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코인 체인지
비행기에서 내리고 짐을 찾는 시간도 꽤 오래 걸렸다. 금방 찾을 줄 알았는데, 나라에서 나라 이동은 언제나 어렵다. 긴장감이 풀렸는지 배가 고파졌다. 가방에서 다이제를 꺼내 먹는다. 죽음의 비행을 함께 맛본 남자애에게도 하나 건넸다. '다이제로 살아있음의 건배를 치얼스!' 짐을 찾고 나서 빙구 같은 나를 위해 한국에서 미리 알아간 정보를 바탕으로 공항 나서기 전에 포르투갈 유심 하나를 구입했다. 진짜 빙구에게는 인터넷이 필수니까 말이다. 프린트해간 종이(숙소 찾아가는 길을 한국에서 프린트해갔다.)를 붙들고 버스에 올라탔다. 숙소는 다르지만 포르투갈 동행이 된 현민이도 같은 버스에 올랐다. 현민이는 영어를 참 잘했다. 내 눈에는 나보다는 훨씬 나아 보이는 영어 실력의 소유자로 보였다. 리스본 시내로 도착한 우리는 저녁밥이나 먹자며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쨍한 햇볕이 영국과 이곳은 다르다며 신고식을 해주었다. 강열한 태양이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태양빛이 좋았다. 뭔가 그 풍경을 오래 바라보고 싶었지만 먼저 숙소를 찾아가야 했다. 숙소는 어찌나 높은 언덕에 있던지 다시 낑낑대며 올라갔다. 등짝에 땀이 마를 날 없는 하루. 다행히 숙소는 잘 찾아 들어갔다. 침대를 배정받고 짐을 푸는 순간. 마음이 놓였다. 긴긴 하루의 끝이 보였다.
고생하며 날아왔지만 무사히 도착해서 기분 좋은 날. 한숨을 돌리고 나온 리스본 시내는 내가 여행자임을 실감 나게 해 주었다. 저 멀리 남자애가 보였다. 현민이다. 리스본에서 빠에야 맛집으로 소문난 레스토랑으로 찾아갔다. 배가 고팠던 건지, 발밑으로 지나다니는 비둘기가 무서웠던 건지 엄청 빨리 흡입했다. 진짜 한국에서도 비둘기를 무서워했는데, 유럽 비둘기들은 걸어 다니는 것도 모자라 발 밑으로 지나다닌다. 진짜 신문명이었다. 무서운 비둘기를 뒤로하고, 리스본 야경 맛집을 향해 걸어갔다. 언덕진 길을 올라 야경 맛집에 도착. 리스본은 언덕의 도시인가 보다. 숙소도 언덕. 야경 맛집도 언덕에 있으니 말이다. 이곳 성에서 야경을 보려면 티켓을 사는데 매표소 직원이 "학생이니?"라고 묻는다. (나도 이 정도는 알아듣는다.) 현민이는 당당하게 학생 둘이라고 말한다. '아! 현민이는 학생이겠구나!' 속으로 뜨끔했다. 하지만 이미 표를 샀으니 어른이지만 학생 나이에 살포시 얹혀 가본다. 야경이 예쁘다는 성에서 바라본 리스본 시내는 불빛들로 반짝거린다. 포르투갈로 향하는 비행기가 무섭기는 했지만 이날의 고생을 위로하듯이 저녁 하늘은 아름답기만 했다.
이 도시가 아름다운 건지, 그 시간이 예뻤던 건지 모든 것들이 다 좋았다.
'저 반짝이는 불빛처럼 나의 인생도 반짝거렸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