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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eral pharmacist Jan 16. 2017

약사님, 약값이 올랐나요?

처방 받은 약의 약값들은 어떻게 결정되나.

약사님, 지난달 보다 약값이 비싼것 같은데? 약값이 올랐나요?

AI 사태 때문에 계란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습니다. 남미의 흉작 때문에 대두유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고 합니다. 닭값도 오르고 있으니 우리가 사랑하는 치킨값도 오르게 될것 같습니다.

자 그러면 내가 처방받은 약의 약값은 언제? 얼마나 오를까요? 정답은, 약값은 떨어지면 떨어졌지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입니다.


우리나라는 참으로 다행히도 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 보험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바마가 그렇게 부러워 하던, 공화당으로 부터 소위 '너 빨갱이지?'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도입하고 싶어하던 Medi Care,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를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의료보험 제도의 소중함은 비급여 진료를 받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간혹 의료보험이 이동되는 과정에 (직장가입에서 지역가입으로 넘어간다거나) 겪에 되는 분들이 있는데 평소에 3만원에 받아가던 약이 10만원이 되는걸 보고 깜짝 놀라게 되죠. 물론 '우리 나라 의료보험제도가 진짜 좋구나' 라고 생각하기보단 '아 젠장 드럽게 비싸네'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의료 보험 제도의 혜택으로 약국, 병원에서는 실제 진료비나 약제비의 약 30%만 환자가 부담합니다. 나머지 70%는 보험공단이 부담합니다. 내가 내지 않은 나머지 70%도 어디 가는건 아닙니다. 건강보험공단이 모두 부담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단순히 우리가 내는 돈이 적다 이상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바로 건강 보험공단의 가격 억제 효과입니다.



A라는 회사의 ㅇㅇ라는 약이 한국에 처음으로 출시 됩니다. 그러면 ㅇㅇ라는 약의 가격은 회사가 그냥 정하면 될까요? (물론 처방전 없이 구매 할 수 없는 약이라고 가정하구요.) 아니요. A회사는 건강 보험공단과 ㅇㅇ의 가격을 얼마로 정할지에 대한 협상을 해야합니다. 우리가 이 약을 생산하는데 얼마가 들고, 그간 개발하기 위해 얼마를 썼으며 등등등. 회사는 가격을 높게 받기 위한 각종 자료를 모아서 보험 공단을 설득합니다. 반대로 보험 공단은 가격을 낮게 책정하기 위한 방어를 합니다. ㅇㅇ라는 약을 처방 받는 사람은 개개의 시민이지만, 그 약값의 70% (많게는 90-100%) 부담하는 더 큰 주체는 건강 보험공단이니까요. 공단의 동기는 간단합니다. 건강 보험 재정의 부담을 줄이고, 환자들의 보장률을 높이는 것. 보험 재정을 줄이려면 약제비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공단은 제약회사가 가격을 맘대로 정할 수 없는 아주 강력한 1차 저지선이 되어줍니다. 처음으로 약의 가격이 결정 될때 한번 영향을 미치죠.


한번 결정 된 약 가격은 계속 떨어지도록 시스템이 설계 되어있습니다. ㅇㅇ라는 약이 처음 나올 때 1,000원의 가격을 받았다고 가정합시다. ㅇㅇ가 특허가 끝나서 제네릭 의약품이 발매 되는 순간 또 한번 가격 변동이 생깁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자동으로 700원이 되고, 그 약의 제네릭 의약품은 595원이 됩니다. 제네릭 의약품이 3종 이상 생산되기 시작하면 오리지널 제네릭 관계 없이 535원으로 가격 조정이 이루어 집니다. 이 가격 체계는 퍼센트 까지 모두 법규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가격이 뚝뚝 떨어지죠


이 시점이 되면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오리지널이나 제네릭 의약품이나 가격이 동일한 상황이 생기죠. 다른 동기가 없다면 같은 값에 오리지널을 선호 할까요 아니면 제네릭 의약품을 선호 할까요? 당연히 오리지널을 선호하죠. 그럼 제네릭 의약품 생산 업체는 어떻게 해야 할 까요?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병원에 영업을 죽어라 합니다.

