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112'? 모국어를 잃어버리셨군요!

불필요한 영어 사용, 불통 초래…낮은 자존감의 반증이기도

by 이명주

'LOST112.' 만약 이 이름을 처음 보거나 들었다면 즉시 무엇인지 알겠는가? '잃어버리다'란 뜻의 lost란 영어 단어를 안다면 대충 그 관련된 무언가보다 짐작은 하겠다. 그런데 왜 영어일까? 외국인에 의한 또는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일까?


아니다. 'LOST112'는 대한민국 경찰청 유실물 통합 포털 사이트로 전국 각지에서 등록된 분실물이나 습득물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내국인을 위한 인터넷 서비스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화면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은 부가 기능일 뿐.


같은 영어지만 '인터넷'이나 '포털 사이트'의 경우 전자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실려 있으며 후자는 관문을 뜻하는 포털(portal)의 순우리말을 넣어 '들머리 사이트'란 표현을 권하고는 있으나 이해도 면에서 그대로 써도 적절하다고 본다.


문제는 쓰지 않아도 될, 심지어 자기 나라 안에서 자국민이 영어를 몰라서 불편을 겪게 되는 상황까지 만들면서 영어를 남용하는 것. 'LOST112'는 우선은 '분실물112'로, 그 다음 외국인을 배려할 목적이면 해당 언어를 병기하는 게 바람직하겠다.


22.jpg 'LOST112'? 모국어를 잃어버리셨군요!


다수 방송에 출연하는 유명한 주방장들을 셰프(chef)라 부른지는 오래. 그런데 영어가 다만 좋고 편해서라면 골목 작은 식당의 주방장에게는 왜 셰프라고 하지 않을까. 무슨 다른 이유가 있길래?


그 불편한 까닭을 알기에 자주 마음이 언짢던 참에 최근 국내 대표격 지상파 뉴스 <MBC 뉴스데스크>에서 다음과 같은 기자 리포트와 자막을 보고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SNS 유명 사용자인 한 인플루언서가 쓴 글입니다. 모 화장품이 싸고 좋다면서 칭찬을 늘어놓으면서……"


순수한 체험기처럼 제품 설명을 하지만 실은 돈을 받고 하는 꼼수 광고에 관한 비판 보도였다. 그런데 "인플루언서"?


'영향을 미치다'라는 뜻의 영어 동사 influence에서 그런 영향력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influencer를 말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걸 왜 굳이 영어로?


아무리 질높은 영어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늘어났대도 영어를 아예 모르거나 아주 기초적인 수준인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영어 뜻을 아는 나도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 건지 바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황상 여러 가지 제품을 써보고 그 경험담, 평가 등을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널리 알리는 사람을 뜻하는 것 같은데 그럼 '소비자', '일반인', '평가자' 등 그에 걸맞는 우리말을 사용했으면 될 일이다.


무려 뉴스다. 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국내외 주요 소식을 가능한 한 빠르고 정확하게 대중들에게 전달할 목적과 의무가 있는. 그런데 굳이 낯선 영어 표현을 우리말 가운데 억지스레 끼워넣어 쓰는 것은 무심함인가, 무례함인가, 무지함인가.


11.jpg 지난 6월23일자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기자의 리포트와 자막에서 '인플루언서'라는 영어 표현이 거듭 사용되었다.


매해 한글날이면 어김없이 우리말 한글의 소중함, 우수성, 또 그러한 가치를 모르고 경시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 기사들이 쏟아진다. 그런 지나간 기사들 중에 여전히 아니 날이 갈수록 더욱 유효한 따끔한 지적이 있었다.


"제 말글보다 남의 말글(영어)을 더 우러러보는 데 있죠. 언어 사대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봐요. 서로 알아야 언어로서의 기능을 하는 건데......"


차재경 한글문화단체모두 모임 회장의 말이었다. 번드르르한 식당을 몇 개씩 소유한 주방장은 셰프이고 골목 작은 가게 주방장은 그냥 주방장인 이유겠다. 그리고 그 우러러보는 것이 결국에 돈이고 권력이란 착잡한 진실.

그래서 나는 한편으로 또 부끄럽다. 이렇게나 부자연스럽게 과다하게 영어를 쓰는 우리가 정작 영어가 모국어인 외국인에게는 어떻게 보일까를 생각하면.


자기 가진 것을 귀하게 자랑스럽게 느끼지 못하고 남의 옷을 껴입고 아님 아예 다른 사람인 척 살며 젠체하는 이를 볼 때의 안타까움과 실소라니.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 밤 너는 왜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