밤낮없이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난다.
일에 집중을 못할 정도로 방해되는데, 담아둔 장바구니를 쉴 새 없이 들락날락거리기 때문에 언젠가는 사고야 만다. 그렇다고 손에 넣을 때의 만족감이 크냐? 또 그건 아니다. 그냥 갖고 싶을 뿐
용돈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차곡차곡 모운 돈으로 갖고 싶었던 것을 사던 학생 때는 간절했고 간절함만큼 귀하고 소중했다. 돈을 벌기 시작한 작은 어른이 되고나서부턴 어째서인가 소중함은 사라지고 간절함만 남아버렸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잘 몰랐던 난 주로 쇼핑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가령 기분이 매우 안 좋은 날엔 올리브영에 들려 굳이 필요도 없는 립스틱을 사곤 하는 식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소득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무작정 쇼핑을 하는 짓거리는 하진 않는다. 하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강렬한 소유욕 때문에 꽂힌 걸 사버리고 만다.
누군가 마취총이 있다면 [오늘의 집]을 들락날락거리는 나를 겨눠줘야 할 것 같다.
손상된 전두엽이 도와주는구나..
희미하게 붙든 이성의 끈 덕분에 [결제하기] 단계 전인 장바구니에 물욕 덩어리들이 가득 담겨있다.
주변의 결혼 선배들이 건네는 조언들에 의해 이미 삭제되어야 하는 물품들이 있지만 아직까진 생존 중이다.
더욱이 혼자서 쓸 물건이 아니고 결혼할 사람과 같이 쓰는 물건이니 최대한 신중하게 리뷰까지 찾아본다.
(평소엔 사고 나서 후기를 찾아보는 몹쓸 최악의 과소비러이다.)
그런데 리뷰를 찾아보다가 흥미 게이지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전두엽이 많이 손상된 덕분인지 요즘은 진득하게 하나에 몰두하기가 쉽지 않은데, 쇼핑까지 전이되었나 보다.
짧은 집중력은 반짝거리는 물욕마저도 잠재워버리는 걸 보니 웃기면서 슬프다.
물욕이 발동하여 모든 걸 휩쓸어가서 텅장이 되기 전에 리뷰를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