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소연 Jun 24. 2023

자궁이 병들다

2022년 6월에 아랫배에 심각한 통증이 찾아왔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통증이었다. 식은땀이 나고 기절하기 직전의 상태가 30분간 지속되다가 통증이 사라졌다. 두 달 후 8월, 자궁 초음파로 왼쪽 난소에 1.5cm가량의 혹을 발견했다. 크기가 크지 않은 관계로 3개월간 지켜보기로 한 후 11월이 되어 다시 초음파를 받은 결과, 그 사이 4.5cm로 자라 있었다. 의사는 커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수술을 권유하였다. 의사의 소견서를 가지고 대학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은 결과 역시 같은 의견을 냈다.

나는 다른 여러 유경험자들의 후기나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큰 수술은 아니라고 했다. 복강경 수술이 아닌 하이푸라는 화학적 시술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이 시술은 보편적으로 행해지지 않고 있는 점이 못 미더웠기 때문에 나는 복강경 수술을 택했다. 수술과 입원에 필요한 준비물을 꼼꼼히 준비해서 2023년 1월 10일에 입원했다. 수술은 그다음 날 11일 오전이었다.

수술에서 깨어난 직후의 상태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피 주머니와 오줌주머니를 이틀간 차고 있어야 했다. 피 주머니엔 피고름이 차올라 주기적으로 빼주고, 오줌주머니엔 오줌이 고여 통으로 흘려보내 어느 정도 고이면 비워 주어야 했다. 이 오줌통을 칠십 넘은 노구 아버지가 비워야 했는데, 이것만큼 힘든 상황도 없었다. 도저히 지켜볼 수 없어 아버지를 이틀 만에 병원에서 보내 드리고 나머지 이틀은 혼자 병실에서 지냈다.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였고 겨울비가 자주 내렸다. 삼 일째부터는 병실 안을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되면서 조금씩 움직이면서 시집을 필사하거나 영화를 봤다.

병실에 가만히 누워 있으면 생각이 많아졌다. 특히 회사를 언제 그만둘 것인가, 생각해 보아도 같은 고민만 반복될 뿐이었다. 거의 뜬눈으로 지새우다 보면 허기가 몰려오고 새벽 5시부터 간호사들이 혈압을 재고 채혈하고 청소 아주머니가 들어오기 때문에 잠을 깊이 잘 수가 없었다.

오전 8시쯤엔 담당 의사가 회진을 돌며 잠시 들러서 내게 ‘자궁내막증’이란 병명을 알려주었다. 수술 전에는 ‘난소낭종’이란 진단을 받았는데, 복강경 수술로 자궁 밖 골반까지 자궁조직이 유착돼 있는 것이 발견되어 최종 진단은 자궁내막증이 되었다.

1월 14일에 퇴원하면서 산부인과 진료 방식이나 이런 치료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담당 의사는 자궁내막증이 왜 걸리는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하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받으며 대비할지는 입원 당시에는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사는 너무 바빠 보였고, 수술 부위의 회복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설명을 해주지 않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자궁내막증이 정확히 뭔지 모른 채 의사의 선고만 기다리는 실험실 속의 쥐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이 병에 대해 인터넷이나 영상을 찾아보며 마음의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호르몬 치료 부작용을 겪는 여성들의 후기였기 때문에 불안함은 더욱 커져 갔다.     

이전 11화 고통을 질료로 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