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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nie Sep 10. 2021

창업 3개월, 솔직히 잘 될 줄 알았어.

한 달 수입 약 100만원. 지출관리부터 해야지.

회사 다니기 싫어서 시작한 공방 창업 3개월 차. 많은 준비를 하지 않고 시작한 내 탓이 제일 크겠지만, 매일매일 실망감이 가득했다. 일단 공방을 창업하면 어떤 루트로든 돈을 꽤 벌 줄 알았다. (적어도 회사 다니는 만큼^^;) 아직 인지도도 없는 상태에서 성과를 바라는 것이 사치일지도 모르겠으나 현실은 불안하고,  SNS에 올라가는 나의 일상은 화려했으니. 거기서 오는 어떤 박탈감도 느껴졌다.


내가 매달 회사에서 들어오는 월급에 익숙한 사람이기도 해서 더 그런 걸까? 고민이 깊어질수록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비누공방을 오픈한 한 선생님의 이야기가 들렸다. 매출도 꽤 높아 보였고, 매장은 점점 커졌다. '저 친구는 불안하지 않은가? 정말 대담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을 때 즈음 다른 사람을 통해 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제 목표는 절대 회사에 돌아가지 않는 거예요.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나보다 어리고 학벌도 좋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나는 공방을 열어두면서도 망하면 언제든 돌아갈 일자리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무책임하고, 스스로를 게으르게 만드는 생각이었다. 


한 가지 더. 내게는 큰 걸림돌이 하나 있었는데, 돈 욕심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적당한 연봉에 일을 하고, 필요한 것을 사면서 저금도 했다. 돈도 부족하지 않았고, 갖고 싶은 물건이 없어서 딱히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내 일'을 시작하니 이런 성격이 걸림돌이 되었다. 큰돈을 벌기 위해 큰돈을 투자할 용기는 없었고, 밤샘 근무까지 했던 회사 생활 때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서 뭐든 적당히 하는 것에 머물렀다.


그런 내게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가 온 것이다.



한 달 수입 약 100만 원.

3개월밖에 안된 운영 기간이지만 한 달 수입은 약 100만 원이었다. 좋게 말하면 성과가 있어 좋았고, 나쁜 말로는 가난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이렇게 작업실 열어서 먹고사는 것을 부러워할 때마다 초라해지지 않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이쯤에서 방법을 찾고 기회를 잡아야 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일인가? (특히, 예체능) 빼어난 실력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 먹고 살 수는 없을까? 그나마 부모님과 살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지출 계획을 잡는 것에 능했다. 나의 한 달 고정지출비는 아래와 같았다. 




국민연금       8만 9천 원 (납부 유예)

건강보험료   1만 4천 원

실비보험       9만 1천 원 

교통/통신비  약 12만 원

작업실 월세   40만 원

관리비/공과금 8만 원~16만 원 (겨울에 한 달 22만 원)



처음 창업을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다달이 나가야 하는 세금들 때문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몇 가지 팁을 드리자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는 내 상황에 맞게 조정이 가능하다. (지난 매출 기준) 직장인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이런 4대보험을 회사에서 50% 부담해 주기 때문에 더 적은 금액을 지불하는데, 우리 개인사업자는 매출에 따른 세금을 100% 부담해야 한다. 


창업 6개월 이내에는 매출이 없기 때문에 국민연금 납부 유예가 가능하다. 전화로 상담을 받으면 친절히 안내를 해주시니 그 절차에 따르면 된다. (국민연금 콜센터 1355) 나는 따로 들어놓은 연금도 없고, 회사에 취업하면서 국민연금에 들어놓은 기간이 몇 년이나 되어 계속해서 저금하듯이 납부하기로 했다. 매출이 생기면 내야 하는 금액이니 좋게 생각하기로!


건강보험료는 나의 수입과 재산 등을 고려해 책정이 되는 금액인데, 나는 가진 재산과 차량이 없었기에 최저 수준으로 낼 수 있었다. 작업실 임대료도 주변 평균보다 굉장히 저렴한 편이라 임대 계약서를 들고 가서 조정을 요청했다. 건강보험료 관련해서는 곤란했던 적이 몇 번 있는데, 나는 프리랜서 특성상 한 달씩 짧게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금액을 지속적인 수입으로 인식하는 건지 보험료가 굉장히 높게 나오는 일이 빈번해 항상 '해촉 증명서'를 받아둔다. 때에 따라서는 약간의 조정이 될 수 있으니, 기업에서 일을 받았다면 이 증명서를 꼭 받아두는 것이 좋다!





어쨌든 30살에 퇴사해 창업해놓고, 100만 원으로 살아갈 수는 없었다. 예쁜 원피스도 사고 싶고, 작업실에 둘 꽃들도 들여오고 싶었다. 이때부터 나의 N잡 인생이 시작되었다. :)




이메일 slonie@naver.com

인스타그램 @workroom921 / @by_sl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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