2. 약가를 떨어뜨립니다.


1번은 좀 복잡한 문제니까 다음에 자세히 다뤄보구요, 이번 시간은 약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2번으로 가 볼게요.


우리의 건강보험공단은 건강 보험 재정을 아껴서 보장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동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의 가격인상에는 한 없이 까다롭지만, 가격 인하에는 한없이 관대 합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가격을 낮추겠다? 서류도 간단하고 처리도 굉장히 빠릅니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매출 신장을 위해 약가인하를 시행합니다.

정말 수많은 약들이 있지만 가격이 인하되는 약만 있지 가격이 떨어지는 약은 눈을 씼고 찾아봐도 찾기 힘듭니다.


실제로 제가 제약회사에 다닐때 약의 가격 인하는 수도 없이 해 보았지만 약가 인상 요청은 딱 한번 경험 해 보았습니다. 약가 인하는 따로 서류도 필요 없습니다. 건강 보험 공단 홈페이지 들어가서 "우리 이 가격으로 낮출게요." 하고 신청만 딱 하면 바로 다음달에 뙇! 하고 가격이 반영됩니다.

약가 인상 요청은 자료 넣고 협상하고 반영 되는데만 딱 1년 반 걸렸습니다. 당시 생산 하던 약이 한알에 39원 하는 약이었는데, 가격은 떨어지기만 하고 생산비용은 차츰 상승하다 보니 약을 판매해도 마진이 1원도 남지 않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니 회사가 마진 없이 미쳤다고 생산을 해?" 라고 생각하시겠죠? 그런데 [퇴장 방지 의약품]이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어떤 성분의 약을 생산 하는 회사 하나 밖에 없으면 국내 의약품 수급을 위해서 강제로 생산을 해야하는 시스템입니다. 그 약이 퇴장 방지 의약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산더미 같이 들고 가서 우는 소리를 했죠. "하이고, 이건 생산해도 마진도 없는 걸 떠나서 생산 할 수록 돈이 빠지는 약입니다. ㅠㅠ 생산을 안할래도 우리 맘대로 안할수도 없고. 아이고 아이고. 우리 적자라도 좀 안나게 해주세요 ㅠㅠ" 해서 1년 넘게 협상을 거친 결과 42원이 되었습니다.


건강 보험 공단과 환자의 동기는 동일합니다. 우리 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가지고 일을 하는 기관이니까요. 그리고 전 국민이 같은 기관으로 힘을 모아 주니까 힘이 강력해 집니다. 소비자가 생산자의 가격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 하는것과 같죠.


제가 좋아하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sick co> 라는 작품입니다. 미국의 의료제도를 비판하는 영화입니다. 미국가서 맹장 수술한번 받았는데 천만원이 넘는 비용이 나왔다, 앰뷸런스 한번 탔더니 몇백불이 나왔다 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셨을겁니다. 미국의 의료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는 굉장히 자극적이고 공격적이라 재미 있습니다. 그게 단점이기도 하지만) 한국 의료보험제도가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전국민 의료보험 국가이고, 처방을 통해서만 나갈 수 있는 전문 의약품이라면 ㅇㅇ라는 약은 건강보험을 통하지 않고는 판매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보험을 거치지 않는다면 바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환자의 부담이 커지는건 환자도, 의사도 싫어합니다.) 판매 부진으로 이어 질 태니까요. 회사 입장에서 건강보험공단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처방을 받는 의약품 중 가격이 오르는 약은 거의 없고, 있다 해도 상승 비율은 굉장히 적습니다.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는 환자 부담금이 적어지는 효과 뿐 아니라 약가 상승에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덧 1. 일반의약품은 공단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가격 상승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영양제 같은 것들이요.

덧 2. 매달 받던 약 똑같이 받았는데 가격이 다르다면 평일 6시 이후, 주말이 아닌지 확인 해 보세요. 야간/주말 가산이 붙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병원/약국 마찬가지로 붙는 금액이며 보험 공단에서 산정하는 금액입니다. 일반적으로 1,000원을 넘지는 않습니다. 의사, 약사의 야근, 주말 근무 수당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니 너무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도 주말에 일하기 싫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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