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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성이 Aug 03. 2023

캠핑장에서 드라마 세 편을 들었습니다.

긴 글입니다.


** 일부 드라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저는 요즘 "드라마"에 푹 빠져 있습니다.


퇴근 후 저의 일상은 아이와 잠시 놀아주며 공부하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와이프와 아이가 잠들러 가면 그 시간 이후 새벽까지 저만의 드라마 월드가 펼쳐집니다. 그동안 다른 분의 계정으로 공유해서 보던 OTT를 도대체 몇 개를 구독하는지...


구독하는 OTT 플랫폼만 해도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쿠팡플레이(이건 뭐.. 공짜)입니다. 그리고 지금 심각하게 아마존을 구독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각 플랫폼마다 장단점이 있는데, 뭐 그건 중요한 건 아니니.. 궁금하신 분은 댓글로 설명해 드리죠.


드라마에 빠져 있다 보니 캠핑장에서도 드라마를 보고 싶은 마음에 룸앤TV까지 장만하게 되었고, 캠핑장에서 보려고 샀던 룸앤TV는 지금 안방 침실 앞에... 하.. 


아무튼 저는 이번 캠핑에서 휴대폰이 아닌 조금이라도 더 큰 화면으로 드라마를 보고 싶은 마음에 아이패드를 들고 처음으로 캠핑을 갔습니다.


제가 보는 드라마들(연진이, DP 시즌1, 회장집 막내아들 등)에 욕설 또는 아이가 봐서는 안 될 장면들이 나오기에 아이가 잠들면 바로 패드를 꺼내 맥주 한 캔을 들이키며 드라마를 볼 계획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드라마 한 개를 몰아서 보는 스타일이 아니고 그때그때 보고 싶은 드라마를 보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간혹 내용이 꼬이기도 하는...


연진이는 지금 6화까지 본 상황이고 DP는 시즌 2가 나왔다길래 뭔 드라마길래 시즌 2가 나왔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했는데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연진이를 보며 어린 시절 바둑을 뒀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바둑을 시작할까? 그럼 나도 하도영처럼 멋져질까? (물론 현실은 중랑천 아래서 막걸리 마시며 내기 바둑 두는 아저씨겠지만요.) 하는 생각도, DP를 보며 제대한 지 이십여 년이 넘었지만 고생은 했어도 재미있었던 군시절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치를 떨죠.. 에잇 더러운 군대!!


지난주 캠핑장에는 비소식 때문인지 캠퍼 분들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자리를 편하게 고를 수 있어 그런지 다들 수영장 근처의 사이트를 선택했고 (물론 저도 수영장 근처로 잡았습니다.) 아이가 오후 내내 수영장에서 논 뒤 저녁을 먹기 위해 준비를 하는데, 어머니들과 자녀들이 같이 온 듯한 옆 사이트는 벌써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고 어머니들은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른 캠퍼들의 대화에 관심을 갖는 성격은 아니라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가 보다." 하며 밥을 먹는데, 갑자기 친숙한 이름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리는 봤어? 난 그거 보면서 나 학교 다닐 때 정말 연진이 같은 애가 있었거든.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


연진이? 그 예쁜 연진이? 하며 제 귀가 쫑긋하며 어머니들의 대화의 장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들의 대화 내용은 연진이라는 캐릭터에서 출발해 지금은 드라마 내용으로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나이스한 개X끼 하도영의 치명적인 매력, 동은이와 현남 아줌마의 캐미 그리고 현남 아줌마가 뒤통수를 치지 않은 것, 연진이랑 연진이 엄마가 감옥에 가게 된 것, 그리고 제가 가장 아끼는 개그 캐릭터인 전재준이 죽는다는 것까지... 


제가 지금까지 본 내용은 동은이가 오랜만에 짜잔 하고 나타나서 복수의 발동을 걸고 있는 것인데, 이미 많은 것을 들어버렸습니다. 먼저 연진이를 본 와이프에게도 절대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캠핑장에서 스포일러를 당하다니.. 그래도 권선징악의 결말이라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어머니들이 이번에는 셀레브레티?라는 드라마의 이야기를 하십니다. 


이 드라마는 제가 아직 보지 않은 드라마라 어머니들의 워딩이 그리 기억에 남지는 않았지만, 대충 셀렙의 복수극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들은 넷플릭스를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넷플릭스 드라마인데, 제가 얼마 전에 관람을 시작한 DP라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한 어머니께서 군대 이야기인 줄 알고 재미없겠지 하고 그동안 보지 않았는데, 우연히 1편을 보고 나서 너무 재미있어 시즌1을 한 번에 몰아보시고 DP 시즌2는 공개되자마자 하루 만에 여섯 편을 폭풍처럼 보셨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DP 시즌2는 저희가 캠핑 간 하루 전날 공개되었는데 그것을 다 몰아보셨다니 엄청난 DP의 팬이신 것 같습니다. 명예 헌병증이라도 드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저분은 헌병, 그것도 DP병으로 전역하신 분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내용은 드디어 제가 좋아하는 배우 구교환 씨가 등장하고 두 번째로 주인공 둘이 함께 탈영별을 잡으러 가는 내용인데, 시즌 1을 넘어 시즌 2의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석봉이 친구가 시즌 2의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고, 손석구가 시즌 2에서는 착해진다. 구교환은 여전히 귀엽다. 등등 이렇게 저는 제가 즐겨 보는 드라마 2편의 스포일러를 캠핑장에서 듣고 말았습니다. 


특히 내용과 캐릭터 설명에 진심이신 한 어머니는 "출발 비디오 여행"의 김경식 씨보다 더 드라마를 재미있게 마치 내가 지금 드라마를 보고 있고, 주인공이 된 듯한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설명을 실감 나게 해 주셨습니다. 이 분 정말 드라마 리뷰 유튜버를 하시면 몇 개 월안에 대박 나실 겁니다. 어찌 그리 설명을 찰옥수수처럼 찰지게 해 주시는지..  (저는 마음속으로 그분을 찰옥수수 여사님이라 불렀습니다.)


하긴 회장집 막내아들도 회사 본부장님이 술자리에서 중요한 내용을 다 털어버리셔서 이미 저는 제가 보고 있는  모든 드라마의 스포일러를 들어버린 상황이네요. 중요한 굵직굵직한 내용을 알고 있어도 드라마를 보는 것은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들의 드라마 대화를 들으며 생각 같아서는 저도 맥주 한 캔을 들고 "아유~~ 어머니들 연진이 좋아하시나 보다. 저도 연진이 좋아하는데." 하며 대화의 장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험악한 인상의 아저씨가 땀 뻘뻘 흘리며 맥주 캔 들고 와 앙증맞게 나도 대화 껴줘.. 이러면 경찰 신고를 받을 거 같아 참았습니다. 


아무튼... 역시 캠핑을 즐겁습니다.


이번 주말에도 캠핑을 떠나는데 어떤 분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됩니다. 뭐.. 휴가철이니 빌런도 상관없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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