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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성이 Aug 17. 2023

완벽한 남자와 다녀온 캠핑

지난주는 나름 특별한 캠핑이었습니다. 


https://brunch.co.kr/@emf241/7


위의 글의 주인공이자 아들 친구의 아빠, 그리고 아들의 친구와 함께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어색했던 캠핑을 다녀온 이후에도 한동안 어색한 사이였는데, 나이도 동갑이고 캠핑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이제는 가끔 만나 함께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하며, 아주 가끔은 함께 캠핑도 다니는 동네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언제 같이 캠핑 한 번 가야지."라는 말을 주고받다 지난 주말 드디어 함께 캠핑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양쪽 집의 엄마들은 1박 2일 자유부인이 되었고요. 

차 한 대로 함께 가평의 모 캠핑장으로 향하는데, 아빠들이 캠핑 장비 이야기를 하며 캠핑장으로 이동하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뒷자리의 아이들은 신나서 오디오에서 나오는 뉴진스와 아이브, 방탄소년단 등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창밖의 경치를 보며 서로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아들의 친구 아빠 이러면 호칭이 길어지니 그냥 친구라고 하겠습니다. (친구가 된 게 맞으니까요.)

이 친구의 캠핑 입문 계기는 바로 저와 함께 했던 '어색한 캠핑' 이후였습니다. 이 친구는 그 후 캠핑을 시작하게 되어 열심히 장비를 장만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모든 것을 갖췄지만 여전히 장비에 목마른 진정한 캠퍼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 때문에 캠핑을 입문하게 되었다는 것이 뿌듯하기도 합니다. 

거의 3시간을 이동해 어렵게 도착한 캠핑장, 저희가 예약한 사이트는 눈앞에 계곡이 펼쳐지는 말 그래도 '뷰'는 좋은 자리였지만, 차를 사이트 옆에 주차할 수 없어 짐을 직접 옮겨야 하는 자리였습니다. 두 집의 짐을 한 차에 실어서 오다 보니 트렁크는 물론 일부 뒷자리까지 짐으로 가득했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굶주린 이집트 노예가 되어 비틀거리며 짐을 하나씩 운반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옆으로 양쪽 어깨에 텐트 및 장비를 하나씩 짊어메고 양손에도 이것저것을 들고 휙 지나가는 사람이라 부르면 실례가 될 '지게차'같은 존재가 지나갔습니다. 

제가 최소 세 번을 왕복해야 할 짐의 양을 그는 한 번에 나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갓 태어난 꽃사슴처럼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힘겹게 짐을 옮기는 제게 무거운 것은 자신이 들을 테니 가벼운 것 중심으로 나르라는 따뜻한 배려까지... 

충격적인 그의 모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평소 낑낑대며 어렵게 치는 대형 거실형 텐트를 자신만의 요령이 생겼다며, 힘도 그리 주지 않고 휙휙~하는 몸동작과 함께 혼자 손쉽게 들어 올립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팩질 하는 게 가장 싫다면서 투덜대면서도 혼자 팩질도 잘합니다. 

어른들이 텐트와 장비 설치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더위를 피하며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간식을 만들어주겠다고 또 이것저것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에게 "좀 쉬면서 하자. 우리 정리 마친 뒤 10분도 지나지 않았어."라고 했지만, 그는 한 번에 일할 거 다 하고 땀을 쏟은 뒤 개운하게 샤워를 하겠다며 부랴부랴 아이들에게 줄 까르보나라 파스타 겸 떡볶이를 준비합니다.

예전에 우연히 카드 사용 이야기를 하다 자기는 할부는 빚지고 사는 느낌이 들어 싫다면서 일시불로만 한다고 했는데, 땀까지 일시불로 흘려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구슬땀을 흘리며 아이들에게 줄 파스타를 완성한 그가 제게 한 입 먹어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까르보나라보다 우리나라 음식을 더 선호하기에 정중히 거절했지만, 그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 있는 땀과 아빠이자 한 남자의 정성을 담은 음식을 거절할 수 없어 입에 넣었습니다.

그동안 까르보나라를 싫어했던 제 자신이 원망될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까르보나라라는 나라의 국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맛있지? 맛있지?" 하며 뿌듯해하는 친구를 보며 힘도 좋아, 텐트도 잘 쳐, 거기에 요리까지 잘해 도대체 '이 인간이 못하는 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다 온 아이들이 허겁지겁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아들에게 '아빠도 한 입만..' 하고 싶지만 이미 아이들은 바닥까지 열심히 긁어먹고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의 배도 채웠고, 어른들과 함께 시원한 계곡에서 놀 시간입니다. 역시 계곡의 물은 차갑습니다. 그동안 흘린 땀을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냉기로 보상을 받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이들과 물장구도 치고 물속에 몸을 담가보기도 합니다. 그때 친구가 바위에 미끄러져 계곡 물에 풍덩하고 허우적대며 몸개그를 합니다. 그동안 캠핑장에서 몸개그는 저의 전유물이었는데 이것마저 이 사내에게 뺏기다니 심지어 우하한 동작에 저보다 크고 웃음을 유발하는 다양한 표정까지... 도저히 제가 이 남자를 몸개그조차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저는 모차르트의 천재적인 재능을 질투하는 살리에르입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계곡에서 신나게 논 뒤 이제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텐트로 돌아왔습니다. 해 질 녘이 되어 그런지 이제 어느 정도 선선함까지 느껴집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여름에는 계곡으로 캠핑을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메뉴는 삼겹살과 목살, 이 남자... 예상한 것처럼 고기도 먹기 좋게 잘 굽습니다. 이제 같은 남자가 봐도 반할 지경입니다. 

아니 반했습니다.

먹음직한 고기와 술 한 잔씩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그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먹는데 지저분한 이야기 해서 미안. 아오. 요즘 계속 배는 아픈데 변비인가 시원하게 볼 일을 못 보네. 지금도 계속 속이...."

"하루에 한 번."

"뭐? 뭐를 하루에 한 번?"

"난 최소 하루에 한 번 똥 싸." 

저는 작은 목소리로 소심하게 하루에 한 번 제게 주어진 쾌변이라는 임무를 완벽하게 완수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 우리의 대화를 듣던 아들도 신이 나서 이야기합니다.

"우리 아빠 진짜 똥 잘 싸요! 그리고 똥도 굵어서 맨날 변기 막힌다고 엄마가 나가서 싸고 오라고 해요."

뭔가 먹는 자리에서 더럽지만, 아들이 제 편을 들어줘서 고맙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난 장이 안 좋은지 시원하게 변을 못 보는데, 정말 부럽다."

그렇습니다.

장비를 옮기는 힘, 텐트 치는 기술력, 요리 실력, 몸개그 모든 것이 그를 넘어설 수 없었지만, 저는 똥 하나만큼은 그를 이겼습니다.

뿌듯합니다.

더럽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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