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를 피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정색하고 운동 프로그램 짤 수 있는 형편도 아닌 내게 신께서 허락한 운동은 '걷기'다. 몇해 전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할 땐 하루 오천 보 걷기도 힘들었다. 지금은 일만 보는 기본이고 조금 더 걷고자 하면 일만 오천 보 정도는 어렵지 않게 걷는다. 지난 달엔 이만 보를 걷기도 했다.
걷다보면 풍경이 더 자세하게 들어온다. 이름 모를 들풀에 인사하고, 잘 자란 혹은 꾸부정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들과도 안부를 교환한다. 풍경도 매일 매시각 다르다. 만물이 변하는 까닭이다. 그렇게 느끼면서 걷는 재미가 있다. 주말엔 걷기 좋은 길을 찾아 다녀오곤 한다. 물위를 걷는 것도 기적이지만 땅위를 걷는 것도 기적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내 몸에 감사하고 풍경에 겸손한 것이 오래걷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거의 매일 즐겨 걷는 호숫가의 밤은 대체로 평온하다. 이 평온함에 가끔 빠져든다. 아직은 두 다리가 멀쩡하여 깊고 푸른 밤을 맘껏 누릴 수있다.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