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코인 체인지
런던에서 리스본으로 저가 항공 타고 넘어가는 날! 긴장되었다. 진짜 영어라면 아주 간단한 안부인사 정도만 할 줄 아는 수준이라서 말이다. 그런 인간이 46일 동안의 유럽여행을 동행 없이 왔으니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다. 도착해서 숙소 찾아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좀 수월한데, 이렇게 다시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를 가야 하는 순간은 처음 런던에 도착했던 순간만큼 떨린다. '나 떨고 있니!' 일단 런던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 버스 티켓은 한국에서 1파운드에 예약해갔다. 현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이렇게 예매하면 가끔 싼 티켓을 얻을 수가 있다고 한다. 며칠 전 버스 타는 곳을 잘못 알아서 티켓을 하나 날린 경험이 쓰라렸는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아침 일찍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공항 가는 버스 어디서 타는 게 맞는지 몇 번을 물었다. "익스큐즈미?" 나는 영어를 못하기에 티켓을 보여주며 "에어포트? “라고 말했는데, 다행히 사람들은 공항 가는 버스를 찾는구나라고 찰떡같이 알아듣고 알려 주었다.
생각보다 공항에 엄청 일찍 도착해버렸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버스 티켓 시간보다 먼저 출발하는 버스로 다가가 기사 아저씨께 티켓을 보여드렸다. 티켓을 보시더니 타라며 손짓을 하신다. 며칠 전에 놓쳐버린 옥스퍼드 가는 버스는 환불도 못 받았는데, 오늘은 좋은 기사님을 만난듯하다. 운 좋게 일찍 도착한 런던 공항. 사람들이 말해주었는데, 런던에서 타는 라이언에어는 검사를 빡빡하게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한 번에 통과하려고 공항에 그려진 그림대로 물건들을 비닐봉지에 담았다. 내 생각에는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하지만 역시나 쉽게 통과하지 못했다. 아이라이너를 비닐봉지에 담지 않았다며 다시 돌려보내는 검사관들. '어이 거 참 빡빡하구먼!' 짐 검사를 끝내고 이제는 비행기만 잘 타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 내가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던 위치는 탑승하는 곳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머피의 법칙처럼 그 사실을 비행기 탑승시간이 다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겁나 뛰어야 했다. 마치 한 마리의 야생 치타처럼 캐리어를 끌고 미친 듯이 달렸다. 그때 나는 바람이었다. 어찌나 빠르게 달려 나갔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평소 내 친구들은 내가 달리면 멧돼지가 달려오는 것처럼 무섭다고 표현했는데 아마 이때 뜀박질하던 나의 모습이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식은땀과 함께 긴장감이 다시 쫘악하고 올라오는 것이 눈앞이 다 아찔했었다. 다행히 탑승전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실수는 많았지만 비행기는 놓치지 않았으니 되었다.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 좌석을 찾아 앉을라고 보니 어라 내 옆자리에 한국인처럼 보이는 남자가 앉는 게 아닌가. 리스본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같이 돌아다니게 나을 것 같아 한번 말을 걸어보았다. 다행히 그는 한국사람이었습니다. 환호성을 질렀다. '에!' 매미도 비빌 언덕이 생겼다. 그 후 리스본에 머무는 동안 옆자리에 앉은 남자와 같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2시간 넘는 비행! 언제 착륙하나 싶었는데 드디어 리스본의 쨍한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풍경이 주는 짜릿함이란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몇 분 후 라이언에어는 살다 살다 이런 비행은 처음이다 싶은 아찔함을 선사했다. 비행기로부터 탈출하나 싶었는데 착륙 직전 공중에서 회전 묘기를 시전 하며 땅으로 돌진하는 게 아닌가! 그 아슬아슬함에 숨이 멎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우리는 땅에 착지해 있었다. 다들 무사히 착지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이때 들은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비행기 타면서 난생처음 들어본 소리였다. 갑자기 이 모든 상황 때문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모두가 살아있음을 축하해 주는 분위기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진정한 비행운이다. 아직 나는 살아야 할 운명인가 보다. '요단강은 나중에 건너갈게.' 앞으로 라이언에어를 타려면 목숨 걸고 타야 할듯하다. 이번 여행에서 라이언에어 3번 더 타야 하는데 무사히 타고 넘어가기를 두 손 모아 공손히 기도해본다. 너무 아찔해서 지릴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