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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Aug 20. 2022

예비작가들께

당신의 글에 대하여 '진지한 피드백'을 받아 본 적이 있나요?

브런치 작가로 등록한 이후 500편째 글을 쓴다. 말이 500편이지 그 가운데는 옛날에 써서 방치해 두었던 글을 다듬어 올린 것이 꽤 되고, 달랑 사진 한 장에 생각을 담아 올린 글, '일상담화'라는 형식으로 순간적인 느낌을 짧게, 빠르게 써서 올린 글이 많다. 이것저것 빼고 나면 진심을 담아 천천히 음미해가면서 쓴 글은 아마 100편 내외쯤 될 것이다.  

인간 누구에게나 세속적 욕구가 있다. 특히 글에 관한 욕구라면 나 역시 빠지지 않는다. 한 편의 글을 공표하고 나면 누가 댓글을 썼는지 좋아요를 눌렀는지 확인하곤 한다. 새로운 사람이 구독을 시작했다면 그 자체로 반갑다. 당신의 글을 계속 읽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공표하는 글쓰기에는 이처럼 타인으로부터 발생하는 인정에 대한 욕구가 따라붙는다. 이 욕구는 발현하기에 따라 생산적이며 건강한 에너지가 될 수도 있고, 글쓴이를 퇴행으로 이끌기도 한다. 나에게는 이런 욕구가 없다고 하면서 몰래 반응을 확인하는 것보다는 정직하게 드러내고 소통하는 편이 좋다.


다만, 이 욕구가 본인의 글쓰기 능력보다 앞서 나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사실 브런치에서 구독이나 좋아요, 댓글은 일차적 관심의 표현일 뿐, 바로 '좋은 글'을 인증하는 의미는 아니다. 그 순간 독자가 글쓴이의 생각에 공감한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이를 착각하게 되면 그저 독자들의 관심에 기대어 선정적인 글을 쓸 가능성이 아진다.


기자들은 글의 알맹이를 '야마'라고 부르는데 그들에게는 누군가가 읽어주지 않으면 곧 죽은 기사 취급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자들은 하루 종일 어떻게 제목을 뽑을까, 기사의 알맹이를 어떻게 발굴할까를 고민한다. 특히 요즘에는 독자들이 지면보다는 온라인 기사를 많이 읽기 때문에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기자 개인의 글쓰기 소양과는 다른 선정적 제목에 알맹이 없는 본문이 종종 나온다. 가령 '탤런트 OOO 결혼, 신혼여행은 제주에서'라는 제목에 이끌려  본문을 확인해 보면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이야기다. 그런 까닭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 분들이 즉시적 피드백에 몸 달아할 필요는 없다.   


브런치에는 열정적인 예비작가들이 많다. 단적으로 말하여 공표하는 글에 바로 따라붙는 관심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좋은 글을 쓸 수는 없다. 내가 생각하는 브런치는 일종의 '테스트 베드'이자 '글 저장소' 같은 곳이다. 몇 개의 분야를 정하여 부지런히 글을 쓰다가 한 권의 책 분량이 나오면 이를 서책형 텍스트로 다듬어 출판하는 용도에 가깝다. 브런치에 글을 써 독자의 관심을 받고 어느 정도의 인정 욕구를 채우는 정도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면 예비작가라는 명칭을 쓸 필요도 없다. 그땐 그냥 취미 삼아 쓰는 글쓰기요 그 정도에 합당한 글쓰기 소양만 갖추면 된다.


의외로 본인의 글에 대한 진지한 피드백을 받아본 예비작가가 드물다. 어찌 어찌  한 권 분량으로 엮어 출판사와 작업을 시작하면 그때서야 '글쓰기 소양'에 대한 고민을 한다. 물론 뒤늦은 후회가 함께 따라온다. 온라인 글쓰기가 시각적 보기를 위주로 한다면 서책형 텍스트는 음미하면서 읽는 글이기 때문이다. 훨씬 더 작가적 소양이 필요하다. 처음으로 만난 편집자는 서책으로 읽을 글을 보는 눈으로 가졌기 때문에 예비작가의 눈물을 쏙 빼놓을 가능성이 크다.


작가교실 매거진(https://brunch.co.kr/magazine/writing-class)에서 몇 번 이야기한 바 있지만 글쓰기 소양을 한 방에 확장시켜 주는 매뉴얼 같은 것은 없다. 설사 있다 하여도 최소한의 문법과 문장 구사 능력에 관한 것이어서 예비작가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키워나가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안타깝게 들리겠지만 글쓰기 소양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함양하는 비법은 없다. 글의 소재와 구성, 묘사, 자신만의 문체까지 갖추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장시간에 걸쳐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글이 가진 독특한 힘을 믿는다면 잔재주를 부러워하지 말라. 그저 정직하게 원고를 채워나간다는 느낌, 평온한 인내로 시간을 투자한다는 마음이 없이 좋은 글을 나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진지한 피드백'을 받아 볼 수 있는 글 친구가 있다면 좋다. 이미 책을 써본 기성작가이면서 예비작가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더욱 좋다. 다만 일방적 지도와 배움으로 이어지는 관계는 피하는 것이 좋다. 상호존중과 수평적인 의견교환이 되는 상대이며 자신의 글에 대하여 가감 없는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정직함이 있다면 가장 좋다. 이런 지난한 과정과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마음 없이 그저 좋은 글과 좋은 반응을 바란다면, 그런 분은 글쓰기보다는 다른 일을 택하는 것이 인생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교실밖 작가교실

https://brunch.co.kr/magazine/writing-class



커버 이미지 https://www.vskills.in/certification/blog/creative-writin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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