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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성이 Jun 07. 2022

세상에서 가장 어색했던 캠핑

# 캠핑은 언제나 맑음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아이들끼리 친해지게 되면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교류가 생긴다. 단톡방이 생기고, 가끔 동네에서 만나서 한 잔 하기도 하며 아이를 통한 새로운 인간관계가 생기게 된다.


아들이 유치원,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레 그런 학부모 모임들에 참여하게 되었다. 물론 낯가림이 심한 편인 나는 그런 모임에 자주 참석하지 않았지만,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 와이프와 아이는 가끔 한 번씩 모임에 나가거나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캠핑을 다녀온 다음날 학교에 가면 아이들에게 캠핑을 자랑하던 아들 덕분에 우리 가족이 캠핑을 다닌다는 것이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고, 결국 가장 친한 아이와 엄마 그리고 와이프, 아들 이렇게 넷이 캠핑을 가기로 했다. (그 아이 가족도 아이를 위해 캠핑을 고민하고 있던 차에 경험상 한 번 가보고 싶었다고 한다.)


가족을 멀리 캠핑 보내고 혼자 무엇을 하며 외롭게 혼자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 근심이 찾아왔습니다.


캠핑 전날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슬프지만 이상하게 웃음이 계속 나오는 심정으로 아이와 함께 장을 보고, 당일 허전한 마음으로 차에 캠핑 장비와 함께 가족을 애틋하게 사랑하는 저의 마음을 함께 실어줬다. 


그런데...


출발하기 전 아들 친구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어제부터 열이 좀 있었는데 떨어지지 않아 캠핑을 가지 못할 거 같다는 것이었다. 의리의 사나이를 꿈꾸는 아들 녀석은 친구가 아픈데 어떻게 자기가 혼자 놀 수 있냐며 캠핑을 안 가겠다고 한다. 평범한 주말처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생이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잠시 기쁨의 눈물이 나오는 것을 애써 참았다. 절대 혼자만의 시간을 뺏긴다는 서러움에 눈물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당일에 취소하면 환불도 안되고, 그런다고 돈을 날릴 수도 없기에 결국 나 혼자 솔로캠핑을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오랜만의 솔로 캠핑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후 와이프에게 전화 한 통이 왔고 나 혼자 캠핑을 간다면 캠핑을 경험해보고 싶은 원래 캠핑을 가기로 한 가족의 아빠가 괜찮다면 캠핑을 같이 가도 되냐는 것이었다.


윗글에도 나오지만 나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와이프도 걱정하며 "같이 갈 수 있겠냐?" 물었다. 사실 혼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지만, 아들의 우정으로 빛나는 학창 시절을 도와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흔쾌히 함께 하겠다고 했다. 


와이프도 의외네 하는 표정으로 "그럼 **이 아빠 오시라고 할게.." 하며 두 학부형의 캠핑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설레는 초면의 두 남자만의 캠핑이 시작되었다. 나중에 듣기로 **이 아빠도 어색할 거 같아 가기 싫었지만 이번 기회에 캠핑을 경험해보라며 와이프가 떠미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왔다고 실토했다. 


딱 봐도 **이 아빠 역시 나 만큼이나 말수가 적고, 낯가림이 심해 보이는 분이었다.

1시간 10분 운전하는 동안 두 남자가 나눈 대화는 서로의 아들 이야기 5분 정도나 될까 싶었고, 한 번 씩 적막한 차 안의 어색함을 풀어주는 내비게이션의 그녀가 너무 감사할 따름이었다. 


긴 침묵 끝에 캠핑장에 도착했고, 함께 묵묵히 우리는 짐을 내렸다. 다른 사이트들은 신나게 캠핑을 준비하는데 우리는 비장할 정도로 적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마치 죽음을 결심한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 진지를 구축하는 군인 같은 분위기 같았다.


장비를 대충 내려놓고 텐트를 먼저 치는데 **이 아빠가 어색하게 질문을 던졌다.


"제가 뭐 좀 도와드릴까요?"


"아.. 아니요. 제가 혼자 해도 됩니다. 원래 저희 가족 캠핑 오면 텐트는 제가 혼자 쳐요."


"네. 제가 뭐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렇게 내가 텐트를 혼자 치는 동안 **이 아빠는 쭈볏쭈볏 내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며 지켜봤다.


텐트를 다 치고 의자를 펼칠 때 이렇게 이 분을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의자 펴는 것 좀 도와주실래요?" 라며 내가 먼저 시범을 보이고 부탁을 했을 때 **이 아빠는 마치 어린 시절 조립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처럼 신나게 의자를 펴고 조립하며 "이렇게 작은 게 의자가 되네요. 신기하네 허허허" 라며 처음으로 웃음을 보여줬다.


