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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원 Oct 24. 2021

에필로그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책상 위

몇 달에 걸쳐 나의 지난 건축과 관련한 직장생활들을 생각하며 글을 썼다.

그런 글을 쓰다 보니

뭔가 계획에서 크게 벗어난 거 같은데? 생각을 하면서 벌떡 일어나 앉다가

다시 아 그래. 그래서 이렇게 살고 있는 거였지- 하며 다시 안정과 평안을 느끼다가

꿈을 좇아 선택한 것이 직업이 되어 일을 하는 사람의 삶이 모습이 다들 이렇지 않을까 생각하며 또 위안 삼다가… 를 반복했다.


건축을 열망했던 건축과 학생의 삶은 보정되고 가감되어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된 것이구나.


그러다 이런 종류의 글 (지나온 날들에 대한 글쓰기)은 삶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한다. 는 사실이 큰 수확이다.


무언가를 다 쓰고 나면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책상 위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느낌.

귀결되지 않았던 생각들이라도 그것들을 서랍에 넣고 책꽂이에 넣어 모든 생각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는 기분이라 나중에 다시 고쳐서 쓸 수 있는 기분.


거참 심하게 개운하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라고 이야기했던 것들도 명확해져 건축을 가급적, 계속, 뾰족하지 않게, 부러지지 않으며 하는 것이라는 나만의 주제도 생겼다.


그런 주제로 15년 정도 건축의 바운더리 안에서 일을 하고 살아왔으며 심드렁하거나 시니컬한 태도일 때가 더 많은 그런 사람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그냥 뭔가 변화되고 다짐을 하지 않는 것이 결론이다.


뜨거운 마음은 금방 깎여나가고 변형되어 방향을 틀게 만들지만 어쩔 때는 이런 적당히 미지근한 나의 태도가 나만의 전진을 계속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바시 재질에서 나오는 성공스토리들의

무엇이 나를 송두리째 바꾸었다.

나를 성장시켰다.

이런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말이고 순간적인 감정이라 생각한다.


그저 듣기 싫은 알람에 몸서리치고 천근만근인 몸뚱이를 회사에 갖다 놓은 후 거의 좋을 리가 없는 컨디션으로 시작했던 업무와 말들로 채워진 직장인의 하루하루를 쌓은 것이 대부분의 실체다.


오랜 경험을 글로 압축시켜 놓으니 더더욱 하루하루의 일들의 궤적이 생생한 나라고 자신할 수 있어졌다.


뭐 다 좋았고 사랑스러웠던 날들이라고 할 수는 없고

내가 지내온 모든 일이 떳떳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나는 계속 건조하고 뭐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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