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과 호캉스를 고민하던 친구를 꾸준히 설득한 끝에 캠핑을 시작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녀석을 유혹한 멘트는 "호캉스 3번 갈 돈이면 캠핑 장비를 풀세트로 장만하고 평생 즐길 수 있다."라는 말도 안 되는 거짓된 정보였습니다. 물론 그 유혹하는 기간 중 녀석을 데리고 함께 캠핑을 다니며 고기도 구워주고, 라면도 끓여주고, 밤에 춥지 말라고 아끼는 침낭도 양보했으며, 장작 연기에 눈물 콧물 흘리며 불멍을 할 때 마법의 가루를 뿌리며 "호캉스에서는 이런 즐거움을 맛볼 수 없다!" 라며 녀석을 현혹했습니다.
이런 저의 노력 끝에 친구는 캠핑을 다니기로 결심했고, 텐트부터 시작해 하나둘씩 장비를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장비 구입을 마쳤을 때 호캉스 3번 갈 돈은 이미 넘었는데, 한 번 사기 시작하니까 오기가 생겨 어디까지 가보나 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샀다고 합니다. 캠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캠핑의 묘미를 깨달은 녀석입니다. 캠핑의 묘미는 바로 장비를 하나둘씩 장만하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녀석은 드디어 설레는 첫 캠핑을 예약했고, 저는 캠린이 친구의 보호자 겸 녀석이 얼마나 혼자 텐트를 잘 치는지 지켜보기 위한 감시자의 역할로 함께 캠핑을 떠났습니다. 물론 녀석은 와이프와 딸을 데리고 왔고, 저는 캠핑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짐을 싸는 아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1박 2일의 일정이기에 저는 최대한 짐을 가볍게 미니멀하게 준비했는데, 우리의 캠린이 친구는 피난 또는 이사 가는 모습으로 큰 suv 차량을 그동안 매장 및 인터넷에서 장만한 다양한 캠핑 장비로 가득 채웠습니다. "1박 2일인데 뭘 그리 많이 준비하나, 그게 앞으로 자네가 흘릴 땀의 양일세.. 이 친구야.. 허허허.." 하고 싶었지만, 녀석이 경험을 조금씩 쌓으면서 차분히 이 더운 여름 캠핑장에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이 얼마나 몸과 마음에 좋은지 깨닫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만 봤습니다.
저는 그동안 어렵게 설득한 친구가 드디어 캠핑을 시작해 함께 간다는 사실만으로 들떠 있었고, 친구는 새로 산 텐트와 장비들을 드디어 가족 앞에서 펼쳐 보인다는 마음에 들떠 있었습니다. 우린 각자의 차로 두 시간 정도 달려 캠핑장에 도착했고, 최소한의 짐만을 준비한 저는 텐트부터 장비까지 빠르게 설치를 끝냈지만, 친구는 짐을 내린 뒤 새로 산 텐트를 펼쳐놓고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표정은 최후의 결전을 앞둔 장수처럼 엄숙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좀 도와줄까?"라고 했지만, 단호하게 거절하며 혼자 해내겠다고 합니다.
유튜브 시청과 몇 번의 검색을 한 뒤 범인을 잡아낸 명탐정 같은 표정으로 "네 놈의 정체를 이제 알았다!"라는 표정으로 폴대를 펴고 텐트에 집어넣으며 거대한 거실형 텐트의 자립을 혼자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텐트의 반은 설치했다면 기뻐하는 녀석의 얼굴에는 벌써부터 땀이 주룩주룩 흐르기 시작합니다. 제가 도와줄까? 하는 말에도 아직까지 괜찮다고 혼자 해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캠린이 인 친구에게 텐트라는 놈은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녀석의 얼굴은 점점 짝사랑하는 남학생 앞에서 어찌할지 모르는 수줍은 많은 여학생처럼 붉어진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땀은 가슴과 등을 축축하게 적신 것도 모잘라 반바지까지 흘러내려 마치 '쉬'를 한 것처럼 축축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아마 여기가 캠핑장이 아니었다면 "와 이 아저씨 바지에 쉬했다!" 라며 사람들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녀석의 얼굴은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을 액체들이 지난 장맛비처럼 쏟아 내리고 있었고, 저는 친구를 바라보며 "너 설마 우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녀석은 뜨거운 열기와 쏟아지는 땀, 그리고 자신을 이런 불지옥 익스프레스에 초대한 저를 원망하는 폭발 직전의 모습으로 말했습니다.
"울긴 누가 울어. 이거 땀이야. 땀. 그리고 나 돕지 마 혼자 할 수 있어."
그렇게 녀석은 저희 도움은 거절한 대신 응원을 받으며 한 시간 넘는 시간만에 온 몸을 다 적신 뒤 텐트를 완성시켰습니다. 아버지는 우릴 낳으시고 바지 적삼 다 적시셨고,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제 친구는 텐트를 설치하고 바지 적삼 다 적셨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