잠시 두 남자 사이에서 웃음꽃이 피고 대화의 장이 시작되나 싶었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나는 묵묵히 캠핑 장비들을 풀어놓기 시작했고 **이 아빠는 제 주변에서 뭐 도울 일 없나 하는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텐트 설치 및 장비 정리를 마친 우리는 이제 할 일이 없었다. 그와 뭐라도 함께 해야 할 거 같은 강박관념이 들기 시작했다.

 

방방장에서 함께 뛸까요? 아니야 방방장은 어른 출입 금지지..  같이 물놀이라도 하실래요? 애들만 있네..

저기 아래 동물농장이 있는데 같이 토끼 밥이라도 주실래요? 아니면 잔디밭에서 같이 얼음땡이라도..


뭐를 해도 어색할 것만 같아 포기하고 그에게 불멍을 제안했다. **이 아빠의 표정이 다시 밝아지며, 자신도 캠핑을 하고 싶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불멍 때문이라고 한다. **이 아빠에게 토치를 쥐어주었더니 신나서 나무에 불을 붙였다.

너무 신나 하는 모습을 보니 "이 아저씨 30년 만에 오늘 밤 바지에 세계지도 그리겠네" 하는 생각이 든다.


불멍.. 말 그대로 우리 두 남자는 불멍을 했다. 두 남자 사이의 화로대에서는 나무만이 조용히 모닥모닥 타오르고 우린 타오르는 장작을 바라보며 멍하니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그렇게 1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어색함을 풀어보려


"저 혹시 담배 피우시면 흡연구역에서 같이 한 대.."


"아 저는 담배 안 피웁니다."


"아.. 네"


"그러면 지금 배 안 고프세요?"


"저는 괜찮은데 **이 아빠 배고프시면 드시죠."


이러다 입이 굳어버릴 것만 같아 뭔가 입을 활용한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입은 말하는 데 쓰지만 먹는데도 쓰기에 저는 고기를 구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준비하며 어색하게 질문을 던졌다. "술은 어떤 걸로 소주, 맥주 있는데..?" "아 저는 맥주" 저는 고기를 먹을 때는 소주를 마시는 편인데, **이 아빠는 소주를 못 마신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묵묵히 고기와 술을 마셨다. 술이 한 잔 들어가면 말문이 터질 것도 같았는데, 둘 다 좋아하는 오빠를 앞에 두고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사춘기 소녀 마냥 볼만 빨개지고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을 때 **이 아빠가 용기 내서 말을 꺼냈다. 


"**이 아버님은 캠핑이 왜 좋으세요?" 


"아.. 뭐 아이도 좋아하고, 저도 밖에 나와서 이렇게 텐트 치고 하룻밤 자는 게 좋더라고요." 


"그러시군요. 저희도 **이가 자꾸 **이(우리 아들)한테 캠핑 이야기를 듣더니 자기도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한 번 제가 따라온 거예요. 주변에 캠핑을 하시는 분이 없어서요."


"잘 오셨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어색했다. "제가 한 잔 드릴까요?.." "고기 더 드세요." 이런 접대성 멘트만 난무하는 저녁 시간이 끝나고 **이 아빠는 솔선수범해서 자신이 먹은 것들을 설거지하겠다고 들고 갔다.


그리고 그가 설거지를 마치고 돌아온 뒤 또다시 침묵의 불멍이 시작됐다. 그날 대낮부터 장작만 세 망을 불태운 것 같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캠핑의 꽃! 매너 타임이 시작되기 전 간단하게 매너 타임에 대해 설명드리고 우리는 간단하게 씻은 뒤 잠이 들기 위해 함께 누웠다. 어색함이 최고조로 오르는 그때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저 제가 코를 심하게 고는 편이라 불편하실 수 있을 텐데 이해해 주세요."


또 **이 아빠 얼굴 표정이 밝아집니다. 


"저도 코를 심하게 고는 편입니다. 저도 사실 그래서 걱정했어요. 저는 괜찮습니다."


드디어 이 사내와 나이 빼고 같은 것이 생겼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 그렇다. 우리는 둘 다 코를 심하게 골아 거실에서 자는 같은 운명의 끈으로 연결된 사이였던 것이다. 그렇게 서로 사는 이야기를 잠시 나눈 뒤 우린 잠이 들었다. 아마 저희 옆 텐트에서는 코골이 배틀이 벌어졌나 생각을 했을 것이고, 미안한 마음도 든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어제보다는 좀 더 가까워진 모습으로 웃으며 아침 인사를 나누며, 함께 라면을 끓여 먹은 뒤 짐을 정리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저는 캠핑 장비를 이야기하며 드디어 막혔던 말문이 터졌고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함께 캠핑 장비 사러 같이 가자는 약속을 하며 두 남자의 어색했던 캠핑은 막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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