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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nie Oct 11. 2021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참가 후기

내 그림을 아트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가장 큰 무대.


돈을 버는 방법 중 하나였고,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던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참가. (줄여서 '서일페') 모든 창작자들에게 해당되지는 않을 수 있으나 한 번쯤 이야기할만하다고 생각해서 글로 기록을 남긴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러스트레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어떤 행사가 없었기 때문에 그림작가들이 나설 곳이 별로 없었다. 디자인이나 공예 쪽 페어는 계속해서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서 그림 작품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서일페'가 생겼을 때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시선이 그쪽으로 쏠려 있었다.


http://seoulillustrationfair.co.kr/





준비과정

당연하게도 페어에 참여하고, 내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가격은 해마다 조금씩 변동이 있는 듯하지만, 나는 70만 원 안쪽으로 작은 부스를 선택했다. 그마저도 부담이 되기는 해서 근홍작가님과 함께 참여했다.


공간을 예약하고 났더니, 공간을 채울 그림과 아트상품들을 준비하는 데에 시간을 써야 했다. 엽서, 스티커, 에코백 등 여러 가지의 상품군을 준비했다. 제작비도 적지 않게 들어갔지만 그중에서도 독립출판으로 제작한 책의 부담이 제일 컸다. 다행히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판매된 양이 꽤 되어 마음의 짐은 덜었다.



작가들마다 잘 팔리는 제품의 구성은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나는 책이 가장 잘 팔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작은 그림책을 자세히 봐주셨고, 선물용으로도 많이 구입해 주셨다. 기존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약 60권의 책이 팔렸고, 페어에서도 챙겨간 대부분의 책을 판매해 약간의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아트상품의 종류

창작자라면 본인의 작업물로 어떤 상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페어에 참가해서 주변 작가님들의 작업물을 보면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아트상품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다이어리 꾸미기(다꾸)'가 유행을 하면서 문구 상품이 인기가 많았다. 주로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 포스트잇, 떡메모지의 상품군을 판매하는 분들이 많다. 스티커만 봐도 단순한 형태의 동그라미, 네모 모양의 스티커가 있고, 캐릭터의 모양에 따라 떨어지는 스티커를 제작할 수도 있다. 스티커가 반짝반짝 빛이 나는 홀로그램 스티커도 있다.


우리는 조금 더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준비하고 싶어서 포스터와 패브릭 상품을 준비했다. 예쁜 그림을 인쇄소에 맡겨 인쇄를 하고, 돌돌 말아 포장해 판매를 했다. 나는 포스터 형태의 달력을 판매했는데, 완판할 수 있어서 기분 좋게 돌아왔다! 인쇄물의 인쇄 가격은 종이 크기와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인쇄소에 문의를 해볼 수도 있다. (책을 제작했던 곳에 문의를 하고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다른 인쇄소에서 보다 저렴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패브릭 상품은 제작 비용 자체가 많이 비싸서 접근하기에 조금 부담이 되긴 했다. 그중에서도 에코백과 파우치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작업실을 운영하면서 실크스크린 제작 툴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이용해 직접 판화 작업을 하기로 했다! 도안을 그려내고 판화로 찍어내어 잘 말리면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 직접 모든 과정을 손으로 하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지만 많은 분들이 제품을 찾아주셔서 너무 뿌듯하고 감사했다.




그래서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참가해 돈을 벌었나?

이건 섣부르게 다 잘 될 거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일단 참여 부스비가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부가세를 포함해 최소 55만 원 이상) 약 3~4일간 최대한 많은 비용을 벌어야 하는데, 1~3천 원 대의 작은 문구류만으로는 그만큼 수익이 나지 않을 수 있다.

* 내 경우에는 부스비와 아트상품 제작비용을 제하고 행사기간 동안 일한 시간에 대한 최저임금 정도의 수익을 남길 수 있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각자의 인지도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 sns에서 인기가 많은 작가님들의 부스는 항상 붐볐다. 어떤 곳은 줄을 서서 상품을 사야 했고, 대기번호가 있어 2시간 후에나 구경할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나처럼 큰 인지도가 없는 작가님들은 조금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할 수도 있다. 조금 더 나아가 이제 막 그림 작업을 시작해 베이스가 없다면, 상황은 조금 더 답답하다. 아트상품 제작비용을 벌지 못하고 돌아가는 작가님들도 많았다.


그래도 페어는 프리마켓보다는 정말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많은 관람객을 불러 모아 주었고, 그림으로 이렇게 돈을 벌 수도 있다는 희망도 보였다. 출판이나 캐릭터 상품 관계자분들도 종종 보여 외주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다음에 참가할 때에는 조금 더 인지도가 생기고 나서 참가할 예정이다.


이제 막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에 뛰어들었고, 페어에 관심이 많다면. 적어도 포트폴리오가 완성된 다음에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 SNS에서 팔로워를 조금 모아놓고 참여한다면 더더욱 좋고!



이메일 slonie@naver.com

인스타그램 @workroom921 / @by_sl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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