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두 사진은 같은 나무를 찍은 것이다. 하나는 어제 찍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몇해 전에 찍었다. 두 사진을 비교해 보면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디지털 세상이 시공간을 재배열하는 방식이랄까. 나무는 몇 해 동안 꽤 자랐을 것이다. 꼭 같은 시간, 같은 위치에서 보아도 시간의 흐름은 같은 나무를 다른 나무로 보이게 한다. 왼쪽은 이제 막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중이어서 이파리와 배경의 경계가 다소 고르지 않다. 오른쪽은 아마도 늦가을에 찍은 것이라 나무의 모양이 잡힌 모양새다.
어떤 힘으로도 <꼭 같은 순간>을 영속시킬 순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겨우내 이파리 없이 추위를 견디다 어김없이 봄이 되면 왕버들의 연약한 새순이 딱딱한 수피를 뚫고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모양을 만들어간다. 그렇게 수십년을 한결같이 반복하면서 한 해를 더할 수록 조금씩 모양을 변화시킨다. 강변에 나가면 꼭 이 나무를 찾아 지그시 응시하곤 하는데, 그러다보면 마음도 편안해진다. 나무는 거기 그 자리에서 세상의 모든 좋은 소식 나쁜 소식을 자양분 삼아 조용하게 자란다. 살면서 평온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중심 한 번 잡아보려 짧은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