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퇴사 5번째 회사, 그 사이의 치앙마이
인턴 3개월
첫 번째 회사 1년 7개월
두 번째 회사 1년 3개월
세 번째 회사 3년 9개월
네 번째 회사 4년 2개월
다섯 번째 회사에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이후에 난 어떡해야 할까?
또 이직을 했다. 쉽지는 않았다. 6개월쯤 걸렸던 것 같다. 직무, 보상, 문화, 사업의 안정성이 다 괜찮으면서도 내 연차의 콘텐츠마케터를 찾는 곳이어야 했다. 운이 좋았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네 번째 이직쯤 되니 이직의 성공이 예전만큼 짜릿하게 기쁘지가 않다. 분명 기쁘긴 기쁜데, 그건 노답인 현 회사를 '탈출'해 3주간은 휴식을 가질 수 있다는 매우 근시안적인 거고, 그 이후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시니어로 가는 만큼 새로운 회사에서 빠르게 성과를 보여줘야 할 거고, 문화와 사람에 적응도 해야 하니 한 6개월은 스트레스가 심하겠지. 예전에는 이직 전에 설렘도 컸는데 이제 부담감이 더 큰걸 보니 연차가 차기는 찼나 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내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건 따로 있다. 30대 중반의 마케터라면, 직장인이라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대체 난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번 회사에 몇 년 다니고 나면 또 어디로 가야 할까? 받아주는 데는 있을까? 없으면 창업을 해야 하나? 마흔이 되기 전에 뭔가 대책이 필요한 거 아닌가?
오히려 주니어 때는 '더 좋은 직장에 가는 것', '연봉을 높이는 것'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보고 달리니 깔끔했는데, 10년 차 이상이 되니 '더 좋은 직장에 가고 연봉을 조금 높인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 몇 년 뒤에 또 같은 고민 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 이직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갑갑한 거다.
인생 한 치 앞도 모르니 '그냥 지금을 살라'라고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직장에서의 9-6가 모여 내 인생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겠어서, 정말 생각 없이 지금만 살다가는 미래의 나에게 아무것도 남겨줄 수 없을 것 같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커리어에 대한 욕심,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모든 에너지를 회사에서 다 소진했던 지난 10년을 지나, 이제는 그 기운을 조금씩 떼어 나를 위해 쓰려한다. '직장 이후의 삶, 내 인생'을 고민할 배터리를 남겨두려 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회사에 얼마나 도움 되는가' 만큼이나 '내 인생에도 도움이 되는지'를 치열하게 따져보며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됐다.
일단 그 배터리를 충전하러 2주 동안 치앙마이에 왔다. 치앙마이의 3월은 화전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극악이라 절대 오는 게 아닌데, 올해 이례적으로 정말 공기가 맑다. 나는 참 운이 좋지. 새로운 챕터의 시작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