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neral pharmacist Jan 09. 2017

왜 이 약은 하루에 두번만 먹나요?

당신이 잘못 알고 있던 약의 비밀


"오늘 약은 하루에 세번 드시는 약입니다. 콧물, 알러지 약이 점심엔 빠져 있으니까 점심약 잘 구분하고 복용하세요."

라는 식의 복약지도를 들어본 적이 있을겁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 콧물약은 졸리니까 점심엔 빼준거구나.'

사람들이 흔히 겪는 잘못된 상식입니다. 아침 저녁에만 들어간 콧물, 알러지약은 졸릴까봐 점심에 빠진게 아니라 하루 두번먹는 약이기 때문에 점심에 빠진겁니다. 정말 졸리지 말라고 뺸다면 아침도 빼야죠. 오전에도 공부를 하고 일을 하는데 말이죠.


그럼 왜 어떤약은 하루 두번먹고, 어떤약은 하루 세번을 먹게될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이 어떻게 흡수되어 약효를 나타내고, 몸에서 사라지게 되는지를 이해해야합니다. 간단히 살펴볼까요?


우리가 먹은 알악은 소화액과 함께 마신 물에 물리적으로 분해가 됩니다. 단단하게 뭉쳐 있던 약이 가루로 풀리게 되는 과정이죠. 이 과정을 [붕해]라고 부릅니다. 물리적으로 붕해가 된 약은 화학적으로 물에 녹는 과정을 거치게 되죠. 이 과정을 [용출]이라고 합니다. 약이 완전히 녹아서 액체이 되고 나면 그 때 부터 약물이 몸속으로 흡수되기 시작합니다. 용출 된 약은 주로 위와 장에서 흡수가 되지요. 위와 장으로 흡수가 된 약은 피를 타고 온 몸을 통해 퍼져 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몸에 퍼져나간 약은 약효가 필요한 기관에 가서 작용을 나타내는거죠.

이렇게 몸속으로 흡수 된 약은 필요로 하는 기능을 한 이후 몸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거나, 간에서 파괴되거나, 쓸개즙을 통해 대변으로 또는 땀이나 침을 통해서도 배설 될 수 있어요. (예를 하나 들자면 알콜은 폐를 통해 호흡을 통해서도 배출됩니다. 그래서 입에서 술냄새가 그렇게 나는겁니다.) 약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몸에서 사라지거나, 배출이 됩니다.


위의 과정을 "혈중 농도"라는 개념에서 한번 살펴 볼게요. 혈중 농도는 특정 시점에 우리가 먹은 약이 얼마나 몸속에 들어와 있는가를 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약을 먹으면 시간에 따라 혈중 농도는 위의 그래프와 같이 나타납니다. 약은 먹자마자 몸속에 쑥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위에 언급한것 처럼 붕해, 용출이 되어야 흡수가 되죠. 그 과정이 (1)의 과정입니다. 붕해, 용출이 되고 나면 쑥쑥쑥 들어옵니다. (2)처럼 약물의 농도는 쑥쑥 올라가고 약효가 나타나죠. 약이 다 흡수되어 약물의 농도가 최고로 높아지는 순간, 이 때의 혈중농도를 Cmax, 이 때의 시간을 Tmax라고 합니다만 뭐 이건 모르셔도 되요. 그리고 (3)의 과정. 몸에 흡수되어 핏속을 돌던 약은 땀으로, 오줌으로, 응가로, 호흡을 통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배설이 되어 혈중 농도가 서서히 낮아집니다.

자 그럼 왜 복잡하게 이런 그래프를 막 설명하느냐? (난 문과다 이놈아 라고 하고 계실분들이 보이는 듯) 약마다 이 그래프의 형태가 다르게 나타나고, 그것이 바로 약을 몇번 먹는가에 관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약물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몸에서 일정 이상의 농도가 되어야 하는데 위 그래프에서 파란색으로 그어놓은 파란선이 약효가 발현되는 농도입니다. 그 이상의 농도에서만 약효가 나기 때문에 위의 그림과 같은 형태의 약물농도 곡선을 나타내는 약이라면 약효가 4시간만 지속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약효가 떨어질 때 즈음 되면 약을 한번 더 먹어주죠.

그렇게 시간 간격을 맞춰서 약을 한번씩 더 먹어주면 약물 농도 곡선은 위와 같은 형태를 띄게 됩니다. 농도가 떨어져서 약효가 사라지기 전에 한번 더, 사라지기 전에 한번 더 약을 복용하면서 약효를 유지시키는 것이죠.


"아니 그럼 약사님, 한번에 왕창 먹으면 굳이 여러번 먹지 않아도 되지 않나요?"


그럴 수 있으면 얼마 좋겠습니까마는


약이 일정 농도 이상 높아지면 부작용이 발생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프의 보라색 가로선이 바로 부작용이 발생하는 농도 (MTC : minimal toxic concentraion), 녹색 가로선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히는 농도 (최소유효농도, MEC : minimal effective concentraion)입니다. 약을 만드는 사람들은 저 두 농도사이에 혈중 농도가 유지되도록 약의 용량, 복용방법과 복용간격을 설정합니다.


자 이제 왜 이 약은 하루에 두번 먹고, 저 약은 하루에 세번 먹는지를 다시 이야기 해 보죠.

24시간을 기준으로 녹색의 그래프 형태를 띄는 약은 하루에 한번만 먹어도 약효가 24시간 유지 됩니다. 빨간색 그래프는 8시간 즈음 되면 혈중 농도가 최소 유효농도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한번 더 약을 복용해서 농도를 올려줘야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약을 하루에 세번 먹어야 약호가 하루 종일 유지되는 것이죠.


어찌보면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들 입니다만 앞으로 이어질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단하게나마 알아 둘 필요가 있는 개념이기에 그래프까지 들먹여 가며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약국에서 듣던 "하루 세번 식사 후에 드세요."는 정말로 그렇게 무심코 던지는 말이 아닙니다. 하루 세번 먹는 약이 많아서 그렇지 하루에 한번, 두번, 세번, 네번 약마다 복용법이 다 다릅니다. 식전, 식후, 식간, 일어나자 마자, 자기전에 약마다 복용하는 시점도 다 다릅니다.

앞으로는 이 약은 왜 꼭 식전에 먹어야 하는지, 왜 꼭 식사 직후에 먹는지 약사님들이 바빠서 혹은 다 이해시키기 힘들어서 다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던 그 이유들을 하나하나 파헤쳐 보기도 할게요.

작가의 이전글 타이레놀? 타이레놀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